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속이 잦은 편이 아니다.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편이라, 주말에도 이틀 연속으로 약속을 잡지 않고 꼭 집에서 하루씩 쉬곤 한다.
그러다 보니 한번 사람을 만나면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가득 담아 선물보따리처럼 풀어놓곤 한다. 갓 구운 빵처럼 따끈한 감정을 있는 힘껏 표출해야 하는 이야기도 있는 반면, 그새 식어버려 그땐 그랬지- 하고 담백하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느 이야기든 시간에 굶주린 수다쟁이가 되어 줄곧 떠들곤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꼭 반복되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하나의 이야기는 나비처럼 여러 입에 앉게 되고, 저 멀리 한껏 구겨져 있던 옛이야기꽃까지 꼬깃꼬깃 펼쳐내게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또 듣게 될 때면, 그와의 친분을 인정받는 기분이 든다. 나도 누군가에게 친분의 증표로서 이야기를 반복했겠지- 하며.
-때로는 반복되는 이야기를 또 듣는 게 싫다며 짜증을 냈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들려준 이야기는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있어요. 다음에 만나면 또 내가 아는 그 이야기를 해줘요. 그럼 나는 또, 못 이기는 척하며 들어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