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밧줄놀이, 짜릿한 몰입

농부와 약초꾼의 취미생활

 10년 전 무렵에 생태해설사 교육을 수료했습니다. 약 20여 개의 생태교육전문가 양성 강의 중에 ‘밧줄놀이’ 수업도 있었습니다. 이때 환경 교육과 밧줄놀이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해 처음에는 약간 뜬금없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때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6년 후에 창원을 오가며 ‘숲밧줄자연놀이 지도사’ 과정을 배우자와 함께 수료하여 전문가 자격을 취득하게 된 것 같습니다. 별칭 개구리, 다람쥐, 땅콩, 물방개, 풍뎅이 선생님에게서 밧줄의 정신과 기술을 전수받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밧줄은 우리 몸속의 DNA와 생명을 잇는 탯줄을 닮았다’고 배웠습니다. 뱃속에서 탯줄을 가지고 놀던 습성에서 비롯하여 실제로 사람의 생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밧줄놀이입니다!

 흔들리는 곰, 거미줄, 나무 사다리, 버마 다리, 밧줄 그네, 십자 연결다리 등 밧줄로 다양한 구조물을 만들어 나무가 있는 공원이라면 뚝딱 밧줄 놀이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짚라인, 슬랙라인, 네팔 다리, 숲 그네, 회전그네, 밧줄 씨름, 밧줄 시소 등 밧줄로 하는 자연놀이가 얼마나 다양한지 수업을 배우는 주말 내내 신기해하며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어른이 되어 알게 된 점이 아쉽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제법 흥미진진한 경험을 선사하는 놀이 문화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밧줄놀이를 통해 생태 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자연 속에서 간단하면서도 안전한 매듭을 짓는 법을 통해 숲밧줄 자연놀이터를 디자인할 수 있는 여러 놀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숲밧줄놀이는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에 관한 감각을 길러 줍니다. 단단하지만 유연한 밧줄을 잡고 흔들거리며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게 됩니다. 이와 같이 내 몸의 근육을 단련하고 위험을 감지하면서 모험을 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밧줄로 변형하고 응용할 수 있는 놀이는 다양하지만 복잡한 밧줄 구조물보다 안전한 구조물을 만드는 안전 기술을 향상하는 것이 지도자로서 더욱 요구됩니다.

 매듭을 정갈하게 맺는 것이 조이는 효과도 크고 인장 강도가 커집니다. 특히, 숲밧줄놀이는 생태적 교감이 일어나는 놀이입니다. 나무에 의지하고 바람을 느끼며 땅과 하늘의 중간에서 노는 작업이므로 반드시 나무에 부직포 등의 나무 매트를 꼭 둘러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자연놀이의 기본입니다.

 숲밧줄놀이를 통해 배운 매듭을 짓는 법은 손이 기억합니다. 농번기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 숲밧줄놀이를 한동안 못하더라도 갑자기 놀러 간 공원에서도 척척 매듭을 짓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매듭법은 숲이나 밭에서 캠핑이나 교육을 하는 경우 타프나 해먹을 칠 때도 유용하고, 밧줄 가방을 만들어 아이들이 밧줄을 직접 매고 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트럭에 짐을 싣는 경우에 고정하는 매듭법을 쓰고, 포대를 야무지게 봉하는 경우에도 사용됩니다.

 우리는 집 근처의 솔숲에서 종종 밧줄 놀이터를 개장합니다. 농촌에는 아이들 놀이문화나 놀이터 공간이 귀하므로 그때그때 아이들을 위해 놀이터를 디자인해 줄 수 있어 상당히 보람이 있습니다.

 더구나 지역에서 숲밧줄놀이 수업을 진행해 보았더니 학부모와 학생의 만족도가 거의 비슷하게 높은 수업 중의 하나였습니다. 학생이 어린 나이더라도 그에 맞게 매듭법을 익혀 두면 자신들이 노는 숲밧줄 놀이터를 얼마든지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도 이러한 손기술이 꽤 유용함을 일상생활에서 알고 있기 때문에 매듭법을 배우려고 합니다. 또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이 용감하게 도전하고 잘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험을 선택하는 것은 아이든지 어른이든지 구분을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숲밧줄놀이를 통해 나무와 내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무에 기대어 자신의 몸을 맡기는 경험을 합니다. 밧줄 하나로 순간의 짜릿한 몰입과 위험에 대처하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놀면서 익힐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숲 속에서 놀면서 자연스럽게 피톤치드가 가득한 좋은 공기를 마시며 물아일체가 되어 심신의 건강을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