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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May 03. 2022

다산의 공감 연습2(맹자9)

9장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불인지심不忍之心

 보험금 때문에 내연자와 공모하여 소위 “계곡살인”을 저지른 20대 여자가 2022년 봄날에 대한민국 사람들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 인간은 악해질 수 있는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한 사람들 때문에 대한민국은 최근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우리 인간이 원래 악한 존재인가라는 물음이다.

 순자荀子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악하다고 쉽게 결론 지어 버렸다. 한비자韓非子는 이러한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을 바탕으로 강력한 법치주의를 주장했고, 이러한 사상을 적극 수용한 진秦나라가 전국을 통일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순자의 성악설과 한비자의 법치주의가 승리한 것 같지만 중국 송대宋代의 유학자들과 조선의 유학자들은 순자와 한비자를 버리고 다시 맹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오늘날 《맹자》가 계속 읽히고 있는 이유이다. 

 순자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조상이라면, 맹자는 그와 반대로 ‘선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조상이라 할 수 있다. 맹자는 우리의 본성은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했고, 성선설의 근거로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을 말했다. 이것이 바로 선의 마음을 읽은 맹자의 킬링포인트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한 마음은 인·의·예·지라는 사덕四德으로 말해지기도 한다.

 맹자의 부동심, 호연지기만큼이나 맹자의 핵심개념어로 유명한 것이 바로 사단四端인데, 인·의·예·지라는 사덕의 단서라는 말이다. 바로 <공손추> 상편 6장에서 다루어지는 개념들이다. 그러나 사단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불인지심不忍之心의 의미를 먼저 알아야 한다. 맹자의 불인지심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사람에게는 다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옛날 임금들에게는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기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정치가 있는 것이니,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정치를 하면 천하를 다스리기란 손바닥 위에서 놀리듯 될 것이다
人皆有不忍人之心. 先王有不忍人之心, 斯有不忍人之政矣. 以不忍人之心, 行不忍人之政, 治天下可運之掌上.
<공손추> 상편 6장     


 《한글 맹자》에서는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또는 줄여서 불인지심不忍之心을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라고 풀이했다. 남에게 무엇을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차마 하지 못할 나쁜 짓인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생명을 해치는 일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생명을 보존할 능력이 없는 노약자에 대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이것을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남의 고통에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것은 맹자가 이 마음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정의한 것이다. 첫 번째 글자, 인개人皆는 ‘사람 모두’라는 의미로 사람 중에 한 명 예외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세계에서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맹자는 그런 사람은 사람으로 치지 않은 것일까? 순자는 오히려 현실주의자로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도 다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맹자는 단순히 이상주의자이기 때문에 사람이 모두 선한 본성을 가졌다라고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믿어야 모두가 선해 질 수 있다는 꿈을 선언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역사에서도 사람이 우선인 세상,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맹자는 이러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세상이 다스려지는 것이 쉽다고 했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비록 맹자가 말하는 세상 다스리기 쉬운 날이 온 적은 없지만, 끊임없이 맹자의 뒤를 이어 몽상가들은 나타나고 있으니 희망적이다. 정약용 역시 꿈꾸는 사람이어서 자신의 호를 사암俟菴, 즉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지었다. 자신의 시대에 이루지 못한 꿈은 저술을 통하여 전하고, 자신이 꿈꾼 세상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린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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