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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경아 Apr 09. 2023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보드게임 스트라이크 이야기

스트라이크.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잘 던졌을 때, 그리고 볼링장에서 세워진 모든 공을 쓰러뜨렸을 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 생각난다. 원래는 다른 뜻인지는 모르지만 난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무언가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말하려는 스트라이크는 보드게임이다.  스트라이크는 주사위 26개와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생긴 경기장이 되는 상자로만 이용한 보드게임이다. 상자는 경기장 역할일 뿐 게임의 대부분은 주사위를 던지고 가져오고 빼고 하는 활동으로 주사위가 주인공이다. 왜 스트라이크라고 지었을까 생각해보았다. 답은 게임을 해보고 추측할 뿐이다. 


주사위의 특성상 운이 대부분인 게임이라는 생각에 나는 이 게임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좋은 것만 주겠다는 생각으로 보드게임 중에서 나름 선정하는데 이 게임은 해보지도 않고 선정대상에서 뺐었다. 도박하는 것 같은 게임을 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주위에 보드게임 강사들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권했다.  그렇다면 한번 해볼까 해서 보드게임 강사들과 먼저 해 보았다. 해 본 느낌은 괜찮네라고 말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재미도 합격 수준, 올인이라는 말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이 느끼는 것도 있겠다 싶었다. 주사위의 특성상 운 적이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것도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선택이 승부의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만 가끔 결정적인 기적은 다른 곳에서 생기기도 했다.


게임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주사위의 숫자 중에 1은 X 바뀌고, 나머지는 그대로 2, 3, 4, 5, 6은 주사위를 똑같이 나눠 갖는다. 경기장 안에은 1개의 주사위만 숫자가 보이도록 놓는다. 차례가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사위 중 한 개를 경기장 안으로 던져 넣는다. 조심히 던져도, 벽에 부딪치며 던져도, 아니면 안에 있는 주사위를 맞혀도 된다. 이렇게 들어간 주사위와 안에 들어 있던 다른 주사위 중에서 같은 숫자인 것들은 자신이 가져오고 차례를 마친다.  경기장 안에 주사위가 X인 것이 있다면 경기장 밖으로 빼낸다. 주사위가 경기장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던질 때 밖으로 던져진 경우도 경기장 밖으로 빼낸다. 


주사위를 던졌는데 경기장 안에 같은 숫자인 주사위가 없다면? 가져올 주사위가 없다. 이 경우 그대로 차례를 마쳐도 되고 자신의 주사위를 한 개 더 경기장 안으로 던져 넣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 주사위 던져 넣기 행동은 같은 숫자가 나와 주사위를 가져올 때까지 할 수 있다. 


누군가가 경기장 안의 주사위를 다 가져가서 경가장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경우도 생긴다. 이때 다음 사람은 자신의 주사위를 모두 경기장 안으로 던져야 한다(올인). 아이들은 이때  어떤 마음으로 던질까? 걱정스러웠던 부분이었다. 이 경우에도 던져진 주사위를  확인해 같은 숫자가 있는 경우는 모두 가져오고 X는 밖으로 빼내고 혼자 있는 숫자들은 그대로 경기장 안에 놓아둔다. 내가 가졌던 주사위가  많았다면 공통되는 주사위가 많이 생겨 대부분 회수하게 된다. 이때 주사위에 X를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은 몇 번의 올인을 할 때마다 짜증을 내는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게임의 규칙이기도 해서 잘 받아들였다. 규칙 때문인지 아니면 생각보다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모르겠다. 어떻든 올인 후 회수하게 된 주사위를 좋은 표정으로 가져온다. 


자신의 주사위를 한 개 던져서 매번 주사위를 가져온다면 자신의 주사위는 2배 이상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주사위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주사위는 점점 줄어들어 주사위가 없어지고 게임에서 탈락하게 된다. 이렇게 게임을 진행하다 누구 한 사람만 주사위를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이 승리한다.



