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by 취향

겨울의 중간, 1월 낙산공원 근처.


만나기로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내가 있는 장소에 그가 도착했다.

도착했다는 그의 전화에 휘몰아치는 추위와 함께 떨리는 감정이 증폭되었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보이는 그를 먼저 발견했다.

내가 먼저 발견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연애의 기술과 같은 것은 문외한이었기에

그저 만남이라는 설렘만을 지닌 채 그 감정에 집중했다.


그와 내가 '우리'로 처음 만나는 날이다.


.


횡단보도 중간, 날 마주한 그가 웃으며 손을 잡았다.


'춥지?'


숫기가 없다던 그는 그 문장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솔직했다.

그가 우려했던 모든 수줍음이 나에게로 도착해 있었다.


.


내가 짓는 표정을 신기해한다.

내가 하는 말은 멜로디 같다며

반짝이는 언어로 날 바라본다.


그가 잠깐씩 가까워져

자신의 손끝으로 내가 내놓은 살결을 어루만질 때면

온몸의 감각이 그곳에만 놓여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우리의 모든 처음을 온 힘을 다해 기억하고 싶었다.


.


방향마다 새롭던 낙산공원의 야경을 무대 삼아

부드러운 눈빛과 입술로 날 흔드는 그에게

나도 모르는 성숙한 연애를 운운해 본다.


공원의 가장 높은 곳, 노란 불빛의 가로등 아래.


기억나지 않을 내 이야기를 떠들다

펜스에 기대 날 돌아보며

내 이야기를 듣는 그의 모습을 훔쳐본다.


낙산공원의 어떤 장소에서도 은밀한 상상이 가득했다.


.


‘내 여자친구가 되어 줄래?'라는 뜻의 물음에는 승낙하지 않았다.


오늘은 첫 만남과 첫 키스를 나눈 날로만 기억하고 싶었다.


이전 01화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