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대 기행
동해 바다로~가 아니라 저 먼 우주로
퇴직하고 이웃들을 모아 한 달에 한 권 책을 읽고 토론하는
소위 독서 토론회를 2년 여 이끌고 있다.
회원 중 한 분이 남달리 우주에 대한 관심이 커 코스모스(칼 세이건)라는
책을 읽고 토론한 게 계기가 되어 내침 김에 천문대 견학을 신청하고
인근 휴양림도 1박 2일로 예약해 두었다.
오래전 읽은 책 중에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라는 제목이 늘 뇌리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내용은 아마도 천문학자가 조선 왕조 실록의 천문 기록을
오늘의 천체 과학으로 검증하고 그 정확성에 감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은퇴하고 자리 잡은 경기도 외곽의 전원주택은 강원도 산골만은 못해도
밤이면 제법 사방이 어두워 밤하늘의 별들을 육안으로도 족히 수십 개는
헤아릴 지경이다.
요즘은 코스모스를 읽은 때문인지 저녁이면 올려다보는 밤하늘이 예사롭지 않다
가로 세로가 각기 수백억 광년에 138억 년의 시간이라는 캔버스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하루 중 대부분을 손바닥 반만 한 스마트 폰 화면에 묶여 지내다 보니 어느새 목을
뒤로 져지는 일에 불편해진 몸을 느낀다. 고개를 제친 김에 어깨도 펼쳐 본다
왠지 모르게 뭔가가 넓어지는 기분이다
베니비부머인 우리 세대는 당대는 드물었지만 적지 않은 주변 지인들이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낸 경우가 드물지 않다
몇 해 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우주선 발사체 회수에 성공한 이래 우주여행이
성큼 곁으로 다가 온 느낌이다. 이미 대기권 밖 무중력 체험 여행은 고가임에도
대기자가 줄을 선 상태이고 달나라와 목성의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다
아마도 손주들이 지구 외의 다른 행성으로 이주 가는 모습을 죽기 전에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팽배하는 요즘이다.
해서 친구들에게 "자녀는 해외로, 손주는 우주로"라는 농진반진 우스개를 건네곤 한다
천체 망원경으로 직접 달의 분화구를 보고 목성의 고리를 확인한다면 창백한 푸른 점으로
묘사한 지구에 살고 있음을 더 실감할 수 있을 듯싶다
그 점 하나에 80억이 모여 아웅다웅하다니...
자주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나와 이웃에게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해서 초등학생 때의 소풍 전날만큼 설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