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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 숲 Dec 14. 2023

길 찾는 이들의 쉼터, 휴남동 서점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클레이하우스)

오랜만에 소설을 그것도 우리나라 소설가가 쓴 요즘 소설을 읽었다.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황보름 작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나는 제목에 서점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황보름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녀가 쓴 소설은 잘 읽혔다. 그녀의 브런치북에는 19화까지 편집되어 있는데 그게 끝이 아니다. 서점 주인인 영주가 슬픔 속에서 서점을 낸 사연도 궁금하고 바리스타가 된 민준 어떤 삶을 선택할지 호기심이 일었다.


읽다 만 소설이 계속 궁금해진다는 것은 독자의 호기심을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성공한 이야기 구성이다. 마침 도서관에 가니 그녀의 책이 비치되어 있다. 더구나 큰글자책이었는데 처음으로 빌려 온 큰글자책은 노안인 눈으로 읽기에 확실히 편했다.

 

조용한 주택가에 동네 서점을 낸 휴남동 서점 주인 영주, 그녀는 처음엔 무기력하게 손님처럼 서점에 앉아 책만 읽었지만 좋아하는 책들을 읽으며 조금씩 기운을 차려 서점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한다. 그냥 책만 파는 게 아니고 책을 읽은 소감을 메모지에 붙여 책 소개를 하기도 하고 북토크를 열기도 하고 독서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휴남동 서점에는 영주의 따뜻한 눈빛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덕분에 상처받은 이들이 찾아와 머물다 가곤 한다. 살다가 지친 이들,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이들, 사회 구조 속에서 소외된 이들, 이들은 휴남동 서점에 와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뜨개질을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작은 친절을 베푼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서점 주인 영주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성장로 읽다. 책 읽기를 가장 좋아하던 명랑한 중학생 소녀였던 영주가 목표에 골몰한 채 일에 빠져서 살다가 어느 날 번아웃이 다. 상처 입고 무기력해진 영주는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전히 일이 먼저인 남편과 헤어진다.


죽어라 일만 했던 세계에서 벗어난 영주는 자신이 좋아했던 책과 서점을 떠올리곤 서점을 차린다. 영주에게 서점은 편안함이다. 매일 책을 읽으면서 그녀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다. 나를 소외시키지 않고 사는지,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사는지,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지 묻고 답한다.


책 속에서 만난 저자와 북토크를 하며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해 주고 함께 좋은 책을 읽는 독서모임도 진행하며 서점을 능동적으로 운영해 간다.


동네 서점인 휴남동 서점에서 민준은 바리스타 역할을 한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 돈 잘 벌며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온 인생을 다해 달려온 민준이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는 사회구조에 대해 알아갈 즈음 영주는 알바생인 민준이 제대로 쉬면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돕는다.


황보름 작가가 만들어 낸 인물들은 사회적 통념이라는 관점에서 비주류에 속한다. 월급 많이 주는 잘 나가는 일자리를 그만두거나 취업이 안 되는 취준생이거나 알바생,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겠다는 희망 고문에 지친 비정규직, 대학을 선택하지 않고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민철 등....


그들은 휴남동 서점을 기점으로 영주의 친절과 배려 속에서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우정을 나누고 느슨한 연대를 나눈다. 그 우정과 연대 속에서 진솔하고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성장다.


작가는 민준을 통해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말한다. 커피를 내릴 땐 커피만 생각한다. 목표를 세우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마음을 열고 마음을 비우고 커피에 집중한다. 그것이 수행의 기본자세, 완전히 존재하기다.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쓴 글이 잘 쓴 글이고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나는 공감한다.


무언가에 빠져서 무언가에 지쳐서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발견이 될지도 모르겠다. 관계 속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휴남동 서점은 힐링이 될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길보다 자신으로 존재하면서 살아가기 위한 길을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내가 지금도 나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듯 그들 역시 자신의 길을 잘 만들어가길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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