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의 고열, 119 구급차에서 배운 '쉼'의 무게

by 너울

2026년의 시작은 유독 뜨거웠습니다. '너울샘'을 찾아주시는 감사한 발길들이 이어졌고, 3월의 일정표에는 숨 쉴 틈 없는 오프라인 강의와 이러닝 촬영, 원고 마감이 빽빽하게 들어찼습니다. 불러주는 곳이 없어 막막했던 시절을 기억하기에, 저를 찾는 모든 부름에 '도전'과 '성취'라는 이름으로 응답해 왔습니다.


주변에서는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했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욕심을 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제게 주어진 길을 감당하며 성장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제 영혼의 열정과 달리, 하나뿐인 제 몸은 소리 없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서울 새로배움터의 교양강좌 촬영과 소중한 미팅을 위해 올랐던 KTX 안. 갑작스러운 오한과 경련이 저를 덮쳤습니다.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역무원에게 상황을 알리고 119 구급대를 요청했습니다. 40도의 고열과 옆구리를 찌르는 극심한 통증. 구급대원이 데려다준 응급실에서 내려진 진단은 '급성 신우신염'이었습니다. 몸은 이미 여러 차례 신호를 보냈건만, 간호사라는 명분으로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지나쳤던 미련함이 불러온 참사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간호사라는 직업은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합니다. 증상을 보면 대략적인 진단이 가능하기에 오히려 "조금만 참으면 낫겠지"라며 스스로를 과신하곤 합니다. 타인의 아픔에는 그토록 예민하면서, 정작 내 몸의 울부짖음에는 무뎠던 시간들.


응급실에서 입원 권유를 받았지만, 밀려 있는 일정과 상황 때문에 약 처방만 받고 귀가해야 했던 순간에도 제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몸은 하나인데, 제가 감당하려 했던 역할은 서너 개였음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몸이 두 개였다면 이런 응급 상황은 없었겠지만, 신이 우리에게 단 하나의 몸을 주신 이유는 '한 번에 하나의 생명에만 집중하라' 는 뜻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사건은 제 인생의 브레이크가 되었습니다. 성취감 뒤에 가려져 있던 '피로'라는 실체를 똑똑히 대면했기 때문입니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은 결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제 저는 조금씩 비워내는 연습을 하려 합니다. 꽉 찬 일정표 사이사이에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강제로라도 끼워 넣으려 합니다. 제가 건강해야 너울샘의 물줄기도 마르지 않고 누군가에게 계속 흘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던 제 직업적 감각에 감사하며, 이제는 정말 저 자신에게 '진짜 휴식'을 선물하려 합니다. 성장을 위한 한 걸음보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멈춤이 더 위대하다는 것을 배운 아찔하고도 귀한 봄날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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