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창문 틈으로 들어온 세계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 그 방의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바람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얇은 커튼을 흔들었다. 희미한 먼지들이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고, 낡은 이불 위를 가볍게 스쳤다. 그 방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름도 나이도 말할 수 없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는 대체로 침묵했고, 움직임은 느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은 잘 닫히고, 커튼은 자주 닫힌 채로 남았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불이 꺼지지 않았고, 어떤 날은 창문이 며칠간 굳게 닫혀 있었다. 밖은 계절이 바뀌고, 아이들은 자라고, 택배 상자는 다시 쌓였고, 누군가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에겐 모두 먼 일 같았다.
그 아침, 유독 맑은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바람은 익숙하지 않은 냄새와 소리들을 데려왔다. 빵 굽는 냄새, 이른 출근길 사람들의 말소리, 고양이의 울음,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의 웃음소리. 그는 눈을 떴다. 한동안 그대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불을 덮은 손끝이 아주 조금 떨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창가에 앉았다.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쳤고, 커튼이 살며시 뺨을 만졌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의 눈동자엔 오래 닫혀 있던 창문처럼, 먼지 낀 빛이 들어차 있었다. 이윽고 그는 창문을 닫았다. 다시 침대에 누웠고,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날의 바람은 방 안에 머물렀다. 마치 언젠가 다시 올 날을 기다리겠다는 듯, 아주 작고 고요한 숨결로. 세상은 매일 그 문 앞까지 바람을 보낸다. 속삭임처럼, 잊지 않았다는 표시처럼. 그리고 언젠가는. 그 바람이 누군가의 첫 발걸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