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모임에서 수차례 받은 질문
오랜만에 학부모 모임에 나갔다. 역시나 학부모들이 모이면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학교 생활로 흘러가곤 한다. 이번 모임에서는 독서와 문해력이 화두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잘 읽어요?”
"이 집은 걱정 없지? 애들이 책을 어쩜 그렇게 좋아하는지..."
"책 읽고 독후활동은 어떻게 해요?"
"만화책은 안 보나요?"
"하루에 책은 몇 권이나 읽어요?"
첫째 아이는 책 읽기를 워낙 좋아해서 다독상을 받을 정도다. 덕분에 과제도 무리 없이 해내고, 교실에서도 책과 관련된 활동에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엄마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질문하는 엄마들의 얼굴에는 대개 걱정이 한가득이다. 나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깊이 고민하게 된다. 뾰족한 비법이라도 있다면 자신 있게 "이겁니다!" 하고 말해주고 싶은데 내가 생각해도 정말 모르겠다. 일단 질문에 답하는 선에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단, '독후활동'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나는 아이의 책 읽기 후에 따로 활동을 준비할 만큼 꼼꼼하거나 철저한 성향이 아니다. 독후활동이라면 새 책을 살 때 딸려 오는 워크북이나 스티커 붙임 놀이 정도가 전부였다. 게다가 초등학생이 된 후로는 도서관을 주로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독후 활동과는 멀어졌다. 그저 아이는 책을 열심히 읽었을 뿐이다.
만화책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서 제대로 접했다. 그 첫 만화책이 바로 "흔한남매" 시리즈다. 만화책은 시리즈물이 많아서 책 부피도 크고 한 번 보면 금방 해치우기에 전부 다 사줄 수가 없다. 대신 학교 도서관에서 마음껏 보고 온다. 흔한남매, WHY 시리즈, 놓지 마 과학 시리즈 등 아이가 재밌게 보는 책들은 그렇게 도서관을 통해 충분히 접하고 있다.
하루에 딱 30분~1시간 정도 개인 공부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독서와 취미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말 그대로 틈만 나면 책을 붙들고 있어서 하루 독서량은 따로 측정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오히려 지나치게 정적인 활동만 해서 걱정일 때도 있어서 이 이야기를 하며 내심 민망해졌다.
하지만 내가 내놓은 답변이 고민 많은 엄마들에게 속 시원한 답이 되지 못한 듯, 몇몇 엄마들의 표정은 오히려 더 어두워졌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래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1. 학원 스케줄이 빡빡해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
2. 집에 아이가 흥미를 끌만한 책이 없다.
3. 패드로 학습하는 것을 좋아한다.
4. 엄마, 아빠는 핸드폰이나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5. 도서관 가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6. 독서교육을 위해 학원을 보낸다.
짧은 대화 속에서,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 것’이 아니라 ‘못 읽는 것’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대신 조심스럽게, 부모님이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을 듣고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 대답은 상상에 맡긴다 ^^
글을 쓰고보니 아이들이 책을 사랑하게 되는 길은 특별한 비법이 있거나 학습에 의해서가 아닌 것 같다. 엄마가 책 읽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 시간을 즐기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조용히 책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