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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구지 Oct 03. 2022

확고한 컨셉, 확고한 방향.

NCT in the House


NCT in the house~!



나는 영웅 때 문명특급을 보고 NCT의 팬이 되었다. 그냥 도영님이 말을 너무 재밌게 하고 귀여워서 빠졌던 거 같다. 그리고 무대를 봤는데 잘생긴 남성들이 무도복 같은 것을 입고 춤을 추는데 노래도 좋고 안무도 멋있고, 그리고 이전 앨범들이나 노래, 무대 컨셉들이 지극히 내 취향이었다. 'NEO'컨셉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NCT는 체제부터 남다르다. '무한확장'. NCT의 체제를 설명하기 위해 팬들은 한동안 동아리에 비유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지금도 아이돌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NCT의 얘기를 하면 '그래서 쟤가 드림이야?'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토록 확실하게 신선했던 행보를 좇아 이들의 브랜딩에 집중해보자.




우선 체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보통 그룹 하나에 멤버 수가 정해져 있는 반면 NCT는 (이론적으로) 변동이 가능하다. NCT라는 큰 집합 안에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NCT 127', 청소년 연합팀인 'NCT DREAM',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Way V'까지 총 3팀과 현재 기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두 멤버가 있다. 그리고 이들은 연말이나 특정 앨범에 맞춰 각 팀의 멤버들이 섞여 유닛을 만들어 활동을 하는데 그 이름은 'NCT U'이다. 이 이름은 세 팀을 제외한 모든 유닛에 붙여지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같은 이름인데 멤버가 계속 바뀌는 기현상을 체감하게 된다. 그야말로 엄청난 기획 안에서 탄생한 그룹이라 볼 수 있는데 각 그룹마다 분위기 또한 특정되어있다. 요즘에는 개별 그룹처럼 활동을 하지만 데뷔 초반엔 이런 특성을 더욱 강조한 것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체제의 강점은 '멤버가 바뀌어도 브랜드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 아이돌 그룹은 멤버가 탈퇴하거나 활동을 중단할 때 그룹에 큰 타격이 온다. 하지만 NCT는 이미 변동을 특성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타 그룹에 비해 타격이 적다. (물론 현시점에서 보면 전혀 아니다. 각 그룹이 개별적인 그룹으로 인지되고 있고 무한확장 시스템을 반대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분석임을 참고해주기 바란다.) 하지만 그에 따른 큰 약점은 '각인시키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유닛과 그룹이 많은 만큼 대중들에게 멤버 하나하나 인지시키기도 어렵고 계속 바뀌는 유닛에 보는 사람이 헷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확실하게 이미지를 잡기 위해 시간이 걸린다. 아마 SM의 다른 아이돌들보다 인지도가 확실해지는 데에 시간이 더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번 자리 잡고 나면 해볼 수 있는 무대, 컨셉, 방향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식의 기획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NCT가 시간을 두고서라도 성장할 수 있던 큰 이유에는 뚜렷한 컨셉과 방향이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NCT 127의 곡들은 일명 '마라맛', '작두비트'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그만큼 흔히 생각하는 '아이돌스러운' 노래보다는 좀 신기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근데 중독성은 또 있고, 그러면서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다. 이 모든 걸 일컬어 '네오'라고 칭한다. 뭔가 힙하고 감각적이고 멋있다. 하지만 그만큼 대중성은 챙기기 어렵다. 마니악한 취향을 노리고 만든 컨셉과 곡들은 이미지를 뚜렷하게 만들도록 해주지만 광범위한 대중들에게 먹히기는 어려운 것이다. NCT라서가 아니라 원래 주류가 있으면 비주류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NCT는 걱정이 없다. 청소년 연합팀 NCT DREAM의 곡들은 청소년답게 청량하고, 활기차고 쾌활하다. 여름에 발매한 앨범들은 특히 아이돌을 잘 모르는 리스너가 듣기에도 편안하고 익숙하다. 그렇다고 마냥 대중적인 컨셉은 아닌 것이 어딘지 모를 힙함 몇 스푼에 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NCT라는 같은 이름을 달고 있는 그룹들은 127의 팬이나 DREAM의 팬이 서로를 몰라볼 수 없다. 각 그룹의 팬덤은 결국 NCT라는 큰 집합 안에 녹아들고 규모는 거대해진다. NCT를 모를 때 '그래서 몇 명이라는 거야?'라고 혼잣말을 하며 몇 번 찾아본 후 엄청난 기획력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이돌의 본질은 가수가 맞지만 그 외에 얹어져야 할 추가 요소들이 너무 많다. 대기업답게 그 시작부터 치밀하게 짜 놓은 기획과 컨셉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덕분에 소비자로서 멋있는 무대, 좋은 음악, 다양한 컨셉과 디자인들을 맛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


