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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연 Jun 01. 2024

현지에서 투어를 예약하면 정말 더 저렴할까?

너 혼자 갔다면서 사진은 대체 누가 찍어준거야?



2023.11.21 화요일 일기


큰일이다. 다음 날이 여행 마지막 날이라 다음 날에는 꼭 스노쿨링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투어 예약을 안 했다.

미룰 만큼 미뤘다. 오늘은 진짜 해야만 한다.

네이버에 ‘세부 현지 여행사’ 라고 검색하여 후기를 찾아보기로 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는 많았지만, 현지 업체는 찾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현지 업체에서 운영하는 투어의 경우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불편함,

한국인이 아닌 낯선 외국인들과 함께 투어를 해야 한다는 경계심,

한식이 아닌 양식 위주로 나오는 식사나 간식 등의 단점으로 인해 보통은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장점은,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이다.

후기를 보니 차이가 꽤 커서 세부에서 직접 예약을 하기로 결정했다.


travel agency 라고 검색하니 여행사 몇 군데가 아얄라몰(쇼핑몰) 근처에 몰려있었다.

그 중, cebu travel agency 라는 이름의 여행사로 결정했다.

왜인지 cebu 의 대표 여행사일 것 같은 느낌이라서.

강남병원, 서울치과 등 중심지의 명칭을 딴 병원이 많은 이유를 어렴풋이 느꼈다.

그래도 cebu travel agency는 실제로 cebu에 있는데,

서울이나 강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지만 그런 명칭을 사용한 병원을 볼 때면 살짝 웃음이 나오긴 한다.

강남, 서울이라는 네임이 사람들에게 주는 신뢰감은 엄청난 거구나, 싶으면서.



23.11.22 수요일 일기



오늘도 오토바이를 타고 하루 시작.

전부터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세부에서 간접적으로라도   있어서 오토바이를  때마다 흥이 났다.


헬멧, 마스크, 천으로 얼굴을 두른 드라이버들. 덥지만 먼지와 매연, 햇빛으로부터 보호해줄것이다.
오토바이를 기다리다가 발견한 숙소 앞 다홍빛 꽃들



오토바이를 타고 전 날 봐둔 여행사로 향했다.

그 길에서 본 정경들.

얽혀있는 선들, 낡아 헤어진 검붉은 천, 간이 정수기, 치킨을 파는 아주머니,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국적이면서 동시에 상투적인 모습은 나는 그저 여행자일 뿐이기에,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일상적인 시름을 느낄 새 없이 한량처럼 돌아다니기만 하면 된다는 느낌을  상기시켜 주어서 좋다. 이곳이 한국이라면, 외국인 여행자 시각에서 나는 어딘가로 바쁘게 출근하거나 이동하는 사람 중 한 명이겠지.



오토바이에서 내리니,

눈 앞에 감히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아우라를 내뿜는 회색빛 고층 건물이 있었다.

원래는 낮은 상가건물 1층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직원들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것 같은 친숙한분위기의 장소를 상상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관리인이 나를 붙잡고 ‘예약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예약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감색 전화기를 툭툭툭 두드렸다.

죄어든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도 좋다고 했다.

먼저 온 고객을 기다리는 동안 직원들이 알려준 여행사 사이트로 접속해 어떤 투어를 예약할지 둘러보았다.




투어 종류는 한인업체에서 운영하는 것과 비슷했다.

스노쿨링을 하면서 바다거북이와 정어리떼를 보는 투어, 가와산 캐녀닝이라고 불리는, 다이빙을 하는 투어, 시티투어,  고래상어 투어  다양한 투어가 있었는데   다이빙 투어만은 피하고 싶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하필 여자에게 있어 마법의 날이라고 불리는 그 날이기도 했고 높은 곳에서 물 속으로 다이빙이라,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거북이와 정어리떼를 볼 수 있는 투어를 예약했다.

이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영어로만 대화를 해야했다.

필리핀 사람들이 따갈로그어가 국어이기 때문에 영어 발음이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영어가 서툰  입장에서 보기에 그저 유창하고 능통할 뿐이었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다시 물어보고, 연락처를 알려준 덕에 추후 궁금한 점은 추가로 물어보았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가격!

예를 들어, 한인업체가 15만원 정도라면, 방문한 현지업체는 10만원 정도였다.

여기는 세부 중심지에 있는 업체여서 큰 차이가 없는데, 후기를 보았을 때 외곽에 있는 여행사에서는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투어를 진행하고 있기도 했다. 뭐든 알아보기 나름, 발품 팔기 나름. 발품을 팔면 팔수록 더 저렴하고 질 좋은 투어를 예약할 수 있지만 대신 그만큼의 시간과 에너지가 비례해서 소요된다는 것. 시간과 에너지냐, 아니면 돈이냐. 여행에서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선택을 하는지는 개인의 선택. 그 선택에 따라 여행의 방향이나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다.


