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성
송주성
한낮의 제비는 제비 소리에 따라잡히지 않으며 날아가
탄환이 통과한 뒤 음향이 공기를 찢듯
한밤중에 지난날들은
낯선 얼굴로 찾아와 나를 불러 일어나 앉혀
책상 위 달력에서는 이미 온 날들이 아직 오지 않은 날들 옆에서
절대로 오지 않을 허공의 날들을 우두커니 쳐다봐
벽의 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은 어느 곳의 그림을 그리고
제스처의 유령들, 반은 여기 있는 몸,
반은 여기 없는 몸으로 저편에
도래하지 않은 나머지 절반을 가리켜
창밖에 지금 사라지는 별에서는 그 별의 마지막 별빛이 출발하겠지
오지 않았던 저편에 가면 떠나온 저편이 텅 비었을 거야
차를 놓친 뒤 그게 막차였음을
떠난 뒤 사랑이었음을
시간이 끝나도 끝나지 않아서
못다 한 말이 절반, 못다 한 사랑이 절반이며
그 나머지 절반들이 있는 곳을, 우리 뭐라고 부르지? 라투로아카잔
출발만 있고 도착이 없는 곳으로 나는 오래 걸어 왔지만
텅 빈 뒤쪽 절반의 저편에서 오래전 출발한 별빛과 같이
너는 웅크린 내 등뼈 속 집어넣은 손으로 다가와
거짓말처럼 우리는 또 태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일어나고
아직 미완의 나의 죄를 미리 용서한 눈빛으로
여기는 언제나 절반이 전부라고
너는 속삭이겠지, 라투로아카잔, 이렇게
없으므로 모든 없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이름을 부르면
비춰주겠지? 그림자극처럼, 바람의 손가락 사이로
예전의 너의,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너의, 결코 볼 수 없는 너의
고운 머릿결 쓸어넘기는 모습
끝내 도래하지 않을 저편에서
절반의 이쪽이
눈부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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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ree Essentials of Things
①제스처의 유령들은 반은 여기 있는 몸이고 반은 여기 없는 몸이다.
②시간이 끝나지 않은 순간, 못다 한 말이 절반이고 못다 한 사랑이 절반이었다
③여기는 언제나 절반이라고 제스처의 유령은 속삭인다
2 Analysis by m&s
----ⓜ(metaphor) ----ⓢ(statement) ----ⓢ’(simile)
∙한낮의 제비는 제비 소리에 따라잡히지 않으며 날아가----ⓜ
∙탄환이 통과한 뒤 음향이 공기를 찢듯 한밤중에 지난날들은 낯선 얼굴로 찾아와 나를 불러 일어나 앉혀----ⓢ’
∙책상 위 달력에서는 이미 온 날들이 아직 오지 않은 날들 옆에서 절대로 오지 않을 허공의 날들을 우두커니 쳐다봐----ⓜ
∙벽의 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은 어느 곳의 그림을 그리고----ⓜ
∙제스처의 유령들, 반은 여기 있는 몸, 반은 여기 없는 몸으로 저편에 도래하지 않은 나머지 절반을 가리켜----ⓜ
∙창밖에 지금 사라지는 별에서는 그 별의 마지막 별빛이 출발하겠지----ⓢ
∙오지 않았던 저편에 가면 떠나온 저편이 텅 비었을 거야----ⓢ
∙차를 놓친 뒤 그게 막차였음을----ⓢ
∙떠난 뒤 사랑이었음을----ⓢ
∙시간이 끝나도 끝나지 않아서 못다 한 말이 절반, 못다 한 사랑이 절반이며----ⓢ
∙그 나머지 절반들이 있는 곳을, 우리 뭐라고 부르지? 라투로아카잔----ⓢ
∙출발만 있고 도착이 없는 곳으로 나는 오래 걸어 왔지만----ⓢ
∙텅 빈 뒤쪽 절반의 저편에서 오래전 출발한 별빛과 같이 너는 웅크린 내 등뼈 속 집어넣은 손으로 다가와----ⓢ’
∙거짓말처럼 우리는 또 태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일어나고----ⓢ’
∙아직 미완의 나의 죄를 미리 용서한 눈빛으로 여기는 언제나 절반이 전부라고 너는 속삭이겠지, 라투로아카잔, 이렇게----ⓢ
∙없으므로 모든 없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이름을 부르면 비춰주겠지? 그림자극처럼, 바람의 손가락 사이로----ⓢ’
∙예전의 너의, 그리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너의, 결코 볼 수 없는 너의 고운 머릿결 쓸어넘기는 모습----ⓢ
∙끝내 도래하지 않을 저편에서 절반의 이쪽이 눈부시도록 ----ⓢ
----ⓜ(4) ----ⓢ(10) ----ⓢ’(3)
**제스처: ①말의 효과를 더하기 위하여 하는 몸짓이나 손짓.
②마음에 없이 남에게 보이기 위한, 형식뿐인 태도.
3 Comment
이 시에서는 메타포가 4개 진술이 10개 직유가 3개였습니다. 시의 전반부는 메타포로 주조를 이루다가 후반에는 거의 진술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지내고 있는 시간은 통상적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누구나 생각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시인은 유령의 몸짓을 통해 우리의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 세 가지로 시적 상상을 있습니다.
시인은 과거는 이렇게 보았습니다. ‘과거는 공기를 찢듯이 낯선 얼굴로 찾아온다/달력의 과거의 날들은 미래의 오지 않을 허공을 날을 쳐다 본다/지금 사라지는 별에서는 그 별의 마지막 별빛이 출발했다
현재는 이렇게 보았습니다. ’현재는 한낮의 제비처럼 날아간다/마지막 놓친 막차는 과거였고 그건 사랑이었다/지금 생각해보니 못다 한 말이 절반이고 못다 한 사랑이 절반이었다/출발만 있고 도착이 없는 미래로 오래 걸어 왔다/텅 빈 과거의 절반에서 출발한 별빛은 등뼈 속에 집어넣는 손으로 다가왔다/과거와 미래는 언제나 절반이다/과거와 미래는 없고 또한 없는 이름이다/그 이름을 그림자극처럼, 바람의 손가락 사이로 비춰주겠지/과거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운 머릿결을 제스처의 유령이 쓸어넘기는 모습이다‘
미래는 이렇게 보았습니다. ’달력의 과거의 날들은 미래의 오지 않을 허공을 날을 쳐다본다/미래의 저편으로 가면 떠나온 저편이 텅 빌 것이다/미래 저편에서 보면 절반의 과거는 눈부시다‘
시인은 시간이라는 사물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첫째, 제스처의 유령들은 반은 여기 있는 몸이고 반은 여기 없는 몸이다, 둘째, 시간이 끝나지 않은 순간 못다 한 말이 절반이고 못다 한 사랑이 절반이었다, 셋째, 여기는 언제나 절반이라고 제스처의 유령은 속삭인다. 라고 상상한 것입니다.
송주성 시를 두 편 읽었습니다. 그는 그저 시적 감성을 얕게 그리는 수채화라기보다는 물감을 바르고 또 바르는 유화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시적 사고가 깊다는 말입니다. 쉽게 읽히는 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생각을 좀 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얄팍한 감정을 표현하는 시인과는 달리 어찌 보면 난해시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깊이 있는 감성과 의미를 찾아서 맛보는 재미도 있는 것입니다. 그의 시의 시적 긴장이 부담이 되지만 반면에 이런 시인이 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시인의 자부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족으로 말합니다만 ‘라투로아카잔’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 이름 같기도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도 안 나옵니다. *표를 하고 주석을 달았으면 좋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