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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Dec 27. 2023

가족의 재구성

크림이로 말할 것 같으면...

 고양이를 싫어했다.  어두운 밤거리에서 맞닥뜨리면  얼음이 되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너를 지금 내가 지켜보는 중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에드가 알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 플루토는 사춘기 소녀의  밤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친정에는 고양이가 늘 있었다. 지 혼자 들어와서는 터를 잡고 딱히 쫓아내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눌러살았다. 성화라는 개념이 딱히 없을 였으니 발정기에는 나갔다가 또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사라지면... 또 그런가 보다 했다. 간이 흐르면 또 다른 녀석이 지 집인 양 들어앉았다.


 딸아이 초등1학년 어느 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고양이를 작은 두 손에 품고 헐레벌떡 들어왔다.  집으로 오는 도중 아파트 화단에 웅크리고 있는 녀석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돌봐주면 안 되겠냐는 것이다.  간절 눈은 여차하면 눈물범벅이 될 수도 있었다. 나는 최대한 부드럽고 안정적인 말투를 만들어 내야 했다. 


" 근처에 어미가 있었을 거야. 함부로 데리고 오면 안 되는 거야. 끼를 찾고 있으면 어떡할래? 시 그 자리 그대로 데려다 놔야 해. 내일그대로면 그땐 생각 좀 해보자. "  새끼를 찾고 있을 어미가 떠오르는지 생각에 잠겼다.

현관문을 들어설 때 흥분해서 들떠있던 표정과는 달리 시무룩이 가 되. 내 턱이 현관을 가리켰다.  두 팔에 애깽이를 포옥 품은 채 축 늘어진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그러고는 무거운 발을 돌렸다. 


다음날, 리베이터 소리와 함께 관문이 열리고  뛰어들어왔다. 손에는 신발주머니만 달랑대 있었다. 세일러문이 요술봉을 들고 윙크를 하고 있다.

 "정말  델꼬 갔나 봐! 엄마말이 맞았어!"

  아쉬움 반 안도감 반이 되어 흥분된 발을 종종거렸다. 그렇게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세상 좋은 말은 다 끄집어내어 마구마구 칭찬다. 사가 될 뻔한 위기가 무사히 넘어갔다.


 이십 년 정도 흐른 뒤,  이제는 다 큰 둘째가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카페를 운영 중이었다. 카페 안에  고양이 두고 싶다 것이다.    고객층 학부모와 학생들이라 분명 좋아할 거라 했다.   어이가 없었다.  입양할 이를 이미 정해 놓았으며 데려오기만 하면 된다 전포고를 했다. 집에만 들이지 말라는 내 경고에 걱정 붙들어 매시라 호언담했다.


포인핸드라는 플랫폼은 유기동물 입양 및 실종동물을 찾기 위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곳이다. 집사를 기다리는 가엷은 동물들은 각기 다른 사연이지만 같은 목적으로 하염없이 기다린다. 선택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안락사될 수도 있다.
크림이는 쥐끈끈이에 범벅되어 구조되었다. 벗어나려 버둥대다가 전신이 다 붙어 버렸다.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덕분에 운 좋게도 누군가에게 발견되었다.  끈끈이를 제거하기 위해 이제는 기름범벅이 가 되었다.   털 사이에 박혀있는 끈끈이가 기름과 섞여지며 피부에서 떨어져 나오는 과정을  견뎌야 했다.  작은 스침에도 예민한 녀석에게는 표현 못할 두려움이 동반되었을 것이다.

턱시도 코숏이다. 등 쪽 대부분은 윤기 나는 검은 털을 가지고 있다. 목덜미부터 배, 다리까지 하얀색의 털이 있어 균형 있는  조화로워 기품 있다. 그러나 끈끈이를 떼어 낼 때 같이 뜯겨진 털 때문에 듬성듬성 흔적이 남아 있었다.


 로 카페에 혼자 두고 퇴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끈끈이 때문에 곤욕을 치른 아이다. 컴한 공간에서 혼자 두려움에 떨며  밤을 새울 수도 있다. 녀석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큰 딸아이가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친구고양이를 한 번 안아봤을 뿐인데  눈이 퉁퉁 부어 그 밤 응급실까지 갔었다는 것이다. 허나 자신은 어쩌다 집에 들르니 그때만 약으로 버티면 된다고 했다.  문턱을 넘어온 녀석의 사연은 내칠 수 없는 이유가 되어 버린 후이기도 했다.


