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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ihnK May 02. 2024

레슨 시작

2022년 9월 1일.

테니스를 시작한 첫 날이다.


그 날이 오기 몇 달 전부터 9월 1일에 딱 시작하자고 몇 번씩 말해왔다. 후배의 남편이 다니던 그 테니스장, 그 시간을 그대로 다니고 싶어서 미리 시간을 잡아두고, 그날 딱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테니스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고, 가까운 지인 중 그가 테니스를 배우는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일단 시작을 해보기로 하고 큰 준비없이 테니스장에 갔다.


살이 너무 쪄서 맞는 운동복 찾는 것도 힘들었다. 몇 년 캐캐묵은 바지에 아무 티셔츠나 입고 신발은 배드민턴화를 챙겨갔다. 오전 10시 20분 레슨인데 너무 늦게 출발해 10시 16분쯤 도착해서 겨우 시간 맞춰 들어갔다. 주차장이 부족해서 주차를 못해서 애가 탔다. (나중에는 적당히 이중주차 하는 법을 찾았다.) 네비게이션이 정문이 아닌 쪽을 안내해줘서 입구도 못 찾고 허둥지둥거리다 이 다니는 동생에게 전화해서 겨우 찾아 들어갔다. 라켓은 대여용으로 구비된 것 중 가벼운 것 하나를 골라잡아 쳤다.


레슨비는 4주(1달)를 기준으로 당시에 주2회 22만원, 주3회 30만원, 주5회 52만원이었다. 후배는 매일 운동하는 것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매일하자고 제안했다. 52만원. 적은 돈이 아니었다. 레슨비 때문에 적지 않게 고민을 했지만 배드민턴 레슨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자면 레슨은 자주 받을 수록 몸이 금방 기억하여 전에 배운 내용을 잊지 않는다. 매일 쳐야 익숙해질 것 같았다. 일단은 해 보다 힘들면 줄이기로 하고 일단 매일 레슨을 받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준비시켜 아이 아빠 편에 유치원을 보내고, 곧바로 설거지 한번 하고, 준비해서 집을 나서면 시간이 딱 좋았다. 규칙적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20분 밖에 레슨을 안 해준다는 말에 좀 놀랐다. 겨우 20분 배워서 뭐가 남긴 하나? 첫 시간에 깨닳았다.


'더 하면 힘들어서 못 하는구나!'


원칙은 '레슨 20분+ 머신 개인 연습 20분'인데 레슨을 받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머신 더 칠 힘이 없었다. 집에 가면 매일 밤 끙끙 앓았다. 온몸에 알이 베겼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레슨을 못 받으면 월 2회까지 보강을 해준다고 했다. 아이가 아파서 레슨을 못 나간 적이 있는데 그럴 땐 보강 시간을 연속 두 타임 잡기도 하고, 저녁 타임에 한번 더 치러 가기도 했는데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 남편에게 농담으로 보강 안 받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은


'돈이 썩어 나네.'


라고 했다. 그럴 것이 52만원÷20회=26,000원 이라고 생각하니 아깝긴 했다. 그래 힘들어도 하긴 해야지. 매일 매일 테니스를 치니 살이 2주만에 2~3kg 금방 빠졌다. 대신 레슨 받을 때마다 눈 앞이 하얗게 핑 도는 현상과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터져서 죽을 것 같은 경험을 했다.


테니스가 힘든 걸까. 내 몸이 힘든 걸까.


일단은 버티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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