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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mond 달몬트 May 28. 2023

꿀맛 같던 '꿀대구'

스페인식 대구그라탕 Bacalao gratinado con alioli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한다면 시장에서 한 번쯤은 아니 여러 번 마주치게 되는 생선, 대구. 소금이 잔뜩 묻어 그 생김새가 본디 어땠는지 알기 힘들 정도다. 말라서 부피가 한껏 쪼글아들어있음에도 그 위용이 남다른 느낌.


포르투갈 포르투 Bolhão 시장 근처를 걷다가 마주친 마른 생선. 걷다가 상점으로 들어가 바깥에 걸린 하얗게 마른 생선이 무엇이냐고 사장님께 물었다.

"바칼랴우bacalhau"





매대에는 바캴.. 어쩌고 하는 글자가 없어 어리둥절해하니, 안경을 추켜올리시곤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셨다. 작고 주름진 손을 펼쳐 큰 대구 한 마리 이곳저곳을 가리켰다.

"머리 부분은 Cabeza, 등심은 Lombo, 꼬리는 Rabo. 등심 쪽이 가장 맛있어. 살이 부드러워서 구워도 쪄도 맛있거든. 꼬리는 단단해서 튀김으로 먹고."

염대구를 직접 만드시냐고 묻자 사장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사실 발효는 전 세계 공통으로 인류와 역사를 함께해 왔지만, 수산업이 활발했던 노르웨이는 수산물의 저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금으로 절인 생선이나 말린 생선을 바이킹 시대 이전부터 수출해 왔다. 또한 춥고 어두운 북쪽 땅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오래 보존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절실했기에 자연스럽게 염장과 발효 식품의 긴 역사를 갖게 되었다.
신하늘, 노르웨이의 시간(한즈미디어)

염장대구는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많이 먹는 흔한 식재료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이미 염처리를 마친 상태로 수입되는 식재료입니다. 특히 노르웨이는 바이킹 시대부터 대구잡이, 가공으로 유명했습니다. 대구를 먼 곳까지 수출하기 위해 소금을 뿌려 물기를 빼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최종적으로 수분 48% 이하까지 낮추는데 이렇게 만든 염대구를 남유럽 특히 포르투갈, 스페인으로 수출해 왔습니다.

염장 대구를 먹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사나흘 정도 물을 계속 갈아 주며 불리면 짠맛이 사라지고 쫀득한 식감을 사진 일품 재료가 된다. 익히지 않고 그냥 썰어 회로 먹을 수도 있고, 에스케샤다 esqueixadas처럼 식초와 올리브유를 넣고 각종 채소와 함께 새콤달콤 무쳐 먹는 것도 좋다. 굽거나 찌거나 튀기거나, 뜨거운 올리브유에 천천히 익히거나 우유와 버터를 넣고 끓이거나, 저미거나 으깨거나 통으로 먹거나. 크로케타 croqueta나 엠파나다 empanada 속에 채워 넣거나. 감자 퓌레와 함께. 토마토소스와 함께, 꿀이나 달콤한 과일과 함께. 헤밍웨이니 피카소니 하는 사람들이 가장 사랑했다던 스페인 음식도 바로 이 달콤한 대구 요리.
천운영, 돈키호테의 식탁:돈키호테에 미친 소설가의 감미로운 모험(아르테 arte)

포르투갈, 스페인 지역에서는 대구를 사용하는 음식 조리법이 1000가지가 넘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식재료입니다.

따뜻하게 예열된 기름에 향신채와 함께 천천히 익히는 방식, 야채와 볶거나, 소스와 함께 오븐에 굽는 요리 등등. 대구그라탕도 이 수많은 대구요리 중 하나입니다. 그라탕하면 프랑스음식처럼 들리지만, 스페인에서는 오븐에 넣고 조리한 음식을 그라티나도 gratinado라 합니다. 특히 스페인 북부지역에서 많이 먹는 음식으로 바스크지역이나 카탈루냐 지역에서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딱딱하게 굳은 바칼라오는 물에 최소 3일간 담가 짠기를 빼고 수분을 채워줍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타카테리나 시장에 가니 이미 탈염을 마친 바칼라오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염장 대구를 먹기 좋게 조리하기 위해서는 3일~4일 정도 소금기를 빼주는 탈염과정이 필요합니다. 먼저 흐르는 물에 소금기를 깨끗하게 씻어낸 뒤, 물에 담아 냉장고에 3일 정도 넣어둡니다.

/ 이때, 물은 8시간마다 깨끗한 물로 갈아주어야 합니다.




3일이 지나니 소금기는 완전히 빠지고 단단한 살에 수분이 들어차 마치 생대구살처럼 말랑합니다. 이렇게 탈염을 마친 대구는 여러 요리에 활용됩니다.

한국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꿀대구 요리. bacalao gratinado con Alioli 알리올리소스를 얹은 대구 그라탕입니다. 촉촉하게 조리된 대구 아래는 토마토잼 Mermelada de tomate, 위로는 올리브유를 사용한 갈릭마요 알리올리 Allioli/Alioli 소스가 얹힙니다(카탈루냐 지역에서는 Allioli, 나머지 스페인 전역에서는 Alioli라고 합니다) 풍성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알리올리 소스는 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사라집니다. 그럼 꿀대구 함께 만들어볼까요.



꿀대구



//재료

대구

+

[토마토잼]

토마토 300g

설탕 1.5T

고춧가루 1.5T

레몬즙 1T

꿀 1T

올리브유 1T


[알리올리소스]

올리브유 200ml

달걀 1

마늘 2알

소금 0.5t



[토마토잼]


칼집 낸 토마토는 끓는 물에 20초 ~ 30초간 데쳐준 뒤 껍질을 벗겨줍니다.








껍질을 벗겨 작게 깍둑 썬 토마토에 레몬즙, 설탕, 꿀, 고춧가루, 올리브유를 넣고 중불에서 20분간 끓여줍니다. 수분이 날아가 소스처럼 졸여지면 불을 끄고 따로 식혀둡니다.


[알리올리소스]

알리올리소스는 올리브유로 만드는 갈릭마요입니다. 올리브유에 마늘, 소금, 달걀을 넣은 뒤 핸드믹서로 뻑뻑해질 때까지 저어주세요. 간단하죠?

대구 표면에 물기를 닦은 뒤 소금을 뿌리고 그 위에 알리올리소스를 얹어줍니다.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 대구를 넣고 10~12분간 구워주시면 됩니다. 대구 두께에 따라 오븐에서 굽는 시간은 조정해 주세요 :)

자세한 조리과정은 유튜브에 영상으로 업로드해 두었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 @dalmond__

유튜브 달몬트 | dal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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