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떨리는 일을 한다는것은
퇴사하고 새로운것에 도전을 하고 무언가 결과를 내야겠다는 압박감에
지내던 나는 하루를 잘게쪼개서 사이사이에 밥먹는 시간도 넣지 않을 만큼
휴식도 없이 미친듯 무언가를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무엇인가를 왜 그렇게 미친듯이 했지?"라는 생각이
들기만 했다. 왜냐하면 가시적 결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열정을 불태울때는 에너지원이 필수적으로 공급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인정', '자기만족', '금전적 보상'등 어떤것이든 스스로 다음 스텝을
내딛고 싶다는 설레는 마음이 들게할 에너지원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휘발유 차에 경유를 넣으면 안되는것처럼 나의 에너지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게 중요한거 같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그렇게 태울수 있는 모든것을
불씨가 작아지지 않기 위해 태웠다.
퇴사전부터 준비했던 아이템을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다 보니 어느순간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이걸 왜 하려고 했지? 왜 나는 이것을 하려고 하지?'
물론 대답은 할 수 있었다. 근데 내가 내린 답들이, 과거에는 나를 납득시켰던
답들이 이제는 더이상 나를 납득시키지는 못했다.
한순간의 의구심에 내 지지기반이 흔들리는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쏟아 넣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이유로 내가 내눈을 가리고 있었구나...
그래서 뒤쳐진다고 생각할 때 하는 '힘빼기'를 해보기로 했다.
일전에 수영을 배울때 힘을 빼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몸에 힘을빼면
어떻게 이 물살을 거스르고 앞으로 나갈까 하는 의심에 힘을 빼지 못하다가
실력이 늘지 않자 미친척 하고 힘을 빼고 팔을 뻗어 물을 잡아 보았다.
근데 편안한 차를 타는 느낌이 들면서 숨도 차지 않았다.
그동안 수영에 쓸때 없는 근육에 힘을 주느라 정작 힘을 줘야할 곳에
힘이 집중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경험을 비추어 8개월간 해왔던 소책자 쓰기, 전자책 출간, 유튜브, 인스타 업로드 등에
미련을 내려놓고 생각에 힘을 뺐다.
그리고 그 시기에 아내의 처방전으로 유럽여행을 가기로 했다.
집에 있으면 모니터 앞에서 앉아만 있을 나를 알기에 내린 강력한 처방전이었다.
여행은 즐거웠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고민이 너무도 많았다.
잡생각이 많다보니 여행하고 쉴때 유튜브 동기부여 영상, 인스타 좋은글들 등을
보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평소좋아하던 드라마 보기를 했다.
넷플릭스는 신기하게도 국가를 이동하게 되면 제공하는 컨텐츠가 달라진다.
그때 발견한건 다시 한번더 보고 싶었던 '쌈 마이웨이' 였다.
간략히 드라마에 대해 소개하자면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부족함 때문에 마이너 인생을 강요당하는 현실 속에서,
'마이웨이'를 가려는 마이너리그 청춘들의 성장로맨스 드라마이다.
일전에 봤을때는 그냥 재밌다 정도의 반응이었다면 이번에는 중간중간
장면과 대사들에 눈물이 났다.
이런 장면이 있다.
여자 주인공 최애라(김지원)은 아나운서가 꿈이다.
근데 그 꿈을 이루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도 높다.
매번 그렇게 지원하는 곳에서 불합격을 통보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지만 그녀가 진짜 원했던것은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이 아닌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을때 느꼈던 그 설레임과 떨림이 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은 백화점 사내 아나운서, 축제 MC, 결혼식 MC 등 무대위의
그녀를 보며 말하면 그녀의 친구들에 의해 나타난다.
"역시 최애라는 무대위에서 마이크 잡을때가 제일 빛나지"
그 설레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나를 떨리고 설레게 하는 일이 무엇일까?"
그리고 막바지 최애라(김지원)에게 방송국 아나운서와 UFC 아나운서의
최종 면접 기회가 동시에 찾아와 고민을 하던 찰나 남자 주인공인 고동만(박서준)이
이런말을 한다.
[고동만(박서준)]
"근데 너 꿈이 아나운서였던 거야? 마이크였던 거야?
남친이자 친구이자 너를 23년간 봐 온 목격자로서 충언 하나 하자면
솔직히 너 아나운서 감은 아냐.
가만 앉혀 두기에는 아까운 스케일이지. 미친놈은 날아야 맛이지."
[최애라(김지원)]
"그래도 아나운서는 뭔가 메이저 같잖아.
나도 거기 좀 끼고 싶어."
[고동만(박서준)]
"야. 니가 있는 데가 너한테 메이저 아냐?
니가 좋은 데가 너한테 메이저 아니냐고.
나에게 가슴뛰는 일은 확실히 대기업의 일은 아니었다.
나도 가슴뛰는 일이 있었는데 가난을 청산하기 위해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저 뒷전으로 미뤄뒀던거 같다.
김홍택 작가님의 '관종의 조건'에서 나오는 부류인
관심추종자인 나는 최애라처럼 무대와 마이크에 설렌다.
조용히 컴퓨터 앞에서 사무일을 처리하는 단순 반복업무가 아닌...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는 일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메이저인 일을 하려고 한다.
나의 가슴이 뛰는 일!
한번쯤 그런일을 해봐야 죽을때 후회가 없을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내 가슴이 무슨죄라고 속박되어 뛰지도 못해보고
생을 마감하는건 너무 억울할거 같다.
그 생동감 있는 비트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생각을 전달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