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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글 Jul 04. 2024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알베르 카뮈. 한 문장에 담긴 부조리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그게 어제였나. 잘 모르겠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이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뫼르소가 무미건조하게 내뱉는 어머니의 부고. 읽는 이의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문장이다.


짧은 문장 속에 작가 카뮈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있다. 이 기이하고 낯선 문장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세상의 부조리함을 응시하는 뫼르소의 눈을 통해,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1. 부조리한 세계를 응시하는 낯선 시선


어머니의 죽음. 누구에게나 큰 슬픔이자 충격적 사건이다. 하지만 소설 속 화자인 뫼르소는 무덤덤하다. 언제 사망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담담한 어조로 부고를 전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적 반응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카뮈는 주인공 뫼르소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낯선 시선을 드러낸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관점. 모든 것이 우연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부조리한 세계관이다.


뫼르소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슬퍼해야 할 사건이 아니다. 그저 일상을 잠시 방해하는 우연적 사건에 불과하다. 감정에 휩싸이기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 카뮈는 바로 그 눈으로 부조리한 세계의 민낯을 직시하고자 한 것이다. A라는 상황과 B라는 자신의 이상을 별개로 취급한다.


<질문>

- 지금까지 살면서 부조리함을 느낀 적이 있었나요?

- 그 상황을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드나요?

-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은 무엇인가요?



2. 상식에 휩싸이지 않는 삶의 자세


우리는 대개 죽음 앞에서 슬픔과 애도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규범이나 정서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하지만 소설 속 뫼르소는 그런 관습에서 벗어나 있다. 주위 시선과 상식에 휘둘리지 않는 그만의 삶의 방식을 택한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루함을 느끼고 피로를 호소한다. 커피를 마시며 흡연을 한다. 애도를 거부하는 냉담한 태도로 말이다. 그가 보기엔 이 모든 의식과 절차가 무의미한 형식에 불과하다. 죽음 그 자체의 본질적 의미에만 집중할 뿐이다.  


카뮈는 뫼르소를 통해 세상의 통념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것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맹목적으로 습관에 따르기보다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는 주체적 자세. 부조리한 세계를 살아가는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태도라는 것이 카뮈의 메시지가 아닐까.


알베르 카뮈와 실존주의 철학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의 대표적 실존주의 작가이자 사상가다. 노벨상을 수상한 그가 말하는 '부조리'란 인간 존재와 세계 사이의 부적합성,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질없음과 무의미함을 뜻한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신의 침묵 속에 방치된 인간의 조건에 주목한다. 부조리한 상황에 놓인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그 부조리에 반항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부조리를 인정하되 그에 굴복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실존의 본질이다.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이런 카뮈의 사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어머니의 죽음에 무감각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전통적인 도덕에 대한 반발이자 부조리에 대한 반항이라 할 수 있다.


카뮈는 인간이 부조리에  좌절하지 말고 부조리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발견해 나갈 것을 말한다. 운명에 굴하지 않는 반항 정신,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주체성의 회복. 부조리한 세계를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실존의 자세를 카뮈는 문학과 철학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3. 부조리를 넘어서는 힘. 그 이름은 자유


결국 『이방인』이 던지는 화두는 '자유'가 아닐까. 억압된 규범과 관습, 그로 인한 부조리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는 개인의 자유 말이다. 상식이나 통념에 휩싸이지 않고 자기 소신대로 살아가는 태도야말로 부조리를 이기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라는 사회적 기대와 압박. 하지만 뫼르소는 그런 굴레를 뛰어넘는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히 따르고 진실된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자 한다. 죽음에 대한 형식적 의식보다 삶 그 자체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이다.


세상의 지배적 규범과 가치관, 그것이 만들어내는 부조리함. 우리는 그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길을 잃곤 한다. 하지만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대로 살아갈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바로 그 순간 부조리의 세계를 초월하는 반항적 정신이 꽃피우는 것이다.


물론 그 길이 결코 평탄하진 않을 것이다. 뫼르소처럼 우리도 세상과 부딪히고 상처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부조리 앞에서 주저앉지 말자. 내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음을, 스스로 길을 선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주어진 부조리 속에서도 삶의 의미와 자유를 발견하는 눈. 카뮈가 우리에게 가장 강렬하게 던지는 메시지일 것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카뮈의 『이방인』은 이 한 문장으로 우리의 마음에 돌을 던진다. 모순투성이고 부조리해 보이는 세상. 그 앞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관습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사유하고 선택하는 삶. 부조리를 인정하되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용기. 진정한 실존은 바로 이 자유로부터 시작된다. 부조리에 굴복하지 않고 내면의 자유를 추구하는 태도. 인생의 부조리와 싸워 이기는 법, 카뮈는 그것을 문학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오늘도 세상의 부조리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카뮈와 뫼르소를 떠올려보자.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부조리를 뛰어넘는 자유의 힘은 우리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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