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양품 출근 3일차
1지망 대학에 떨어지고 차순위 대학에 입학한 나는 마음에 삐딱선 하나 깊게 긋고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곧 떠날 거니까...’
다가가지 않았고 다가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새내기 시절 추억이 별로 없다. 시간표도 혼자 짜고
수강신청도 혼자 했다. 혼자 수업 듣고 과제하고 도서관 가고 밥을 먹었다. 티 나게 밀어내는 데도 다가와 말 거는 사람들이 있더라.
“선영아 밥 먹자.”
“밥 먹었는데요.”
“그래도 또 먹어.”
“배 부른데요.”
“그럼 그냥 식당만 같이 가자. 혼자 먹기 싫어서 그래.”
“뭐 해?” (보면 모르냐.)
“무슨 책 읽어?” (그건 알아서 뭐 하게?)
“교양 숙제 다 했어?” (너랑 나랑 교양 다르거든.)
“노래방 갈 건데 너도 갈래?” (우리 별로 안 친하거든.)
“우리끼리 모임을 만들었는데... 여자 회원은 안 받기로 했거든. 그래도 너는 특별히 받아주기로 했어. 들어올래?” (늦깎이 신입생끼리 만든 친목 모임이었음)
“나를요? 왜요?”
“밥도 같이 먹고, 공부도 같이 하고... 모임 이름도 지었다. 기왓장이라고.”
“푸하하. 이름이 별로라 안 들어갈래요.”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어디에나 속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전과생은 전과생끼리, 편입생은 편입생끼리, 늦깎이 신입생은 늦깎이 신입생끼리.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은 끼리끼리 무리를 짓더라. 그들은 자주 나를 무리에 끼워줬다.
‘왜 그랬을까? 왜 그랬지?’
까칠했던 신입생 시절을 떠올리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창업보육센터 입주식 안내 문자를 받은 날, 해당 메시지를 캡처해 저장했다. 그저 설레고 좋았다. 대학 신입생 시절이 다시 한번 찾아온 것 같은 느낌. 오래전 마음에 그었던 삐딱선을 비로소 슥슥 지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았다.
이름도 얼굴도 가물하지만 그 시절 말 걸어 준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때 말 걸어 주어 고마웠어요. 나도 그대들처럼, 먼저 다가가고 말 거는 사람이 되어 볼게요. “
창업보육센터 입주 3일 차
나의 다짐=먼저 말 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