이제 보자. 똑같이 나눠 가진 주사위를 경기장 안으로 던져 같은 숫자가 나오면, 특히 여러 개 나오면 얼마나 좋은가. 자신이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이 회수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던졌는데 가져올 것이 없다면? 속상하다. 이때 선택을 해야 한다. 더 던질 것인가. 아니면 그냥 차례를 넘길 것인가? 경기장 안에 주사위가 한 개만 있다면 그냥 차례를 넘기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4개 정도 있다면 한 번 더 던져도 좋다. 그렇다고 꼭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처음에 아이들은 한번 더 할 수 있다고 하니 주사위를 못 가져오면 무조건 던진다. 경기자 안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스스로 방법을 터득해서 한번 더할지 안 할지 제법 의젓한 선택을 한다. 그 선택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사위의 개수도 고려하기도 한다. 많으면 한번 더 하는데 과감해지기도 한다.


게임은 주사위가 거의 바닥나면서 시끄러워진다. 이제 마지막 남은 주사위 1개, 마지막 주사위이고 자신의 차례이다. 선택을 할 수가 없이 모조건 던져야 한다. 다행히 경기장 안에 5개의 주사위가 있다면(2, 3, 4, 5, 6 모두 있다) 자신의 주사위를 한쪽에 조심히 던진다. X만 아니라면 주사위는 무조건 가져올 수 있다. 모든 게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번에 가져온다면 다시 게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역전, 기적, 환호성은 더 힘든 상황에서 일어난다. 마지막 주사위, 경기장 안에 있는 주사위도 1개! 말했지만 이 경우 이 주사위를 던지지 않고 가지고 있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던져야 하는 규칙...  이 상태에서 던지는 아이도 실망한 표정으로 한마디 하면서 한다.

"이젠 난 탈락이야."

그런데, 그 남은 한 개의 주사위가 경기장 안의 주사위와 같은 숫자가 나온다면? 던진 아이는 얼굴이 환해진다. 주위의 친구들도 순간 환호성을 지른다. 던진 아이는 주사위가 2개가 되었다고 소리를 지른다. 위기는 다음 차례인 사람에게 돌아간다. 경기장 안이 비었으니 경기장 안으로 자신의 주사위를 모두 던져 넣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희망은 있다. 앞에서 말했지만 올인을 해야 할 때도 던져진 주사위가 많다면 회수하는 주사위도 많다. X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면 2개 정도만 남겨놓고 모두 가져오기도 한다. 주사위의 개수가 적다면 그 올인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3개 2개인 상태에서 올인이 나오면 대부분 탈락을 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항상인 경우는 없다.  5개의 주사위는 많은 경우이다. 5개를 던져 넣어 2개는 X, 나머지는 각각이어서 그대로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 3개를 던졌는데 2개를 가 같은 숫자인 주사위어서 회수하기도 한다. 그러니, 자신에게 주어진 주사위가 많든 적든 희망은 있다. 절대 미리 속상할 필요은 없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면서 본다. 1개 남은 상태에서도 2개, 4개가 되어 이긴다. 주사위 차이가 많이 났는데, 막상막하로 누가 이길지 모르다가 1개, 2개 차이로 많았던 아이가, 또는 적었던 아이가 역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주사위가 많아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기도 하고, 주사위 1개여서 탈락이라고 생각하며 속상한 마음으로 마지막 주사위를 던졌는데 결국 이기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게임이니까 말이다. 결국 아이들은  이런 상황을 경험하면 주사위가 1개 남았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항상 이렇게 역전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졌다고 미리 포기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말하지 않지만 배운다.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금 주사위가 많다고 해서 마구마구 한번 더 하다가 질 수도 있고, 1개 남았지만 끝까지 해봐야 한다는 것을... 어디 게임뿐이겠는가.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았지만 게임을 통해 배우는 것도 인생이다. 이 간단한 주사위 게임에서도 투자의 개념을,  주사위를 투자해야 할 시점인지 아닌지를 선택을 하기 위해 나름 고민을 한다.

"지금은 주사위를 아껴야 해요."

더 던질거냐는 내 물음에 아이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지금은 어느 때냐고  묻고 싶어진다.


보드게임을 수업하면서 억지로 학습과 연계하려고는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를 쉽게 포기하지 않기를 항상 바란다. 졌다고 생각했을 때 실제로는 마지막 힘을 내야 할 때라는 것을 어른이 된 지금 느낀다. 어떤 순간이든 우리 아이들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고 마지막까지 힘을 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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