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 해가 개이더니
흙 한더미가 무너졌다
내장처럼 드러난 개미집
갑자기 환해진 미로 속에서
말없이 제 일만 하는 놈
살살 사기 치고 돌아 다니는 놈
시퍼런 칼날에 핏물 뚝뚝 흘리고 다니는 놈
독재한다고 핏대 올리는 놈
성희롱한다고 길길이 뛰는 놈
그걸 입에 침 튀기며 보도하는 놈
저 잘낫다고 턱 쳐들고 다니는 놈
개미집 가만히 들여다 보면
모두 오십보 백보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 타고 본 지구
한줌 푸른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