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ncent Jan 25. 2022

빈센트를 아시나요?

 prologue


불현듯 누군가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것도 모른  말이죠.


 그날은 대학 새내기 시절을 보내고 3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와 중간고사를 치르는 날이었습니다. 시험지가 배부되는 와중에 교수님은 강의실 앞 화이트보드에 안내사항을 하나 적으셨습니다.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닉네임을 시험지에 인적사항과 함께 적을 것 "


 교수님이 준비하신 시험지에는 이름, 학번, 학과와 함께 닉네임을 적을 공간이 마련되어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대학 포털 시스템에 마련된 온라인 공간에 수강생들의 점수를 공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닉네임으로 익명성을 지키는 동시에 본인의 점수가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알 수 있게끔 하려는 경험 많은 교수님의 노련한 방식이었습니다.


 크게 신경 쓸 사항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닉네임을 생각해내고 싶었습니다. '멋있되 멋을 부리려 하지는 않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싶었습니다.


"······"


고민이 깊어질수록 생각은 무뎌져만 고 뻗어나가질 못한 채 맴돌기만 했습니다. 더 이상 시간을 소비할 수도 없습니다. 그때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곧장 적기 시작했습니다.


"vincent"


제가 적어낸 "vincent"는 빈센트 윌렘 반 고흐(Vincent Willan van Gogh, 1853.03.30~1890.07.29)였습니다.



세 가지 장면


첫 번째 장면

 

https://steemit.com/music

 처음 빈센트 반 고흐를 마주한 것은 제가 15살이었을 때, Don Mclean이 부른 <Vincent>라는 곡을 알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고흐의 삶을 반추하는 가사로 감정의 과잉 없이 부르는 이 음악은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 고흐에게 건네는 담담한 위로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창 허영심으로 가득 차 있던 저에게 이 음악 들려주는 예술가의 진심과 감상적인 시선은 한 없이 '고상하게'만 들렸습니다.


 '이해받지 못한 천재(misunderstood genius)'를 기리는 이 곡의 시선을 저 자신에게 두고, 그 시절 과잉되어있던 제 자의식을 한껏 충족시키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야"라며 한 없이 가볍기만 했던 저의 존재를 꾸미려 소비했을 뿐입니다. 오만한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깨져버렸습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현실의 비릿한 냄새를 맡아가고 있을 무렵 평범해지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21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막막하게만 느껴지고, 제자리에만 머물고 있는 그저 그런 존재라는 생각에 빠진 제가 반 고흐를 다시 한번 만나게 된 것은 그가 남긴 편지를 묶은 책에서였습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가 살아생전에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서 우리들에게 반 고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조금은 더 자세히 들려줍니다.


두 번째 장면


http://egloos.zum.com/sbh5510/v/11303314


 이 당시 책을 읽으며 제가 이입한 것은 15살 당시 제 시선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예술가의 기질이나 심미안 같은 것보다는 '치열하게 불안과 대면하고 이를 극복하려 고군분투하는 한 없이 나약한 개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고흐는 자신의 존재를 이해받지 못했고 이에 큰 불안과 무력감을 감당해야 했지만 '자신만의 그림'으로 극복해나가려 발버둥 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반 고흐가 맞는 결말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결말을 향해가면서도 고흐는 한 없이 스스로를 다잡으려 이와 더불어 자신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향한 연민의 시선을 잃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끈질기게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던 그의 태도는 상당히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힘겹게 피어올린 희망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를 차마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것 때문에 그의 삶은 위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이해받지 못해서' 겪는 무력감을 살아있는 내내 감내해왔던 어떤 이가 존재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여전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게도 고흐는 가엾기도하면서 위로가 되어주는 그런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출처: https://www.independent.co.uk/independentpremium/long-reads/van-gogh-letters-amsterdam-museum-ex


"테오야, 내 안에 어떤 힘이 있는 걸 느낀다. 난 그걸 밖으로 꺼내 풀어놓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림에 대한 고민과 근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힘들구나"

1882년 1~2월

<반 고흐, 영혼의 편지>, 49p.


"생각보다 일찍 유화를 시작했는데, 정석대로라면 여기에 노력을 쏟아야겠지. 그러나 고백하자면 별로 확신이 없다. 여하튼 지금은 목탄화를 연습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작업을 해왔지만, 좀 더 해야 할 듯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유화 습작을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

1882년 8월 20일

<반 고흐, 영혼의 편지>, 76~77pp.

"나는 그 개의 길을 택했다는 걸 너에게 말해 주고 싶다. 나는 개로 남아있을 것이고, 가난할 것이고, 화가가 될 것이다. 또 나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 사람이 왜 평범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그건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오늘은 이것에 따르고 내일은 다른 것에 맞추면서, 세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다."

1883년 12월 17일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07~108pp.



세 번째 장면


Loving Vincent(2017) 네이버 영화

 그러고 나서 또다시 고흐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고흐의 일대기를 10년 가까이 107명의 화가들이 '유화'로 그려낸 애니메이션 영화 <러빙 빈센트>를 관람하면서 였습니다. 비 오는 일요일 아침, 가장 이른 상영시간에 들어가 객석 한가운데서 홀로 관람했던 그 경험은 아직도 아련하게 남아있습니다. 제가 음악과 편지로 먼저 마주했던 고흐의 삶을 유화로 만들어진 영화로 한번 더 담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너무나 설렜때문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고흐의 죽음을 쫓는 미스터리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추적 끝에 남는 것은 결국 고흐의 죽음이 아니라 '고흐의 삶'이었습니다. 고흐가 '어떻게 죽었는가'를 줄곧 뒤쫓던 '아르망 물랭(Armand Roulin, Douglas Booth)'에게 고흐의 인으로 나오는 "마르그리트 가셰(Marguerite Gachet, Saoirse Ronan )"가 다시금 되묻는 질문이  초점을 놓친 우리의 시선을 되돌려 놓습니다.


