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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목 Oct 16. 2024

구월

송주성

구월                              

                                       송주성   



             

바람이 바람을 떠나 바람에게로 돌아간다는 것

폭풍우가 폭풍우를 떠나 고요의 바다고 돌아간다는 것

숙제하라고 부르는 엄마처럼

저만치 끝에 매달린 이파리들을 나뭇가지라고 부르고

뙤약볕이 뙤약볕을 떠나 빈 하늘로 돌아가기 시작할 때

강이 강을 떠나 깊은 곳을 향해 먼 길을 나서는 동안

기슭의 숲이 숲 안으로 들어가다

손 들어 강을 배웅한다는 것     


나그네새들이 일제히 떠올라 지평선 저편으로 가고

물결은 주름지면서 물결 속으로 들어가면

돌멩이가 강가의 돌멩이를 떠나 돌멩이에게로 돌아가다가

사과나무에 작은 사과가 단단해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본다는 것     


저녁노을이 저녁노을과 오래오래 결별해 밤으로 돌아가고

밤이 지구의 밤을 떠나 밤하늘에게로 돌아간다는 것

습기 눅진한 밤하늘을 밤이 깨끗이 닦으면

잘 마른 별들이 일제히 지구를 쳐다본다는 것    

 

바람은 들리지 않는 먼 곳에서 흔들리고

그려볼 수 없는 곳에서 물결이 천천히 무늬 질 때

가지 끝에서 과즙이 안 보이게 차오르기 시작하고   

  

매미 소리가 매미를 떠나면서 남긴

공중의 고요

매미도, 숨마저 뜨겁던 내 온몸도

서늘히 각자에게로 돌아간다는 것     


-----------------------------------------------------------------------------     

1 One Essential of Things

①구월의 본질은 ‘돌아간다’는 데 있다     

     

2 Analysis by  m&s     

----ⓜ(metaphor)  ----ⓢ(statement)   ----ⓢ’(simile)     

∙바람이 바람을 떠나 바람에게로 돌아간다는 것----ⓢ

∙폭풍우가 폭풍우를 떠나 고요의 바다고 돌아간다는 것----ⓢ

∙숙제하라고 부르는 엄마처럼 저만치 끝에 매달린 이파리들을 나뭇가지라고 부르고----ⓢ’

∙뙤약볕이 뙤약볕을 떠나 빈 하늘로 돌아가기 시작할 때 ----ⓢ

∙강이 강을 떠나 깊은 곳을 향해 먼 길을 나서는 동안 ----ⓜ

∙기슭의 숲이 숲 안으로 들어가다 손 들어 강을 배웅한다는 것----ⓜ     

∙나그네새들이 일제히 떠올라 지평선 저편으로 가고----ⓢ

∙물결은 주름지면서 물결 속으로 들어가면----ⓢ

∙돌멩이가 강가의 돌멩이를 떠나 돌멩이에게로 돌아가다가 사과나무에 작은 사과가 단단해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본다는 것----ⓜ     

∙저녁노을이 저녁노을과 오래오래 결별해 밤으로 돌아가고----ⓜ

∙밤이 지구의 밤을 떠나 밤하늘에게로 돌아간다는 것----ⓜ

∙습기 눅진한 밤하늘을 밤이 깨끗이 닦으면 잘 마른 별들이 일제히 지구를 쳐다본다는 것----ⓜ     

∙바람은 들리지 않는 먼 곳에서 흔들리고----ⓢ

∙그려볼 수 없는 곳에서 물결이 천천히 무늬 질 때----ⓢ

∙가지 끝에서 과즙이 안 보이게 차오르기 시작하고----ⓢ     

∙매미 소리가 매미를 떠나면서 남긴 공중의 고요----ⓜ

∙매미도, 숨마저 뜨겁던 내 온몸도 서늘히 각자에게로 돌아간다는 것----ⓜ     

----ⓜ(7)  ----ⓢ(8)   ----ⓢ’(1)     


3 Comment     

  메타포 문장 7개, 진술 문장 8개로 일단 나누어 보았지만 진술 중에는 진술과 메타포로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 것도 있었습니다.


  구월이 되면 ‘9월이 오면(Come September)’이라는 영화가 자주 생각납니다. 1961년에 나왔다고 하니 제가 중학생 시절이네요. 유명한 록 허드슨과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주연한 영화입니다. 사실 저는 그 영화를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영화 광고를 본 것 같습니다. 


  어렸지만 구월이 오면 왠지 가슴이 설레었던 것 같습니다. 봄처럼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침잠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구월은 어수선하던 여름이 자기 생을 다하고 새로운 기운이 시작되는 시기이도 합니다.


  시인은 구월의 본질은 ‘돌아간다’는 데 있다고 보았습니다. 

  바람은 바람에게로 돌아가고, 폭풍우는 고요의 바다로 돌아가고, 뙤약볕은 빈 하늘로 돌아가고, 강은 깊은 곳을 향해 돌아가고, 기슭의 숲은 숲 안으로 돌아가고, 나그네새들은 지평선 저편으로 가고, 물결은 물결 속으로 돌아가고, 돌멩이가 돌멩이에게로 돌아가고, 저녁놀이 밤하늘로 돌아가고, 매미도, 내 온몸도 각자에게로 돌아갑니다.


  결국 돌아가는 곳은 자신의 원천으로입니다. 우리의 생도 돌아갈 때가 되면 우리가 돌아가야 할 데는 어디일까요. 우리의 원천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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