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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Jun 28. 2024

중1 첫째의 첫 중간고사, 첫 기말고사

우리 집 첫째 곰은 지난 4월에 처음으로 중간고사 시험을 보았습니다.

아빠와 새벽까지 과학을 내용정리하고, 시험 당일에 컴퓨터용 수성사인펜을 긴장하면서 챙기는 모습에 웃음이 났지만, 아이의 심각함에 웃음을 애써 감추었습니다.


엄마인 저의 마음도 만 갈래입니다. 아이가 시험을 잘 보길 바라는 마음, 이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 시험 점수가 엉망이면 나는 아이의 학원에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하나. 온갖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아이 성적이 나왔고, 저와 남편은 시험 점수에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아이에게 뭐라고 하지 말자고 서로에게 애써 당부합니다.  


그리고 7월 기말고사가 다가왔습니다.

친구들과 식물카페에 놀러 가서 수다를 떠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 옵니다. 남편의 목소리가 울기 직전입니다.


"어제 새벽 3시에 나왔더니 아이가 공부하다가 안경을 쓴 채로 잠이 들었더라고.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잘 안 나오는 게 마음이 너무 아파."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슬픈가?'


남편은 아이가 숙제를 하다가 잠든 모습에 온갖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남편의 슬픔과 걱정에 처음에는 얼떨떨합니다. 애가 공부를 안 해서 걱정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해도 결과가 잘 안 나와서 슬퍼하는 우리 집 상황에 웃음도 나오고 심각하기도 합니다.


사실 첫째 곰은 영어 수학 학원이 끝나면 밤 8시 30분에 태권도 학원에 가서 운동을 합니다. 태권도 종료 후 친구들과 축구까지 하다가 밤 10시 30분에 귀가를 합니다. 그 늦은 시간부터 공부와 숙제를 시작하니 새벽에 잠드는 게 당연해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기본 권리인 운동과 놀이를 못하게 할 수도 없고,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을 뒷받침해 주는 영어 수학 학원을 그만둘 용기도 없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엄마인 저의 욕망도 한몫합니다. 아이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길 바라기 때문에 놀이와 운동은 무조건 다 허용하고, 그러면서도 공부와 독서까지 다 해내기를 바라는 이중성.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는데 운동, 놀이, 독서, 공부가 다 1순위이니 아이가 뭘 하더라도 제 눈에는 다 제대로 잘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저자들을 만나서 인터뷰할 때마다 아기곰들이 생각납니다. 너희들이 살아갈 미래는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내 경험 안에서만 사고할 수 있는 인간의 한계 때문에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대하는 게 늘 어렵습니다.

문제를 푸는 과정도, 정답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첫째 아이를 볼 때마다 고슴도치로 빙의해서

'저렇게 못 생긴 남자아이가 이렇게 귀여워 보일 수 있을까, 내가 진짜 쟤 엄마는 맞는구나'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유명한 저자를 만나서 대화를 하고, 아무렇지 않게 글을 써 내려가도 첫째 아이의 첫 기말고사에 엄마와 아빠는 어려운 회사일보다 더 잔뜩 긴장합니다.

자식은 이렇게 특별한 존재입니다.


과천 식물까페 <마이올레> - 남편이 슬픈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통화한 장소. "여보,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그래도 다 자기답게 빛나잖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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