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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야 May 17. 2024

통증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나는 습관처럼 약을 먹고 다녔다. 허약한 첫째를 애지중지 키우려 아빠는 새벽에도 병원에 차를 몰고 갔고, 엄마는 약사만큼 약의 종류를 외우고 다녔다.

아픔은 사람을 불쌍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 때로 연민에 기대려 통증을 과장하곤 했다. 친구들과 만날 때면 불행을 견주듯 허약함을 무기로 삼아 허풍을 떨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아플 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것 같다. 통증을 드러내 돌아오는 반응을 수용할 기력조차 없을 때는 상대방의 연민도 마음의 생채기로 다가오고, 결국 나의 아픔은 누구도 책임져 줄 수가 없구나, 하고 입을 다물게 된다.

통증을 타인에게 휘두르지 않는 것, 아픔을 스스로 삭이는 것이 아마 어엿한 어른이 되어가는 양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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