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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프로젝트 Jul 06. 2024

지하철에서 하는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지독사를 아시나요..?

앞으로 지하철에서 독서를 하는 낭만가를 보게 된다면 나는 내 마음을 전달할 것이다. 감사함과 존경심과 동질감으로 똘똘 뭉친 작은 편지를 동봉하여!

지하철은 무의미함과 무의미함의 끄트머리에 서있는 곳이다. 수많은 군중들로 가득찬 지하철에 존재할 때면 난 나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하였다. 나자신의 이름은 지워지고 몰개성과 획일화로 상징되는 세상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독서 뿐이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위대한 작가들은 글을 통해서 이 뒤틀린 세상에서의 아름다움과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선보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란 아름답지 못한 세상이어도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찾아내는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소설가들이 발견한 그 아름다움의 조각들을 현실의 언어로 발현해낸 것이 책이다. 내 삶과 나자신,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부풀려지는 지하철에서 나는 독서를 사랑하고자 하였다. 이것은 내 무의미하고 불완전한 삶에 대한 저항이요, 제아무리 그렇던들 나는 아름다움과 낭만, 그리고 사랑을 추구할 것이라는 외침이다.

 

지하철 독서는 독서라는 행위의 가장 아름답고도 궁극적인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독서라는 행위 자체의 의미가 가장 극대화되는 독서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철 소음과 사람들의 소리가 합쳐진 독특한 백색소음으로서의 작용, 전연 다른 세계 속에서 나혼자 책 속 세계로 탐험할 때의 이질감, 군중들 가운데서 당당하게 책을 펴고 보는 침묵과 무언의 힙함 등이 한데 아우러져 나는 지하철에서 하는 독서를 지독하게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하철 독서를 지독하게 사랑해서 일부러 집과 먼 곳에 아르바이트를 신청하기도 하였다. 알바를 하러 가는 길과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 독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굳이 그렇게 먼 곳에서 알바를 하느냐, 하고 묻는 친구들에겐 어색하게 내가 원하던 곳이 그곳밖에 없었다고 말하곤 했으나 더 큰 명분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집에서는 귀찮아지는 독서 시간이지만 지하철을 타기만 하면 분명히 독서를 해야 하는 시간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독서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지하철 독서를 애용하던 나날들 속에서 나는 아주 가끔씩 다른 누군가가 지하철 독서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존경심과 동질감의 형태를 띤 눈빛을 보내곤 하였다. 수많은 군중들 사이에서 비집고 올린 책을 구태여 읽으려하는 그 모습에서 존경심을, 스마트폰으로 무장된 지하철에서 흔들리면서도 책을 읽고자 노력하는 당신이라면 나와 공유하고 있을 세계와 감정선들에 동질감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 마음을 표하고 싶다는 충동을 받아왔다. 침묵과 차분함의 정반대편에 위치한 지하철 속에서도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에 존경을 보이고 싶었다. 지하철 독서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이 무분별한 세상에서 하릴없이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자일 것이며, 그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자일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이제 나는 그 확신을 내 마음에 빙빙 감싸고 나아가 행동으로 실천하고자 한다. 앞으로 지하철에서 독서를 하는 낭만가를 보게 된다면 나는 내 마음을 전달할 것이다. 감사함과 존경심과 동질감으로 똘똘 뭉친 작은 편지를 동봉하여!

 

우리 모두 지하철 독서를 사랑해보자.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말이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고 내가 당신에게 지.독.사 편지를 줄 그날을 기다리며 ..

더 많은 글을 읽고 싶으시다면 @nangman_project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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