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담론을 위한 첫 번째 제언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자. 성적상 상위권인 학생, 중위권인 학생, 하위권인 학생들은 다음 시험의 목표 점수가 엄연히 다르다. 상위권 학생들은 다음 시험에서 100점을 맞고자 할 것이며, 하위권 학생들은 더 낮은 점수를 목표로 할 것이다. 그렇기에 성적대별로 추천하는 교재, 강의 커리큘럼은 엄연히 다를 것이며 주변인 모두가 단계적으로 성적 향상에 꾀하라고 추천할 것이다. 6등급 학생에게 최고난도 문제들만 기재돼 있는 문제집을 추천할 사람은 없다. 이외에도 헬스, 외국어시험 등 모든 영역에서 사람들은 단계적으로 향상을 꾀하고, 이에 맞는 루틴, 교재, 강의를 취사선택한다.
하지만, 자기계발 담론에서 수요자 측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적인 꿈보다는 단계적으로 목표로 설정함에도 공급자 측은 삶을 관통하는 몇 가지 수칙 또는 무일푼으로 부자가 되는 등 단계적 목표와 배치되는 이야기만을 꾸준히 강조한다. 자기계발서의 홍보 문구들은 이 책을 읽고 실천으로 옮기기만 한다면 하루가 바뀌고, 1년이 바뀌고, 인생이 달라진다는 듯 부끄럼도 없이 저서의 논지를 찬양한다.
자기계발 담론 또한 콘텐츠로서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품의 형태를 띠고 있기에 단점은 더욱더 부각된다. 유튜브의 등장은 이러한 경향을 부추겼다. 썸네일과 같은 단편적 이미지와 몇 초에 불과한 영상의 일부분으로 사용자들의 선택이 좌우되는 유튜브에서 많은 채널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강조해 시청자에게 위기감을 조성하고, 단순하고 자극적인 메시지를 던지기에 급급하다. 또는 웃음으로 승부를 보기도 하는데 이는 타인에 대한 희화화와 조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향성 때문에 디테일한 도움을 원하는 많은 이들이 자기계발 담론에서 적절한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뉴진스의 해린은 자신의 아이돌 지망생 시절 안무 영상을 보며 말한다.
사실 그때 해린이는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근데 지금 보면 왜 저기까지 동작 안 하지? 저도 약간 답답해요.
많이 발전했습니다. 사실 무기력하지 않았어요.
저는 열정적으로 추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의 저의 열정은 되게 그랬나 봐요.
한 끗 차이는 정말 많은 것을 결정한다. 익히 알다시피 안무가에게는 손끝, 축구선수에게는 발끝, 번역가에게는 사소한 단어 선택 하나가 그들의 커리어를 결정한다. 이런 사례는 정말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매일같이 노력하는 사람들도 이 한 끗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더 나아가 과연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 본인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이만하면 됐지’라는 생각의 한계선에 다다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런 수요자에게도 도움을 주기엔 지금의 자기계발 담론은 너무 단순하거나 포괄적인 이야기만 반복하는 것 아닌가?
바람직한 자기계발 담론이란 이제 막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앞 문단에서 말한 이들을 대상으로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시작하는 방법과 ‘한 끗 차이’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아우르는 다층적 담론으로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모든 수요층을 아우르는 일종의 자기계발 커리큘럼 혹은 성공을 위한 친절한 내비게이션이 형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