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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짓는Jay Feb 18. 2022

실전!! 초보 건축주의 단독주택 토지 매매기

한줄요약: 그래서 결국 일산 도심의 단독주택 단지 필지를 샀다

나는 젊은 건축주이다. 그러니까 이 시장에서 볼때 '새파랗게 젊은놈'이라서 젊은 건축주라고 부르기로 작정했다. 그동안 브런치를 통해 단독주택 집짓기 여정 중 토지 매매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했다. 일단은 그 (아마도)마지막으로 그래서 나는 어떤 토지를 어떻게 매매하게 되었는가? 를 이야기해보자. 


아래의 내용들은 전편의 글들에서 그 방법이나 상세한 내용들을 정리해두었다. 이전 글을 참고해가며 보면 이해하기 더 쉬울거다. 


1.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 

어쩌다보니 집을 짓기로 마침내 결심했다. 그리고 가족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 그래서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가'를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했다. 


<내가 원하는 토지의 조건>

걷고 싶은 동네, 살고 싶은 동네  

좋은 카페가 두세곳 있는 곳

우리 수준에 너무 낮지도 높지도 않은 이웃이 있는 곳

0~0원에 살수 있는 땅이나 집이 있는 곳

A지역과 B지역 출퇴근이 가능한 위치

10년은 마음편히 살수 있는 동네  

주변에 편의 시설이 갖춰져있는 동네

내가 잘 알고 있는 동네    


저마다 원하는 집의 모습이 있을거다. 우리는 각자 직장을 갖고 있고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는 나이대이다. 그래서 너무 시골이나 직장에서 먼 곳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둘다 도시에만 살았고 도시의 편의시설에 익숙할만큼 익숙하다. 어느정도 인프라가 없는 곳의 삶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위치는 직장과 익숙한 동네를 중심에 두었다. 아내의 직장은 강북, 내 직장은 강남. 그것도 각자 거기서도 극과극에 위치했다. 이 둘의 접점을 찾으려고 했는데... 여의도 정도가 되야하려나;;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했고 내가 포기했다. 그래서 강북과 근처 경기권 중 익숙한 동네를 중심으로 매물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2. 사전조사

대략의 위치는 결정했지만, 판교나 강남 이남의 토지는 매력적이었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외진 주제에 자차가 아니면 이동도 불가한데 비쌌다; 수요도 있겠지만 미래에 뜰거다...라는 기대가치가 더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근데 거기에 집지으면 아내는 출퇴근이 불가능했다. 미련을 접었다. 


파주, 일산, 고양의 경기권과 DMC, 향동, 그리고 강북의 이름난 도심들을 모두 살펴봤다. 이 단계에서 들었던 생각은 기대감이었다. 처음 집짓자! 했을 때는 세상 빈땅이 다 내 것 같았다. 조금 알아보니 생각보다 집지을 수 있는 땅은 적었고 땅값은 끝도 없이 오르고 있었다. 공부를 좀 해보니, 일단 앱이나 인터넷 상으로는 그래도 매물이 많이 있었다. 하나하나 체크하며 빨리가서 보지 않으면 누군가가 채갈거같은 조급함이 앞섰다. 


이 과정에서 평생 팔자에 없던 토지나 부동산, 집짓기 공부를 음청했다. 여러가지 책이나 인터넷의 정보, 각종 팟캐스트 등을 섭렵했다. 뭐하나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인지라 몇달만에 공부량이 엄청났다. 어느정도 가짜와 진짜가 뭘 말하는지 알아먹겠는 수준까지는 되었던거 같다. 간혹 '좋은 건축가, 시공사에게 일을 맡기면 된다. 공부왜하냐?' 라고... 건축 관계자들이 이야기한다.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나쁜놈들이 너무 많고 특히 이 판은 누구하나 등처먹을 놈 없나 노리는 '놈'들이 너무 많다. 모르면 먼저 줍는 놈이 임자인거다.


아무튼 이때쯤 생각보다 쓸만한 정보가 정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건축관련 정보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 건축 이해 관계자에 의한 이야기다. 이를 구분해서 보다보니 각자는 그들 각자의 입장만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러니까 건축 이해관계자는 집짓고 망했어요!를 말하지 못한다. 혹은 집지으면 망하는데 나에게 맡기면 안망함!으로 써먹든가.(그리고 그 사람도 사기를 치고 있더라...) 게다가 정말 필요한 선배 건축주들의 이야기는 매우 적거나 신뢰하기 어려운 감상이 주였다. 나침반 없이 사막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또하나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과 관련한 트랜드 자체가 너무나 올드했다. 나정도 나이만되어도 새파랗게 젊은놈 취급받을 정도로 정보도 사람도 너무 불친절하고 구렸다. 그래서 이런 일련의 과정을 기록해두기로 마음먹었다. 



