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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ihnK Jan 11. 2024

끝이 있다면 시작도 있는 법

2008년부터 시작한 직장 생활을 14년 간 지속하다 2022년에 끝을 맺었다. 시원하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한 마음을 가지고, 일단은 머릿속을 비우고 하고 싶은 일과 육아, 집안일 이렇게 세 가지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문득, 내 체력이 너무 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출산 후 약 15kg 정도 불어난 살 때문인지 아니면 운동을 너무 안 해서인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계단 몇 개만 올라도 숨도 너무 차고, 다리도 너무 아팠다. 피부도 좋지 않았고, 몸도 많이 부어 있었다.


 '운동을 시작해야겠. 그렇지 않으면 큰일이 나겠어.'





고등학교 때까지 체력검사를 하면 '1급' 아니면  '특급'이 나올 도로 운동 신경이나 체력이 나쁠 것 없는 젊은 시절이었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건강검진을 해도 항상 결과가 좋았고, 마른 체형이었기에 건강에 자신감이 높았다.


20대 중반쯤에 배드민턴을 쳤었다. 가족, 친구들과 공원에서 치는 배드민턴 말고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우연히 국가대표 출신 실업 배드민턴 선수를 아들로 둔 코치님께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6~7년 정도 배드민턴 레슨을 계속 받았었다. 어느 날에는 배드민턴 동호회를 만들고, 회장까지 하기도 했었다. 거의 매일 저녁마다 배드민턴을 두세 시간씩 쳤다. 거의 대부분의 평일이 출근할 땐 정장이었으나 귀가할 땐 배드민턴복이었다.




33세,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임신과 출산을 하며 1년이 넘도록 배드민턴을 쉬었다. 아이가 좀 커서 어린이집을 가게 되면 배드민턴을 다시 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라켓 가방도 새로 사고 운동화도 새로 샀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사회적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운동을 하고 싶어도 당시에는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던 시절이라 함부로 운동을 시작하기가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주로 집안 생활만 계속하게 되었다.


그때는 육아 휴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이가 어렸지만 남편이 혼자서도 아이를 잘 돌보았기 때문에 남편이 퇴근하면 저녁을 간단히 먹고 운동을 다녀오기에 괜찮았다. 동시에 육아휴직 중인 친한 이웃과 집에서 가까운 요가원을 다니게 되었다.


그 요가원은 바로 집 근처라 걸어 다니기에 적당했고, 요가만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고 다양한 강가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여러 강좌 중에서 나의 잃어버린 코어의 힘을 찾기에 필라테스가 아주 적당하게 느껴졌다. 마음 같아선 진짜 오래오래 배우고 싶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실내 운동이라 안 그래도 답답한데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하자니 땀도 많이 나고 힘들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요가매트를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것도 좀 찝찝하게 느껴졌다. 그런 데다가 강사선생님이 흡연을 하고 수업을 해서 그 냄새도 싫었다. 그러던 중 요가원이 자꾸만 코로나19를 핑계로 문을 닫았다. 아주 폐업하는 것은 아니었고, 휴원이었는데 코로나19를 핑계로 아무 때나 무기한으로 한 달 두 달씩 하다 보니 운동의 맥이 끊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가족들의 걱정으로 결국엔 그만두게 되었다.




운동을 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내 몸이 내 힘에 부쳤다. 그냥 걷고, 앉는 것도 힘이 들 정도였다. 몸무게는 비만까지는 아니지만 과체중이었고, 근육량은 아주 많이 부족했다. 헬스장도 다녀봤지만 너무 재미가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마냥 그 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 친 후배의 남편이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귀가 솔깃했다.


 "테니스는 어때? 재밌어?"

 "네. 재밌는 것 같아요. 골프랑 테니스를 같이 시작했는데 골프는 재미없어서 그만두고 테니스를 꾸준히 하려고요."


어릴 적 아버지가 테니스를 치시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예전에는 실내코트가 전무하던 시절이었기에 테니스를 치는 아저씨들 모두 얼굴이 새카맸다. 고등학교 때 테니스부 친구들 얼굴도 정말 새카맣게 그을린 것을 보았기 때문에 테니스는 절대 못 할 운동으로 여겼었다.


 "제가 다니는 곳은 실내코트인데 층고도 높고 좋아요."


'실내라고?'


세상이 참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실내코트라면 말이 다르다. 갑자기 테니스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친한 후배도 당시 육아휴직 중이었는데 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테니스 아니면 골프를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기왕 시작하는 거 함께 하자고 나를 설득했다. 친한 사람과 함께 시작하면 더 꾸준하게 다닐 거라는 생각에 일단은 그러자고 하고 고민했다. 테니스와 골프 중에 선택을 하자니 마음이 테니스로 기울었다. 골프는 경험한 적이 있는데 내 체질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렇게 테니스와 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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