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보물로 바꿔줄 종이를 미리 여러 곳에 숨겨 놓고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게임이다.
대게는 보물을 다 찾지 못한 채 게임이 종료된다.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보물 종이를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뒤지고 다녔던 아이들이다. 선생님도 야박하게 자르지 않고 선물을 주셨다. 그 노력이 가상했을 터이니.
2022년의 계획을 세우며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를 표현해 줄 수 있는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갈 뿐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없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는 애매한 사람, 그게 바로 내 모습인 거 같아 멈칫한다.
꽤 오랫동안 영어에 꽂혀서 시간과 비용을 쏟아부었었다. 가구에 그림을 그릴 때는 평생 그렇게 살게 될 줄 알았다. 그림책 동화작가가 되어보겠다고 끄적거려도 보았었고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장롱에 잘 비치해 두었다. 미술심리상담사, 종이접기 강사, 등등 나열하자면 더 끌려 나올 것들이 있지만 멈추는 것이 낫겠다.
자칫 정체성에 혼란이 올지도 모르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라고 하지만 나는 무수히 많은 무채만을 썰어온 거 같다.
무채를 썰었으면 그것으로 국을 끓이든, 생채 무침을 하든, 이름을 달아줄 만한 다음 행동으로 이어졌어야 했는데 마지막 뒷심이 부족했거나, 흥미가 사라지거나, 절실함이 부족해서 새로운 것으로 눈을 돌리기를 반복했다.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애매한 사람이 되었나.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비효율적이었다고 해서 무의미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보람도 있었고 배움도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힘을 얻고 세상에 대한 안목을 넓혀왔다고 생각한다. 정체성을 들먹이며 약한 소리를 했지만 아직은 도전을 중단한 사람보다는 저지레라도 계속해보는 애매한 사람이 되는 것을 택하려 한다. 세월 앞에 백기를 들 땐 들지언정 무어라도 하며 세월을 맞고 싶다.
신이 나에게 숨겨둔 보물이 남아 있는지 기웃거리기라도 하며 살고 싶다.
임인년,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검은 호랑이해.
그러나 2022라는 숫자를 보고 있으니 백조들이 떼를 지어 가고 있는 형상이다. 물 위에서는 고고한 자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