내세울 게 없다
한국은 OECD 나라 중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이다. 나라가 작다 보니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변화가 일어나는 속도가 급격히 빠르고 그저 매일 성실하게만 살다 보면 바보 멍청이가 되기 십상이다. 사회는 너무 잘 살려는 강박으로 뒤덮여있어 숨 막힌다. 남들 보여주기식의 삶도 불행을 가속화시킨다.
그 한가운데 폭풍을 맨 몸으로 맞고 있는 사람들이 애매한 중년들이다. 40대에 접어든 중년들은 아직 그래도 젊잖아!라고 하기엔 나이가 많고 그렇다고 여유로운 삶을 살지도 못하며 위로는 부모님의 기대수명이 길어져 자식의 의무도 길어졌다.
아이들은 커서 남들과 비교가 안되려면 해외도 좀 다녀야 하는데 웬만한 해외를 4인 식구가 다녀 오면 수백이 깨진다. 거기다 누구는 비트코인으로 대박을 쳤네, 누구는 무슨 주식으로 억을 벌었네 하는 소리를 들으면 나는 점점 초라해진다. 매일을 한결같이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건만 왜 점점 힘들어지고 작아지는지 누구에게 묻고 싶어도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편은 아내에게 힘들다 말하지 못하고, 아내도 남편에게 힘들다고 하소연하지 못한다. 삶의 활력이 떨어지고 무기력이 찾아온다. 삶에 찌들고 생기 없는 얼굴. 사람들과의 교류도 자연스레 줄어들고 고립된다. 그럴 때, 혼자 하는 운동을 하는 게 최고다.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취미이고, 헬스장에 가면 헬스장 지박령이라 부르는 근육몬스터들에게 기가 눌린다. 요가와 필라테스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제일 쉽고 혼자 할 수 있으며 돈이 하나도 안 들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운동이 달리기이다. 집에 있는 운동화를 신고 반바지 아무거나 입고 나가서 약간 빠른 걸음을 걷는 속도로 뛰어보자. 노인네처럼 살살 걷는 산보 말고 빠른 걸음 같은 아주 느린 달리기를 하다 보면 금방 땀이 나고 온몸에 새로운 생기가 도는 게 느껴진다. 땀이 나는 얼굴을 한 번 보시라! 비록 붉게 달아오르고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어도 훨씬 생기가 있어 보인다.
아무리 작은 시작일지라도 뭔가 하나를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삶을 의미 있게 해 준다. 남들이 요즘 좀 어때? 하고 물었을 때 ‘매일 똑같지 뭐…’라는 시들시들한 대답 대신 ‘응! 나 요즘 달리기 시작했는데 기운도 나고 좋아!’라는 대답을 해보자.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달린다고 하면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눈빛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