3. 답사, 임장

그렇게 나름의 공부와 사전조사를 하고 답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이론과 실제는 차이가 컸다. 그래도 꿈을 이룬다는 목표가 있기에 과정 자체는 매우 재미있었다. 대충 그런 곳들이 경치가 좋거나, 드라이브하기 좋거나, 볼거리가 많은 구도심이거나, 예쁜집들이 모여있어서 매주 소풍가는 기분이었던거 같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거기에 맞춰 한정된 지역을 포커스 해야한다는 것도 이때 느꼈다. 정신차려보니 땅보러 어디 춘천까지 가고 있었던거다. 마구잡이로 쌓아두었던 지식도 실전으로 들어가니 아귀를 맞춰가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조력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것도 느꼈다. 토지를 매매하고 집을 짓는 것은 일생일대의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리고 이 시장은 슈퍼에서 공산품을 구매하는 아파트 같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자칫하면 큰일날 매물들이 정말 많았다. 돈싸들고 찾아온 어린놈을 어떻게 한번 해보려는 사람도 정말이지 있었다.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단독주택을 짓기위한 토지나 구옥은 매매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경우가 허다하다(물론 부동산에서는 어제도 몇명 문의왔고 금방나갈거다..라고 얘기하겠지만) 기다리다보면 마음에 드는 매물이 새롭게 뜨기도 한다. 주택공사의 새로운 공시나 큰 토지를 매수에 나누어 파는 것 등도 기다리고 관심을 갖고 있다보면 결국 눈에 들어온다. 


한가지 더. 실제 가보니 답사의 중요성을 정말 느꼈다. 토지나 내가 살집은 반드시 발품을 팔아봐야 한다. 차끌고 가보고 대중교통으로 가보고 여러 시간 여러 계절에 다녀봐야 한다. 그러니까 직접 거기 산다는 가정하에 골목을 걸어보고 슈퍼도 가보고 식당에서 밥도 먹고 해봐야한다. 직접 땅을 밟고 냄새를 맡아보고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그러면 이게 내 땅인지, 이 동네가 내가 원하는 동네인지 스스로 느끼게 된다. 



4. 내가 고민했던 지역들

반년 정도 답사를 다녔다. 조바심을 내다가 계약단계까지 가기도 하고, 주말마다 새로운 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매력적으로 느꼈고 고민했던 곳들은 아래와 같다. 


구기동: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동네이고 동네의 기운자체가 다르다. 북한산 자락의 경치와 공기를 느껴보면 여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쓸만한 구옥이 많았고 가격도 괜찮았다. 정말 여러번 가보며 끝까지 고민했다. 교통이 좋지 않은 단점이 있고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동네 주민, 산과 바위가 많은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게 개선될 여지는 없어보였다. 딱 마음에 드는 구옥을 두어개 발견했고 최종 계약까지 고민했지만, 인연이 아니었던거 같다.   


성북구, 동대문구: 마찬가지로 단독주택으로 유명한 동네들이다. 쓸만한 구옥도 찾아보면 있고 협소주택을 고려할 수 있는 토지도 있었다. 교통도 좋고 걸을만한 곳 볼만한 곳 널렸다. 동대문구 근방은 상대적으로 평지에 있는 집도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높았고 그나마 접근 가능한 곳은 도로, 경사 등을 고려했을 때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내가 집을 짓는다해도 주변이 다 빌라고 남은 곳도 다 그런 동네로 바뀔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청운동, 삼청동, 가희동: 이곳도 정말 매력적인 동네다. 많은 매물이 도로가 아예 없거나 상태가 안좋고 경사도 상당히 심한 곳에 위치한다. 하지만 동네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청운동 쪽 청와대까지 내려다보이는 집들은 정말 눈딱감고 그냥 계약할까 싶기도 했다. 실제로 이곳에 많은 분들이 협소주택을 짓고 있었다... 나는 접었지만, 이글을 읽는 분들이 이곳에 도전해 성공하시면 좋겠다. 한옥을 고려하는 분은 말안해도 여기 가보고 있겠지. 


홍제동: 이쪽에도 좋은 매물이 많았다. 동네도 은둔하는 분위기에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일단 교통이 너무 안좋았다. 그리고 경사가 너무 심했고 일부 지역은 동네 분위기가 나와 맞지 않았다. 다만, 많은 분들이 새로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고 있는 지역이니 고려해보면 좋겠다. 


마포: 근생이나 협소주택으로 누구나 꿈꿀만한 지역이겠다. 근데 가격이 너무 높다! 도전해볼만한 매물은 맹지이거나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기본적으로 근생으로 접근해야 그나마 답이 나오는데.. 동네 자체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범위를 좀 넓히면 멀리는 가좌나 증산동, 신사동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 근데 이곳은 분위기가 너무 다르고 난개발된 지역이라 새로 자리잡기는 무리가 있었다. 곳곳에 재개발 바람이 부는 것도 내겐 부담이었고.


