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울 Jan 12. 2024

출간예정 책의 추천사를 제자에게 받는 스승입니다.

제집 출간을 위한 마지막 지점을 넘어야 할 때가 온 거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몇 가지 요청을 메일로  받았습니다.


PDF로 변환된 원고가 왔으니 내 손에서 수정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마지막 한 번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공부를 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다 보니 글자 크기는 최대한 크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제 부탁을 반영해 주셔서 아주 많이 감사했습니다. 그 덕에 책 페이지기 450p  가 넘어갔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페이지가 많아도 정말 마지막이기에 더 신중히 살피려고 합니다. 첫 책 출간 후 발견된 오타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책의 머리말에 넣을 내용, 내 력, 그리고 표지와 책날개에 들어갈 사진 등등, 하나씩 읽어가며 부담보다는 감사가 찾아왔던 과제입니다.


그런데 한 문장에서 제 마음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책 뒷페이지에 추천사나 유명한 분의 소개사가 들어가는데 가능하실까요?

아니면 선생님을 칭찬하는 글이 들어가도 좋습니다.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라든지요."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첫 책 출간을 할 때는 위와 같은 요청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낯설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유명한 분을 알지 못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겠지요.


핸드폰의 전화번호부를 열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유명하거나 인지도가 있는 분이 많지는 않아도 기록이 되어 있었습니다.


요양보호사협회 이사장님 번호도 있고 몇 번 연락도 주고받았습니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번호를 누르지 않았습니다. 엄청 대단한 책을 출간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런 부탁을 드릴만큼 많은 도움을 드리지도 않았습니다.


요양보호사 문제집을 유명하거나 인지도가 있는 분들이 추천하면 과연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구매할까?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 생각의 답은 NO! 였습니다.


내 책을 조금 더 알리고자 판매하고자 하는 의도라면 과감히 내려놓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시 전화번호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한분씩 찾아봤습니다. 나에게 요양보호사 양성강의를 듣고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현직 요양보호사 이거나 유난히 내 강의를 좋아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제자를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2008년부터 시작한 요양보호사 양성강의는 올해로 만 16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배출한 제자들만 8000여 명이 넘습니다. 아주 많은 분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몇 분의 시간에서 잠시 멈춤을 했습니다. 요양보호사 양성강의를 시작하는 첫날 목표와 목적에 대한 차이점을 알려드립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오셨다면 달성이 되는 순간 마침표가 찍힐 것이고, 목적으로 두고 오셨다면 그건 쉼표가 될 것입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으니 또 다른 꿈을 위해 다시 달려가실 테니까요.


저는 입시학원처럼 시험에 합격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으로 현장에서 일을 해보셔야 그 자격증의 진가를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큰 꿈을 향해 한 발씩 걸었을 때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드리며 강의 시작종을 울립니다.


이 말을 마음에 담아 둔 제자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젊은 나이의 남자 선생님들을 선호하는 노인장기요양기관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도전한 끝에 요양원에 당당히 취직해서 일을 하고 있는 내 제자는 있습니다.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하고, 일을 하면서도 종종 힘이 들 때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전 이 선생님께 추천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내 교육을 듣고 내가 알려준 대로 시험공부를 하셔서 당당히 합격도 했고, 더 나아가 현직 요양보호사가 되셨으니 이런 분이라면 그 어떤 유명인사 보다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분들도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 후 조금 더 큰 꿈을 위해 사회복지사에 도전하신 분들입니다.  


주간보호센터장이 되거나 방문요양재가 센터장이 되어 내가 가르치는 또 다른 제자들의 현장 실습까지 담당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분들에게는 센터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바꾸어 정중히 인사합니다. 전화번호부에도 제자라는 이름은 떼어내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을 열심히 달려왔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 과정에 대한 노고를 인정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처럼 시험을 떠나 삶으로 증명해 주신 분들이라면 저에게는 유명인사나 다름없는 분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분이 더 있습니다.


"김옥수"라는 한 사람 자체를 좋아해 주는 분입니다. 물론 제 제자입니다. 이름을 나열하면 많이 작성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이 분은 꼭 부탁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선생도 감정을 가지고 느끼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공평한 마음을 가져보려 해도 보내주는 마음의 크기에 어느덧 매료되어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공석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나 이런 사석까지 그 티를 감추라고 하면 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내 책에 기재될 추천사까지 공평함을 찾아가라는 것은 더 불공평해 보이니까요.


셀 수 없이 받았던 이 제자분의  응원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 오래 간직하려고 합니다.


추천사를 생각하며 강사이자 선생으로 살아온 16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뜨끈한 눈물 한 바가지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벅참도 있고, 대견함도 있고, 감사도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가고 있는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본 시간입니다.


이런 모든 기회를 가져다주시는 시대고시 출판사, 그리고  팀장님께 가장 감사합니다.


메일 마지막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이제 어려운 부분은 다 끝났네요. 마지막까지 조금 더 힘을 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럼요. 팀장님! 더 많이 힘을 내야지요. 주신 기회에 보답하는 강사이자 작가 되어보겠습니다."


 이렇게 인사하며 저는 마지막을 향해 가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참고로 제 문제집은 1월 31일 인쇄에 들어가서 설 전후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졸업식날은 선생님 대신 엄마가 알림장을 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