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수리마수미 Jul 09. 2024

탕! 탕! 후덜덜덜

그림을 그리러 온 아이들이 쉬지 않고 탕!! 탕!! 후르르 노래를 부른다.  노래만 부르면 양반이다. 한 쪽에선 제 흥에 못 겨워 벌떡 일어나 춤까지 선보인다. 요즘 한 창인 챌린지라는데 온 국민 당 올리는 탕후루가 난리더니 이젠 노래까지 나와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나 보다.


새콤달콤 과일에 설탕 범벅 해 놓았으니 그 얼마나 달달할까? 나 역시 탕후루 맛에 혹가 길게 선 줄 합류하여 받아든 탕후루를 입천장 까지는 줄 모르고 아작아작 씹으며 해치운 적이 있다. 그런데 요것이 먹을 때는 도파민이 폭발하여 세상 짜증 다 잊지만 그 후가 좀 그렇다. 내 팔뚝보다 더 긴 뾰족한 꼬챙이에는 설탕이 녹아 붙어 찐득함이 가득하고, 요것을 버리자니 길거리에 휴지통 찾기 쉬운 시절도 아니고, 운 좋게 버릴만한 쓰레기 봉지라도 발견한 날에는 이 길고 찐득한 꼬챙이를 바늘방석 바늘 꽂듯 쑤욱 꽂아서 버렸는데, 이 사람 저 사람 그렇게 꽃꽂이 하듯 내다 버린 탕후루 꽂이는 순식간에 한 마리에 거대한 쓰레기봉투 고슴도치가 되기도 한다. 어찌 됐든 쓰레기통에 버렸으니 내 할 일은 다했다며 입가에 남은 설탕 부스러기들을 닦아낸다.


새벽, 탕후루 고슴도치가 서방을 공격했다. 

더워지는 날씨에 두세 겹씩 끼던 장갑을 벗어던진 게 화근이었다.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하다 보니 삐죽 나온 탕후루 꽂이가 쓰레기봉투에 숨어있는 걸 모르고  꽉 잡아들어버리다 손바닥 정중앙에 훅 하고 꽂혀버렸다. 차라리 눈에 보이는 상처는 동정이라도 얻지, 이건 쑤욱 하고 살 속으로 꽂혀버린 상처라 온 팔이 아리고 손을 쥐었다 폈다 못할 정도인데도 마누라조차 별일 아닌 것처럼 취급하니 서방은 억울하기만하다.


아이들의 탕후루 노래를 들으니 문득 며칠 전 탕후루 꽂이에 찔린 서방 일이 생각났다. 집에 가 남편의 손을 펼쳐보니 퍼런 피멍이 가시지 않은  손바닥 중앙, 시커멓게 아물어 가는 탕후루 꽂지 자국이 점처럼 박혀있다. 소독을 하고 약을 바르니 제법 잘 아물었다며 손바닥 펼쳤다 오므렸다 하는 남편의 무해한 미소가 무심했던 나의 모습을 부끄럽게 만든다. 


와그작 깨어 물으면 눈 녹듯 사라지는 다디단 탕후루, 이제 나는 너만 보면 후덜덜해 진다.


작가의 이전글 종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