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당신에게는 꾸준함이 있었나요?
연말이다. 한 해가 끝날 무렵이면 새해에 대한 설렘도 있지만 묘한 우울감도 올라온다. 새해에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봄까지 의욕을 이어가다가 여름에는 휴가와 동시에 급 다운, 가을이 되면 다시 초조함에 힘을 내보려 하지만 결국 겨울에는 추위와 함께 몸을 다시 웅크리게 된다.
최근 내 가슴속을 후벼 판 단어가 있다.
그 단어는 바로 "꾸준함"
"나는 왜 이렇게 꾸준하지 못할까?"
내면의 소리에 휩싸여 한동안 텐션이 떨어졌다. 주변에서는 내년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했지만, 나는 도무지 흥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빨리 이 상태를 해결하고 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에 머무는 나를 발견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에도 비슷한 모습이 있었다. 속상해서 눈물이 나면 눈물을 빨리 멈추려 하기보다는 거울을 가져와 울고 있는 내 얼굴을 찬찬히 관찰하곤 했다. 이번에도 역시 빨리 해결하려기보다는 그렇게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중, 오랜만에 생각공장장님과 수다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거의 만나자마자 "꾸준함"이라는 단어를 뱉은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정말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공장장님은 지금의 나를 딱 이렇게 표현했다.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를 힘들게 올라가고 있군요."
크우~ 언어 천재 생각공장장님의 비유는 내 머리를 댕댕댕 울렸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어어?' 하고 어리둥절했지만, 시간이 지나 곱씹어 보니 가슴 깊이 박히는 말이었다.
남과의 비교를 멈추고 나다운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늘 단단한 나를 꿈꿔왔지만, 어느새 나는 스스로를 비난하는 함정에 빠져있었다. 그날의 대화 이후, 꾸준함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을 버리고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일상을 살게 되었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아이들 등교 후 바로 짐으로 향했다. 스트레칭을 간단히 하고 스텝밀을 찾았지만, 모두 사용 중인 것을 확인하고 약간의 아쉬움이 스쳤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마운틴 밀에 올랐다. 신기하게도 마음속에서 그 어떤 걸림도 없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운동을 시작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운동을 하는 동안 좋은 글감과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오늘 하루에 대한 기대감마저 차올랐다.
그러던 중, 최근까지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든 단어인 "꾸준함"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단어는 더 이상 나의 마음을 후벼 파지 않았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 요즘 꾸준히 운동하고 있잖아? 지금 봐봐~"
생각해 보니 스텝밀은 처음에 딱 10분만 하자고 시작했었다. 시작과 동시에 땀이 후루룩 나서 그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되었는데 이제는 20분을 빠른 속도로 소화하게 되었다. 이 것뿐일까? 그동안 무서워서 벽에 기대어 겨우 성공했던 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를 최근에 혼자 힘으로 성공했다. 코어 근력과 밸런스가 중요한 동작도 곧잘 따라 하고 무엇보다 내 몸이 단단해지고 유연해졌다.
이 모든 것은 억지가 아니었다. 운동은 점점 내가 즐기는 일이 되었고,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미 꾸준히, 즐겁게 하고 있었던 거다.
"내가 즐길 때, 꾸준함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꾸준함은 억지로 투 두 리스트를 채운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길 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었다.
"나는 무엇을 즐기고 있는가."
"나는 내년에 어떤 즐거움을 통해 자연스러운 꾸준함을 만들어가고 싶은가?"
혹시 한 해를 돌아보며 즐겁게 했던 일이 없다고 느껴질 때, 스스로를 비난하기 쉬울 것 같다. 그렇다면 걱정하지 말자. 어쩌면 이런 생각조차 즐거움을 찾기 위한 새로운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내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는 방법에 대한 글은 다음 기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