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하고 위안이 되는 공간, 오롯이 나로 존재하다.
띠띠띠띠. 읏차.
무거운 현관문을 연다. 거실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디딘다. 계단 끝에는 제주 바다 사진을 모사해 그린 그림이 놓여있다. 계단에 오를수록 그림의 아래가 점점 차오르면서 그림이 완성된다. 시원한 협재 바다를 지나 복도를 따라 걷는다. 그리고 하얀 나무 문을 연다. 지난 주말 갔던 농장에서 구입한 튤립향이 가득한 공간에 들어선다.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햇살이 나를 맞이한다. 문에서 가장 먼 구석에 책상이 있다. 직접 조립하며 얼마나 설렜던지 책상을 볼 때마다 그날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책상 옆에 가방을 내려두고 의자에 앉는다. 의자 뒤로는 브라운 톤의 이불이 펴져 있다. 눕진 않지만 그냥 이불이 주는 포근함이 좋아서 펴놓았다.
노트북을 펼친다. 음악을 튼다. 작업을 한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나를 부른다.
"엄마아!!!"
"응. 엄마 2층에 있어."
자기 방에서 옷을 갈아입은 아이의 발소리가 제법 존재감을 드러낸다. 노크 없이 들어오는 아이가 반갑다. 아직 너와 나 사이에 경계가 없단 뜻일 테니. 아이가 이불 위에 누워 종알거린다. 의자를 돌려 아이를 쳐다본다. 오늘 학교에서 누구랑 어떤 놀이를 했는지, 누가 선생님께 혼이 났는지 하는 소소하지만 새롭고 즐거운 아이의 하루를 상상하며 듣는다. 아이의 반짝이는 눈빛과 얼굴 볼살의 윤곽선이 내 마음에 새겨진다. 학교 이야기가 끝난 아이는 잠시 나를 살피며 말한다.
"엄마, 근데 엄마 방 되게 좋다. 엄마처럼 포근해."
아이는 이불에서 연신 뒹굴거린다. 나는 책상으로 돌아 앉아, 하던 작업을 이어간다. 주로 가사 없는 음악을 틀어놓는다. 어느새 아이의 숨소리는 음악과 한 몸이 된다. 그 소리를 들으며 한 글자 한 글자 쓰며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한 걸음 한 걸음 점점 나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가듯이.
그 내면에 도달하는 순간, 나는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내가 된다. 오롯이 나로만 존재하는 몇 안 되는 순간이, 여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