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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모나 Nov 13. 2024

잠만 자는 엄마 덕분에 나는 상을 탔다.

아홉 살,

학교에서 효사랑 실천 백일장 대회가 열렸다. 부모님에 대한 효와 사랑을 담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책상 위 놓인 종이 한 장을 채워야 했다. 부모님에 대해서 떠올려 보았다.


아빠는 집에 잘 없었다.

떠오르지 않았다.


엄마는 공장을 다니며 3교대로 일을 했다. 아침 일찍 집을 나갔다가, 오후에 집을 나갔다가, 밤에 집을 나가는 일의 반복이었다. 거실에 걸려있는 큼지막한 달력에는 빨간 동그라미가 두세 개씩 쳐지곤 했다. 매일 달력을 확인하며 동그라미가 없는 날은 어김없이 집을 나갔다.


엄마는 집에서는 초록색 알람시계의 시간을 맞췄다. 시계는 맞춰둔 시간에 경쾌한 소리를 울려댔다. 시간의 울림이 있기 전까지 엄마는 눈을 감고 이불을 목까지 덮고 누워있었다. 몸뚱이는 작은 방 한 켠에 있으면서도 의식은 내가 갈 수 없는, 오로지 당신만이 갈 수 있는 미지의 곳에 있었다. 초록색 알람시계만이 엄마를 현실로 돌아오게 할 매개체로서 머리맡을 자리하고 있었다. 한 공간 안에 서로가 실재하면서도 교감이란 없는 침묵의 장이요, 차원의 어긋남이었다. 그럼에도 방 한 켠에 놓여있는 육체의 존재는 뜻밖의 안정감을 주곤 했다. 언제든 닿을 수 있잖아.


이렇듯 엄마는 집에 돌아와서는 잠만 자는 사람이었으므로 눈을 감고 곤히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떠오르는대로 엄마의 모습을 그렸다. 종이의 반틈을 차지하는 네모난 칸에 색연필로 이불을 목까지 덮고 눈을 감고 있는 여자가 그려졌다. 그 밑에 글을 적었다. '엄마는 일 다니시느라 힘들어하고 고생하신다. 항상 피곤함에 지쳐 주무신다. 그런 엄마가 안쓰럽고 슬프다, 도와드리고 싶다... '


진실과 허구의 묘한 어울림이었다.


색연필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을 그려내고, 연필로 또박또박 글씨를 써내려갔다. 부족해 보이지 않게 적당히 채워나갔다. 선만 그어져있던 종이가 그림과 글이 담겨 그럴듯해졌다. 진실된 그림과 거짓된 글의 어울림을 담은 종이는 맨 뒷자리 앉은 아이로부터 걷어졌다.



우수상을 받았다.


고작 아홉 살짜리의 엄마에 대한 사랑이 담긴 종이는 '우수했다.'

얼마나 기특했을까.

어른들은 아이의 순수함에서 감동을 느꼈으리라.

그때 그 아이는 순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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