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과 그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
발성장애진단 후 음성치료를 받으며 심리상담을 권유받았을 때 고민을 했다. 일반 심리상담소를 찾을 것인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을 것인지…
심리상담소는 조금만 검색해도 찾을 수 있었는데, 심리상담 만으로 발성장애가 치료가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좋은 심리상담가분들도 충분히 많으시지만, 발성장애로 조급한 마음이 들어 나는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정신건강의학과로 마음을 굳혔다. 매체에서 정신과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고, 아파서 가는 병원 중에 하나라고 늘 얘기하지만, 막상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마음먹었을 때는 내가 바닥을 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신건강의학과로 결정을 했을 때, 내 직장 시간과 맞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주변에서 다녀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알음알음 가기는 조금 어려웠고, 포털 검색란에 근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의지할 곳이라고는 나보다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리뷰가 거의 다 였다. 리뷰상 가고 싶었던 곳은 내 직장과 같은 출퇴근 시간으로 진료를 보고 있어서 갈 수가 없었고, 두 번째로 생각했던 곳이 야간진료가 다양하게 있고, 토요일도 오후 네시까지 진료를 보는 터라 내가 다니기에 딱이었다.
하루 이틀로 나아질 것이 아니라 예상했기 때문에 꾸준히 다니기에 멀지도 않은 곳으로 결정했다.
첫 방문에서 다양한 검사를 하고, 우울증 진단을 받은 채 약 처방이 나왔다.. 이비인후과에서도 리보트릴이라는 정신성 약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약 부작용도 어느 정도 있으려니 생각했다.(리보트릴의 경우에는 하루 한 번은 괜찮았지만, 하루 두 번 먹었을 때는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졸음이 쏟아졌다.) 초반에는 약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내원했다. 약을 먹을 때마다 내 상태가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조금씩 무기력해지는 느낌이었다. 평소보다 텐션이 약간 떨어졌지만 나는 잘 느끼지 못했고, 주변에서 괜찮냐며 걱정해주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약을 먹자마자 거짓말처럼 목소리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먹은 약들의 가장 큰 부작용은 피로감과 무력감, 그리고 졸음이었다. 자도 자도 졸음이 쏟아졌고, 자도 자도 나른했다. 일주일에 한 번 가서 약을 바꿔보았지만 증상들이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런 졸음을 참고 새벽마다 달리기를 했다. 결과는 무기력증이 심각해져서 일상에도 무리가 갔기 때문에 조깅도 중단하게 됐다.
약 한 달 간이 지나자 병원 방문을 2주에 한번 해도 좋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제 약을 2주 정도씩 먹어보는 걸로 하기로 했다. 나른함은 이어지지만 밤 10시 이전에 잠을 잘 수는 없었다. 그 다음번 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취침 약이 추가가 되었다. 검색을 해봐도 내가 처방받은 약은 수면제가 아니었다. 공황장애나 발작에 사용되는 약이었고, 약 부작용에 졸음이 있었다. 하지만 취침 약을 먹는다고 해서 내가 10시에 잠이 들 수는 없었다. 나와 같은 경우에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도 잘 못 자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경우라서 생각이 줄어드는 약이라며 처방을 해 주었다. 지난번 글에서 수면 패턴이 힘들다고 했는데, 내가 약 부작용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수면, 무기력증이다. 결국 무기력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각성제가 처방되었다. 페니드 10이라는 약인데, 각성효과가 가히 어마어마했다. 하루 세 번 약에 모두 들어갔는데 먹고 하루 만에 텐션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다. 직장에서는 발성장애가 최악이 되기 전의 텐션으로 올라가서 일하는데 신이날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소리는 더더욱 안 나오고 발성장애는 심해졌다. 페니드를 처방받을 때 혹시나 먹으면서 불편하면 빼고 먹으라는 얘기를 했는데, 발성장애 치료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 큰소리로 웃기도 하고 머리도 맑아진 느낌에 약을 끊고 싶지 않았다. 2주 동안 목소리는 더더욱 안 좋아졌지만, 나는 페니드 10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2주를 보내도 방문한 정신과에서 원장님은 내가 작성한 재진 검사지를 두고 한참을 웃었다. “ 소하루씨는 목소리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텐션이 좋아졌다는 이유로 빼도 되는 약을 그냥 먹은 거예요? 이제 더는 목소리가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는가 봐요?” 라며 내내 웃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우울증이라는 생각에 좀 더 쳐지고 약을 먹으면 나른하고 졸린 나날들을 보내는 게 굉장히 지쳐있었다. 약을 먹는 동안 오랜만에 나의 밝은 모습에 내가 좋아서 약을 그냥 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목소리는 왜 더 안 좋아진 건지 싶었다. 원장님은 수면 패턴은 어땠는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페니드 10을 처음 먹은 날은 아예 날을 꼴딱 샜다. 그 후 2박 3일 떠난 여행에서는 신체적으로 피곤해서인지 열두 시 전에 잠이 들었고 나머지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2시 이전에 잠든 날이 드물고 4시에 잠든 날이 몇 번 있을 정도로 엉망인 수면 패턴을 보였다. 원장님은 내 수면 패턴이 망가진 것이 목소리를 더 안 나오게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페니드 10을 필요할 때만 먹을 수 있도록 따로 처방하고 저녁 약에 약한 각성제를 넣어주셨다. 그리고 무기력증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뺐다. 단, 그 약을 뺏기 때문에 불안함이 늘 수도 있으니, 그럴 경우에는 참지 말고 바로 병원으로 연락해서 약을 다시 처방받자고 했다.
페니드 10을 빼자 잠은 전보다 더 잘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목소리는 어느 정도 편안하게 나왔다. 그렇게 이제는 약이 좀 맞나 보다 했는데, 자기 전 불안함에 수면시간은 더 늦춰졌다. 어느 밤은 내 목소리가 평생 이렇게 안 나올 수 있겠다는 불안함에 휩싸였다. 유튜브에 근긴장성 발성장애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영상을 보다가 발성 교정이 좋다는 영상을 보고 그곳에 상담의뢰를 남겨뒀다. 다음날 그곳에서 연락이 오자 막상 어마어마한 금액(어디까지나 내 상황에서)에 바로 단념할 수 있었다. 그날 영상을 보다 네시에 잠들고 다음날에 목소리는 더더욱 안 나왔고 내 목소리에 대한 불안감은 급속도로 커져갔다. 결국 정신과에 연락해서 약을 추가로 처방받았다. 약을 처방받고 먹자 거짓말처럼 그게 뭐 별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약빨 잘 받는다. 그게 바로 이번 주의 이야기. 이렇게 처방받은 약에 지금은 좀 안정적이다. 수면 패턴은 여전히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지만( 이전화에 보면 내 망할 수면 패턴에 대해 써두었다.) 심리적으로 불안함이 없고 무기력함이 줄어들어서 직장에서도 무리가 가지 않았다.
주변에서 얼핏 들은 말이 있다. 정신과 치료는 맞는 약만 찾으면 거의 다 된 거라고 했다. 약의 복용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복용하는 약의 효과와 그 부작용이 내 일상에 적절한 맞는 약을 복용할 수만 있으면 될 것 같다. 언제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맞는 약을 찾기만 한다면 내가 우울증 환자인 것 자체는 더 이상 내게 지치는 일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내가 환자임을 받아들이고 약을 먹는 것이 더 이상 나를 지치게 하지 않게 된 지금이 지난 3개월 치료의 효과인듯하다.
우울증이나 발성장애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도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