둘째를 만나고 하룻만에 골골송을 선사할 만큼  환경적응은 빨랐다. 두 마리의 강아지와의 첫 대면에서의 하악거림도 이틀 만에 끝냈다.


끈끈이에 곤욕을 치른 것이 언제였나 싶게 집안곳곳 후 집고 다녔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발가락으로 끄집어내거나 물어뜯고 긁어댔다.  우아하게 거실을 차지하던 연한 그레이 가죽소파는 귀퉁이부터 아작 나기 시작했다. 

" 소파가 망가지는 것을  참아내다니..." 가족들은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작은 스크레치에도 들들 볶던 가족들이다. 조막만 한 고양이 한 마리가 맘대로 긁어댈 것을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다. 이제는 오월이까지 합세해서 더 너덜거리고 있다. 심지어 실밥이 터져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초라한 행색으로 오늘도  피부를 내어 놓고 있다.


낮잠에 빠져있는  강아지들에게 냥펀치를 날리고는 도망. 시도 때도 없이 흔들리는 강아지 꼬리  모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직립으로 서서 휘적휘적 안단테로 시작해서 비바체... 그리고 0.3초의 순발력으로 치고 빠진다. 인식할 즈음엔 그곳에 크림이는 없다.

화롭던 분위기를 헝크러뜨린 당사자이면서도... 너지? 하며 으릉대면.. 모르쇠로 일관하며 갸웃거린다. 그러고는 저 혼자만 평화로운 그루밍에 집중한다. 까끌한 혓바닥은 털 사이를 후비고 다니며 낡은 털을 솎아낸다.


현재상황으로 크림이는 9킬로가 넘는 거냥이다. 기럭지도 1미터가량이. 다이어트 실패냥이다.

큰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애교뿜뿜 개냥이다. 심심풀이 수다  상대로 딱이다. 그랬쩌? 냐옹.. 그랬구나.. 네 옹... 에고... 메이용~~

품에 안고 턱, 귀부터 쓰다듬으메옹... 에에옹... 나른하게 원하는 곳을 들이민다.


 가족 외의 낯선 방문객과는 소통불가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다.  침대밑이나 어두운 장속 어딘가에 숨어 불청객들이 모두 가버린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어린 길냥이시절의 과거가 소환되는 것일까? 아무렇지 않게 어울리는 오월이와는 대비된다.


그렇다고 겁쟁이는 아니다.

한 번은 방문객 이층 보고 싶어 했다. 러나 실패했다.  엄청 무섭고 큰 고양이 한 마리가 계단에 떡하니 앉아 버티고 있는 것이다. 포스에 눌려 포기했다고 했다. 리는 깔깔대며 믿지 않았다.  쫄보가 그럴 리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었다. 필요에 의해서는 아주 용감해질 수 있는 녀석이었다.

칸트가 새벽 다섯 시 반에 산책을 했다면 크림이는 여섯 시 반이면 어김없이 문을 열라고 침대맡에 와서 미옹댄다. 혹시 놈은 칸트인가?


창문 밖의 흔들리는 풍경을 벗삼아 명상에 빠진다.  해 좋은 날엔, 데크에서 동글라데이션면서 온몸에 자연을 치덕 치덕 묻혀댄다.  

비가 오면, 눈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한참을 상념에 잠긴다.


길냥이를 만나면 안부를 묻는 오지랍이 생겼으며, 유튜브에서 제공되는 반려묘들의 재롱에 빠져 키득대는 우리가 되어버렸다. 때론 우리고양이 다며 으스댄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돌진하는 녀석 때문에 변변한  증빙자료는 다.


입맛은 좀 까다롭다. 사료 결정도 몇 번의 맛 평가를 거쳐 선택되었으며... 간식도 한 가지를 오래 먹는 법이 없다. 덕분에 빈(몰티즈)이만 신났다.

개인주의 사고냥이지만 오월이만은 끔찍하게 보호해 주는 츤데레 스탈이다.


크림이 이야기로만으로도 끝도 없을 듯 하지만 요기까지에서 멈춰야겠다.

오늘도 포스 있게 걸어와서는 궁댕이를 쳐들고 토닥토닥하란다.

시키는 데로 토닥토닥 투닥뚝딱...떡떡!! 집사의 손의 힘을 의식하고 빤히 쳐다본다.  괜히 찔려서 다시 토닥토닥... 사랑스러운 살찐 궁둥이다.





-콩이 이야기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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