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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Jun 28. 2024

시하나- 글주름, 목주름

나는 늘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어여쁜 가정이 있고, 

오늘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인터뷰를 하고

인터뷰를 핑계로 남편 회사 앞에서 부끄럽게 핑크스러운 연어덮밥도 먹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상암동 길

빠다코코낫 위를 맨발로 사뿐사뿐 걸어가는 달콤한 기분

자꾸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러다가 남편과 헤어지고 글을 써야 한다고 마음을 먹고 

노트북 자판에 손을 올려 놓으니

얼굴 근육이 땅바닥 껍질처럼 딱딱해진다.

나는 내 글이 불편한 걸까, 나 자신이 불편한 걸까

그런데도 글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통해 용돈을 벌고

글을 통해 나를 만나야 하는 정해진 운명

뱀처럼 생긴 내 엄지손가락을 본 어떤 마녀가 

어린 아이에게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주문을 걸어놓았다.

그 주문이 자랑스러운건지, 피곤한건지

아니면 그런 주문이라도 걸려서 감사한 건지

거울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알 수가 없다.

잠깐

거울을 자세히 보니 목에 주름이 엄청 많다.

내 살과 글은 이렇게 주름져서 어디론가 서서히 흘러가고 있는걸까


2024.6.28 오후 3시, 서교동 패스트 파이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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