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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나우 May 06. 2023

[후기] 책 쓰기 1일 특강, 어깨 위 망원경


종종 책 쓰기 혹은 글쓰기 특강을 찾아 듣는다. 브런치(블로그)를 하면서 독서와 글쓰기 게시물을 많이 열람해서인지, 인스타그램에 글쓰기 특강 광고가 자주 보였다. 보통은 저자 강연이 많지만 가끔 출판 관계자 강연이 열리기도 한다. 기왕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기회가 된다면 내 이름으로 된 책으로 엮어보고 싶었다. 스스로 필력이 부족한 것을 알기에, 오랜 시간을 들여서 글쓰기 실력을 높이기보다는 출판사가 원하는 도서 컨셉에 맞춰서 글을 써내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았다. 꼼수를 향한 불건전한 마음으로 출판 편집자 책 쓰기 특강을 신청했다.



평일 저녁 8시, 1시간 동안 진행되는 20년 경력 도서 편집자의 온라인 직강이었다. 다른 작가 출신 강연과는 달리, 문장 잘 쓰는 법보단 출판사가 선호하는 도서 컨셉 기획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워킹맘 1년 차 생존기'를 주제로 브런치북 발행을 계획 중이기에, 책의 컨셉과 목차를 잡기 위한 실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청서를 작성하자 특강 참석자를 위한 단체 채팅방으로 초대됐다. 특강 정보와 Zoom 주소를 확인한 후, 일정에 맞춰서 접속했다.




1. 완전 원고


특강 초반, 강연자 김유진 편집자(前 계림북스 편집장)는 '완전 원고'의 중요성을 힘주어서 말했다. 완전 원고란, 책 컨셉에 맞춰서 기획된 목차에 따라서 집필된 '책을 낼 정도의 원고'를 말한다. 책은 통일된 주제(메시지)를 지향하는 여러 글의 모음이다. 따라서 도서 출판을 목표로 하는 예비 작가라면,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부터 완전 원고의 형태로 글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즉, 기획된 글이어야 한다.


도서 기획은 책의 컨셉(주제 메시지), 제목, 목차 설계부터 시작된다. 글을 통해서 내가 말하려는 주제를 정하고,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제목을 짓고, 주제와 제목을 뒷받침할 재료들을 목차로 정리한다. 집필은 그다음이다. 기획 없이 글부터 쓰기 시작하면 뒤로 갈수록 원래 주제와 관련 없는 소재들이 섞여서 결국 메시지가 불명확한 일기가 돼버린다. 냉정하게 말하면 책 쓰기는 비즈니스다. 특히 실용서나 에세이 책 작가는 예술가보단 독자의 니즈를 맞추는 마케터에 가깝다. 출판사는 도서 판매 수익을 원하기 때문에, 나만 심취한 글이 아닌 독자가 원하는 글을 선호한다. 그러려면 글쓰기 전 기획 과정이 필수다. 초보 작가일수록 더욱 그렇다.



2. 독자의 니즈


만약 1,000만 명의 독자가 있다면 1,000만 개의 독자 니즈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크게 물적 욕망(자기 계발서, 실용서), 지적 욕망(인문서, 전문서적), 정서적 욕망(심리서, 에세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출판을 꿈꾸는 작가라면 본인의 글이 해당 카테고리 중 한 개에 속해야 한다. 내 글이 어떤 독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지 파악하고, 해당 니즈에 맞는 컨셉과 목차를 기획해야지만 내 글의 시장성이 높아진다. 출판사는 시장성이 높은 글을 찾고 있다.


하지만 독자의 니즈에 맞춰서 내가 가진 컨텐츠를 바꿀 수는 없다. 설령 특정 분야의 전문서 집필을 희망하더라도, 몇 년 이상을 공부하고 학위를 딴 사람만이 해당 컨텐츠를 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전문 서적을 통해서 지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독자더라도, 해당 독자는 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일 수도 혹은 이제 막 관심을 가진 초보 학생일 수도 있다. 따라서 컨텐츠의 깊이보다는 내가 가진 컨텐츠에 맞는 독자 니즈를 찾고, 그 니즈에 맞는 컨셉을 기획하는 것이 출판에 더 유리하다. 학생, 직장인, 주부 등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컨텐츠의 양과 수준에 맞는 글을 쓰되, 내 글이 어떤 차별성을 가질 것인지를 잘 고민해야 한다.



3. 최신 트렌드: 실용 에세이


출판 시장에서 가장 많은 책은 단연 에세이다. 최근 트렌드는 '실용 에세이'다. 실용 에세이는 도서 편집자들 사이의 은어인데, 개인의 감정 표현이 중요한 에세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 독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정보가 포함되면 좀 더 호평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육아, 결혼, 회사생활 등 평범한 일상은 행복과 괴로움을 동시에 불러온다. 괴로움을 달래는 정서적 위안에 더불어 고충 해결을 위한 작가만의 팁까지 함께 준다면? 내가 독자라도 실용 에세이를 더 선호할 것 같다.




그 외에도 출판사 투고를 위한 팁, 출판에 필요한 최소 원고 분량, 인세 범위 등 '글쓰기'가 아닌 '책 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1시간이 꽉 채워졌다. 기존의 글 잘 쓰는 법에 대한 강의가 대학 교수님의 이론 수업 느낌이었다면, 이번 책 쓰기 특강은 목표가 분명한 학원 수업 같았다. '출판사 투고'라는 명확한 목표 달성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해 주었다. 덕분에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컨셉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김유진 편집자는 '책 쓰기의 본질은 글의 축적이다'라는 멘트를 끝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즉, 누구든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글쓰기를 지속하면 책을 출판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에세이 책 1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A4 50장 분량의 글이 필요하다.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 50장 이상의 글을 쓰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버티기만 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글쓰기를 지속하면 글은 축적된다. 그때가 되어서야 기회의 문이 열린다. 기회의 문고리를 하루라도 빨리 잡아볼 수 있도록, 오늘도 부지런히 글을 써야겠다. 언젠간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으로 만들어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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