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어여쁜 가정이 있고,
오늘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인터뷰를 하고
인터뷰를 핑계로 남편 회사 앞에서 부끄럽게 핑크스러운 연어덮밥도 먹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상암동 길
빠다코코낫 위를 맨발로 사뿐사뿐 걸어가는 달콤한 기분
자꾸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러다가 남편과 헤어지고 글을 써야 한다고 마음을 먹고
노트북 자판에 손을 올려 놓으니
얼굴 근육이 땅바닥 껍질처럼 딱딱해진다.
나는 내 글이 불편한 걸까, 나 자신이 불편한 걸까
그런데도 글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통해 용돈을 벌고
글을 통해 나를 만나야 하는 정해진 운명
뱀처럼 생긴 내 엄지손가락을 본 어떤 마녀가
어린 아이에게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주문을 걸어놓았다.
그 주문이 자랑스러운건지, 피곤한건지
아니면 그런 주문이라도 걸려서 감사한 건지
거울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알 수가 없다.
잠깐
거울을 자세히 보니 목에 주름이 엄청 많다.
내 살과 글은 이렇게 주름져서 어디론가 서서히 흘러가고 있는걸까
2024.6.28 오후 3시, 서교동 패스트 파이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