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달리는데 엄마가 환호하는 이유
끈기가 막국수처럼 뚝뚝 끊어지는 사람이 나다. 작심삼일도 삼일마다 해나가면 된다는데 나는 작심삼일을 끈기가 없어 삼일마다 못한다. 쓸모없는 인간이다. 이런 나라도 내가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리다 보니 작년 달리기를 시작했고 오늘 2024년 4월 8일이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달리기가 일단 나가면 좋긴 하지만 ‘나가는 것’ 이 달리기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다. 따듯하고 향기 좋은 침대밖으로 다리를 내미는 순간 냉기가 다리를 휘감고, 쏟아져나가는 온기가 마치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처럼 아깝다. 발을 다시 집어넣고 따듯하게 온몸을 덥히면 극락이 따로 없다. 아무리 창 밖이 화창해도 따듯한 이불속도 그만큼 화창하다. 정말 나가기가 싫다. 시계를 몇 분마다 확인하며 버티다 중력을 거스르고 일어나는 힘든 싸움을 1년을 했다.
이렇게 1년을 달리면서 제일 좋은 점은 건강도 있겠지만 효도를 공짜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큰돈 들이는 수고 없이 그냥 나가서 달리기만 하면 된다. 중년으로 접어든 딸이 갑자기 운동을 한다고 하더니 매일 아침 샌프란을 쿵쾅거리면서 달리더니 1년이 지나갔다. 그 1년 매일 달리는 사진을 엄마에게 보냈다. 엄마는 아침에 일어나면 내 새끼가 오늘은 달렸나, 어쨌나 확인하는 재미가 아주 컸다고 한다. 새카맣게 탄 얼굴이 안타까우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얼굴을 보며 무척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비행기로 12시간을 날아와야 하는 거리에 말도 안 통하는데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는 안타까워서 죽는다고 누누이 말하던 엄마. 이제는 내 사진을 보며 건강하게 살아줘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한다.
자식이 큰돈을 버는 것도 좋고, 유명인이 되어 호화롭게 사는 것도 좋은데 그보다 건강하게 살아 부모의 마음에 그늘이 없는 것도 효도라고 한다. 나는 그 효도를 달리기로 매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