잿빛 건물에서 나오니 셔츠나 청바지 차림의 많은 직장인들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점심을 먹을 식당을 찾고 있는 듯 했다.

거리에서 발견한 식당
크랩 볶음밥과 식당 사장님


섬나라에 왔으니 해산물 좀 먹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 크랩 볶음밥을 주문했다.

밑에 깔려있는 저 풀 같은 것의 정체는 뭘까.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후텁하고 축축한 공기 속에서 쌀을 씹자니 크게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느나 다행히 오렌지맛 탄산음료가 식사를 도왔다. 고맙다.


곳곳에 흩어져있는 시내 유적지를 돌아다닐 예정이라 또 다시 오토바이에 탑승했다.

드라이버가 자기가 투어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혼자 돌아다닐 예정이었는데,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사진을 많이 찍어주겠다는 말 한 마디에 바로 오케이.

혼자 여행 갈 때 가장 큰 불편함과 아쉬움은 ‘잘 나온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페드로 요새 그리고 나
더워서 중간에 사먹은 과일 파파야였던가? 확실한 건 아무맛도 나지 않았다는 것.



오토바이 드라이버와 1:1로 투어를 진행하니 좋은 점은 사진을 많이 찍어준다는 것,

그리고 유적지에 대해 부가적인 설명을 해준다는 것.

단점은 혼자서 여유있게 유유히 유적지를 돌아보기는 어렵다는 것.

왜냐, A라는 장소에서 내가 볼 일을 다 봐야 B장소로 이동하는 것인데, A장소에서 시간을 오래 끌면 이 사람도 다음 일정(다음 손님 태우기)에 지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

갔던 유적지 중 아쉽게도 여운이 남는 곳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경험해보고 싶은 것은 있다. ‘3시간 동안 오토바이 타고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대략 왕복 3시간을 걸려 ‘레아 신전’, ’시라오 가든‘이라는 유적지를 보기 위해

산골 마을로 들어갔는데 그 경험이 새로운 자극으로 인한 짜릿함을 주었기 때문이다. 3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어찌보면 위험할 수도 있긴 하다.

사실 이렇게 긴 시간을 오토바이 위에서 보내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투어를 가겠다고 한 거였지, 알았으면 안 가거나 버스를 타고 갔을 것이다.

헬멧 하나 쓰고 어떠한 안전장치 없이 드라이버의 어깨나 허리를 잡고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안전하지많은 않다. 그래서 드라이버도  ‘you are brave’ 라고 했다. 오히려 저 말 듣고 나서 ‘무모한 용기인가’싶어서 더 겁이 나긴 했지만.


두려운 감정에 대한 보상으로 산을 올라갈수록, 세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하고 서늘한 공기가 주변을 에워쌌다.

그리고 마치 이집트 사하라 사막으로 이동하는 길에서 보았던 장면과 유사한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과거 사하라 사막으로 가던 길에, 나와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었던 이집션 가족이 중간에 내렸었다. 그들은 사막으로 여행이 아닌 거주 목적으로 이동 중이던 것이었다.

분명 사방이 모래인 그 곳에 마을이 조성되어있고, 사람들이 살고, 아이들도 있었다.

마치 그 느낌이었다.

주변이 온통 나무와 풀 뿐인 이 곳에 어떻게 사는 걸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심지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듯한 아이들도 보였다.

대체 학교가 어디에 있는 걸까? 내려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시라오 가든


레아 신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토바이에 탑승했다.

그런데 깜빡한 것이 있다. 투어 금액.

떨리는 마음으로 드라이버에게 투어 금액이 얼마냐고 물어보니,

2700페소(한화 6만원)를 불렀다.

다급한 손놀림으로 구글링을 해보니 그 가격의 절반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일정이었었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흥정을 하고 시작했어야 했는데, 필리핀 사람들의 친절함에 안이해져서 그냥 마음을 놓아버린 탓이었다.


잘 나온 사진을 보며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하하호호 하던 분위기가 급격히 싸해졌다.

2300페소로 조금만 깎아주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2700페소를 말하는 그.

대학생이라고 말하니(죄송합니다) 2400페소로 깎아주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2300페소를 또 외쳤다.

그 때부터 나의 “투쓰리”가 시작되었다.

“투쓰리” “투쓰리” “투쓰리” 라고 노래하듯 외치자 그 모양이 웃겼는지 그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결론은?

2400페소로 마무리.

오늘의 교훈. 여행을 할 땐 반드시 흥정을 하고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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