향동, 덕은동: 새로 아파트들이 쭉 들어서면서 단독주택 필지들이 나온 곳이다. 동네도 깔끔하고 인프라도 좋다. 교통이 좀 별로긴한데 나아질거 같다. 그리고 이걸 감내할만큼의 동네가 깔끔하다. 그래서 너무 비싸다...


은평구: 구도심에 매물들이 왕왕있다. 진관동의 고급 주택단지나 북한산 자락에도 멋들어진 매물이 있다. 전자는 동네가 내 기준에 적합하지 않았고, 후자는 그림의 떡일만큼 비싼게 문제다. 또 관광지화되어서...여기서 어떻게 살지 싶은 걱정도 되었다. 


삼송: gtx가 들어오면서 엄청 뜬 동네다. 단독주택 매물이 꽤 있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대단위 단독주택 단지도 몇몇 위치해있다. 동네도 고즈넉하고 매력적인 곳이었다. 근데 실제로 이용해보니 교통 흐름이 별로였고 뜨는 동네인만큼 많이 어수선하다. 가격도 너무 오르고 있는 것도 부담이었다. 부동산들 엄청 불친절했다 ㅎㅎ...


고양시: 곳곳에 전원주택단지와 매력적인 토지가 많다. 발품이 많이 필요한 지역이다. 꼭 여러번 가보고 이게 내가 원하는 땅인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한정된 예산에서 매물을 찾는다면 고양시는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일산: 일산은 단독주택 단지의 천국이다. 구석구석 전원주택단지가 크게 잘 조성되어 있다. 위치도 좋고 교통이나 인프라도 매우 우수한 곳도 많다. 투자가치 측면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긴하지만...그런 부분을 잘 고려한다면 꼭 한번 살펴볼만한 곳이다. 


파주: 위의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면 아니 이땅이 이 가격이라고?? 싶은 매물이 쏟아진다. 전원주택 필지들도 곳곳에 많다. 출퇴근이 필요하지 않거나 사회생활을 해야하는 나이가 아니라면....파주 꼭 한번 살펴보시라. 솔직히 나는 이런데 나두고 집앞에 나가도 차막히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왜 사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 


김포: 좋은 단독주택 단지도 많고 쓸만한 매물도 많다. 타운하우스도 잘 조성되어 있다. 다만, 비슷한 조건과 비교했을 때 교통이 너무 안좋은데 가격은 비쌌다. 이정도 가격으로 살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초구: 여긴 내가 정한 조건에 맞는 지역은 아니지만, 돈만 있으면 이런데 살고 싶다!!! 싶은 매물이 많았다. 생각보다 단독주택 단지가 곳곳에 위치하는데 물론 가격은 대단하지만; 동네 분위기도 좋고 인프라 같은건 뭐 말할필요없고. 한두번 가보고 반했던 지역이다. 



5. 그리고 계약 

많이 고민했다. 결국 일산의 땅을 최종 계약했다. 첫 답사에서 방문했던 곳이고 너무 매력적이었다. 가격이 문제였다. 고려했던 가격의 2배였다. 다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애초의 예산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운때가 맞아 부동산의 적극적인 중재로 가격을 얼마간 낮춰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이땅은 우리가 정했던 조건에 (가격만 제외하면)거의 들어맞았다. 땅이 주인을 알아볼거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정말 그러했다. 이땅을 처음보고 반년 정도 답사를 다녔는데 계속 여기 생각이나 열댓번을 다시 와보기까지 했으니까. 뭐 나중에 돌아보니 깍은다고 깍았는데도 엄청 비싸게샀구나;; 하면서 계속 시세 확인하게 되긴했다ㅋㅋㅋ(땅주인이 지역 유지에 너무 고수였다ㅠ) 그래도 결과적으로 땅자체는 만족한다. 너무 과분해서 문제지... 


처음 토지를 매매할 때는 정말 막막했다. 이러다 집지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좌충우돌에 후회와 갈등과 번민과 욕심과 기타 등등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계속 강조하는데, 여유를 갖고 이 과정을 즐기시라. 일단 토지든 구옥이든 사고나면 이제 돌이킬 수 없다. 그리고 이제부터 정말 일생일대의 결정과 싸움의 연속이다. 이 과정을 잘 보내야 다음 단계로 순조롭게 진입하게 되는거 같다. 이런거 다 싫으면 아파트 살면 된다. 내 집을 짓는다는것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그렇게 로멘틱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다음 이야기는 부동산 계약서 작성 시 팁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댓글은 모두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이나 추가로 알고 싶은 부분을 알려주세요. 구독해두시면 새글 편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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