아이돌은 고정된 상품이나 서비스 같은 재화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초반의 컨셉이나 이미지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바뀐다. 밟아온 행보들을 거름 삼아 더 구체적이고 깊은 서사를 가지고 또 무대를 하고 노래를 낸다. 나이를 먹으며 어릴 때 했던 무대와는 다른 무대를 하고 얼굴도 바뀌고 목소리도 바뀐다. 팬들은 그런 '갭차이'마저 사랑하지만 그만큼 물 밑에선 끝없는 트렌드 조사와 리서치, 재정비 등의 무한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하지만 본질을 잃지 않는 컨셉과 방향이란 뭘까. 역시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NCT는 그 변화들을 잘 수용하고 적응해 활동 중이라고 생각한다. (반대하는 의견은 당연히 있겠지만 크게 어그러진 느낌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모르는 새에 이들의 이미지가 미묘하게 바뀌었는데도 크게 체감하지 않고 잘 즐겼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건 일관성의 유지다. 노래, 안무, 무대에서 뮤직비디오, 트레일러, 앨범 디자인, 콘서트, 행사, 온라인 서비스, 유튜브 자체 컨텐츠, 챌린지, 개개인의 SNS 활용까지 쭈욱 잇다 보면 이 모든 걸 관할하는 것은 머리가 터질 수도 있는 일이구나 싶다. 그럼에도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여 매 앨범마다 컨셉을 잡고, 디자인을 하고, 그에 맞는 스케줄과 영상 제작, 마케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큰 탈 없이 활동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으로 들어서며 쇼츠나 틱톡 챌린지의 활용도가 높아졌고 그룹의 개별성만이 두드러지기 전에 온 멤버를 모아 합동 컨텐츠 영상을 찍는 등의 선택들은 모두 세밀한 리서치를 통해 결정한 것들일 터다. 그게 바로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해서 열정을 불태우는 중이다.


구체적인 디자인들에 대해 덧붙이자면 앨범도 다 다른 컨셉이지만 모아놓고 보면 한 그룹에서 나온 게 티가 나고, 그때마다 새로운 것도 장점이다. 아마 앨범 판형에 계속 변화를 주기 때문에 디자인의 차이보다도 금방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키노 버전, 구형 CD 케이스 버전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다 모아야 만족스러울 것 같지 않나. 거기에 앨범 구성품도 비슷한 행보를 밟지만 부속품의 판형이나 세부 구성을 바꾸어 지루하지 않게 조율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특히 요즘은 예전의 하드커버 박스나 CD가 중점인 덮개 구성의 앨범보다 CD가 끼워진 책 제본 형태의 앨범이 트렌드이기 때문에 구성품이나 판형의 중요도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전 형태의 앨범은 열고 닫고, 북클릿을 빼서 보고 다시 끼워 넣는 등의 실질적인 행동 유도가 만족감을 선사하는데 제본 형태의 앨범에선 책을 펼쳐보는 행동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앨범들을 모아놓고 열어보며 차별화된 전략들을 뽑아보는 재미가 있다. 부가적으로 유튜브 또한 요즘 아이돌들의 덕목이라 할 수 있는데 단순히 사랑으로 관찰하게 되는 영상보다도 유튜버나 게임 스트리머의 영상을 편집하듯 컨텐츠를 잡고 액기스만 뽑아 재밌게 편집해야 조회수가 터진다. 워낙 많은 영상이 공급되기 때문에 적당한 재미로는 기존 팬들밖에 붙잡지 못하기 때문에 요즘 아이돌들은 유튜버도 겸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다. 소비자에겐 정말 좋은 일이다. 볼 영상들이 넘쳐나니까. (재밌게 보겠습니다.)




내가 근 몇 년 동안 좋아해 온 NCT의 체제와 방향들에 대해 거시적으로 글을 써봤다. 구체적으로 한 앨범을 잡고 뭐가 좋고 뭐가 아쉬운지 설명하면 끝이 없겠지만 이런 세부적인 컨텐츠는 차후로 미루고 전반적인 기획들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었다. 사실 친구 하나 붙잡고 이게 좋고 저게 좋아~ 하며 한을 푸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지만 정제된 글로 써내는 것은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한 것이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정도의 긴 이야기를 들어주라고 하기에는 양심이 조금 찔리는 것도 있다. 머릿속에 있던 내용들을 우르르 풀어놓은 이번 글은 좀 두서 없는 감이 있지만 각오하고 발행해본다. 개인적으로 앨범 디자인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이니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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