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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고양이 Dec 24. 2023

나 산타야~

에이 거짓말...

누구세요?

나? 산타야..!

에이 거짓말.. 우이 아줌마죠?

아니 산타라니까~  (흠.. 요놈 봐라.)

목소리를 나름 굵게 변조했는데도 들킨 건가?

그러든가 말든가 열심히 산타임을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어제 출발했는데 루돌프가 게으름 피워 조금 늦을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어봤다. 흥.. 거짓말.(놈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나저나 착한 일은 좀했니?... 안 믿는다면서 이러저러 지가 나름 착했노라고 나열해 본다.

웃음 나오는걸 억지로 누르려 함! 헛기침을 만들었다.

착한 어린이는 이브에 일찍 자는 거라고...

안 자고 그러면 그냥 가 버릴지도 모른다. 으름장을 놓고 말았다.


정말요?  선물 스킵에는 꼬리를 내린다. 역시 물질만능으로 가는 게 옳았어. 어디서 오는데요?

핀란드에서 썰매 타고 오지.

굴뚝이 없는 아파트라 선물 주기가 여간 힘들다고 직업적인 고충까지 녀석에게 털어놓고 말았다.

녀석은 꼬치꼬치 이것저것을 물어보더니 한 순간 진짜 산타일지도 모르겠다는 확신 비슷한 게 생긴 모양이다. 아님 놈의 페이크에 내가 놀아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조심해서 오세요~꼭요~~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해야지 옆에서 미경 씨가 훈수 든다.

산타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셋 중 둘은 순순히 속아 넘어갔는데 내가 맡은 놈에서 태클이 걸려버렸다. 사실 요놈이 산타 없다 설의 주동이다. 잠깐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회의감까지도 들뻔했다.

다행히 선물스킵에 풀이 꺾인 동심은 지켜? 졌고 미션성공이라고 세 엄마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딱 고만한 남매, 자매를 키우던 우리 셋은 모이면 작당질을 했다.  장난 좋아하는 내가 늘 선봉장이 되고 아이들은 아주 좋은 대상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만나진 녀석들은  유치원이라는 세계로 입성하면서 날이 갈수록 약아졌다.

덕분에 꼴딱꼴딱 속아주던 녀석들 중 한 놈(내가 맡은)산타 엄빠다!! 를 외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두 엄마를 불러 산타실존대작전을 모의한 것이다. 전투는 실없이 자칭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버리고..

아이들 마음속에 거짓말 산타로 불명예스럽게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날이후 이런 장난은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음을 각성하는 정도의 성과는 있다고 봐야 할까?  애들이 잘 자라고 있음을 억지로 누르려고 했다니...


딸들도 문제였다. 특히 큰 딸아이는 초6학년까지 산타를 고집스럽게 믿는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산타는 없으며 선물도  아빠나 엄마가 몰래 가져다놓는것이라며  비웃어도... 걔들 생각일뿐이라며 일축했다. 산타는 존재하며 늘 옆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 주장했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수염덕수레한  산타만 산타냐 나도 산타다. 손해볼 것 없던 둘째도 침묵으로 언니 주장에 맞짱구를 친다.

설득력 있는 녀석의 이론덕에 우리는 졸지에 진짜 산타라도 된냥하였다.  우리 부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이브날 밤 선물꾸러미를 몰래 가져다 놓던 웃픈 기억이 있다.


이제는 다 커버린 그 시절 동심들은 이제 스스로 산타가 되어야 할 나이가 되어버렸다.

부모가 된 들은 어떤 모습의 산타를 만들어 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어제 같았한참 오래된 크리스마스의 추억이다.

그나저나 나를 산타사칭 사기캐로 기억되고 있는 건 아닐까? ㅋ

뭐 그러거나 말거나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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