<Loving Vincent(2017)>
The result is same...... either way.
결과는 똑같아요.....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았든 스스로 총을 쏘았든)
마찬가지라고요.

You want to know so much about his death,
당신은 그의 죽음에 대해 그렇게나 궁금해하면서

What do you know of his life?
그의 삶에 대해선 얼마나 알죠?

<Loving Vincent(2017)>

 


  우리는 흔히 누군가의 죽음을 기억할 때, '죽음' 그 자체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가 '왜 죽었는지' 혹은 '어떻게 죽었는지'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이죠. 저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견뎌온 '삶' 그 자체일 것입니다. 누군가 죽음으로써 우리 곁을 떠나는 슬픔은 남겨진 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그 사실피할 수없지만,  반대로 떠난 이의 삶을 추억할 수 있는 것남겨진 자가 누릴 수 있는 기쁨이 되기도 합니다. 고흐의 죽음은 비극적이었음에도, 결국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그가 힘겹게 견뎌온 나날들의 기록과 아름다운 그림들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너무나 눈부셔서 이해받을 수 없었던 사람


우리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누구도 타인의 삶을 쉽게 헤아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도 온전히 자신의 삶을 헤아린다는 것은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그 자체로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즉 불가해한 것 투성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살아온 지난한 시간을 함께 나눠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하려기보다 그저 들어보는 것이죠.


 그래서 Don Mclean이 남긴 'Vincent'의 가사를 통해 반 고흐가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조금 들어보려고 합니다. 고흐 삶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말이죠.


***

(지극히 주관적인 의역을 사용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p5qJlr4go0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Look out on a summer's day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별이 빛나는 밤

당신의 팔레트가 푸른색과 잿빛으로 물듭니다

그리고 당신은 한 여름날의 풍경을 바라보네요

우리 마음속에 놓인 어두운 곳을 알아차리면서요
Starry Night, Saint-Remy, Vincent van Gogh, 1889.


Shadows on the hills
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
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언덕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당신은 나무들과 수선화를 담아냅니다

산들바람을 느끼고 겨울바람의 찬 공기를 느끼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것들을 눈처럼 새하얀 캔버스에 옮겨 색을 입힙니다.
A Forest's Fringe,  Vincent van Gogh, 1882.
A Maiden  in the Woods, Vincent van Gogh, 1882.
Road with Cypress and Star, Vincent van Gogh, 1890.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이제야 알겠어요 당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동안 스스로를 견뎌내느라 얼마나 힘드셨나요?

그 고통들을 없애려 얼마나 발버둥쳤나요?

사람들은 당신의 고통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겠죠,
어쩌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들도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려 할 거예요
Loving Vincent(2017)
Starry, starry night
Flaming flowers that brightly blaze
Swirling clouds in violet haze
Reflect in Vincent's eyes of china blue

별이 빛나는 밤

이글거리듯 타오르는 꽃들이 밝게 빛을 냅니다

보랏빛 실안개 속에서 구름들이 소용돌이치듯 흐르네요

이 모든 순간들이 차이나 블루색에 가까운 당신 눈에 담깁니다
꽃변에 꽂힌 열네 송이 해바라기. 93cm X 73cm. 1888년 8월. 캔버스에 유채
Sunflowers, Vincent van Gogh, 1887.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사이프러스 나무가 보이는 밀밭. 73cm X 93.5cm. 1889년 6월 말. 캔번스에 유채
Colors changing hue
Morning fields of amber grain
Weathered faces lined in pain
Are soothed beneath the artist's loving hand

색의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호박빛을 띠는 밀밭의 아침 풍경과

그 속에서 고단함으로 초췌해진 얼굴들을

빈센트, 당신의 따듯한 손길로 달래주네요.
해뜰 무렵 밀밭에서 수확하는 사람. 73cm X 92cm.1889년 9월초. 캔버스에 유채
Wheat Field at Sunset, 1889. Vincent can Gogh
붉은 포도밭(Redvineyard). 75cm X 93cm. 1888년 11월. 캔버스에 유채.
For they could not love you
But still your love was true
And when no hope was left inside
On that starry, starry night

그들이 당신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당신이 그들에게 보인 사랑은 언제나 진심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당신의 마음속에서 점차 희망이 사라져 갔을 때

밤하늘을 수놓던 별들이 빛을 잃어 갔을 때
파이프를 물고 귀를 싸맨 자화상. 51cm X 45cm. 1889년 1월. 캔버스에 유채
지금 나는 글을 쓰는 게 무척이나 힘겹다. 머리가 너무 혼란스럽거든. 그래서 잠시 쉬고 있다. 페이롱 씨는 내게 아주 친절하고 너그럽다. 너도 상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지독하게 괴로웠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거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내가 회복하려면 꼭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페이롱 씨에게 편지를 보내주면 좋겠다. ......

더 이상 용기나 희망을 가질 가능성을 찾을 수 가 없다. 화가라는 직업이 그리 유쾌하지 못하다는 건 벌써부터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

난 더 소박한 그림을 그리려 시도하고 있었다. 색채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칠했다. 흐린 초록색, 빨간색, 바랜 듯한 황토색 등으로,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이따금씩 북유럽에 있을 때와 같은 팔레트로 다시 시작하고 싶은 강한 욕망을 느끼곤한다.

1889년 8월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64-265pp.
아를 요양원 정원. 73cm X 92cm. 1889년 4월. 캔버스에 유채


You took your life as lovers often do
But I could have told you, Vincent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당신은 스스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마치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대게 그러하듯  말이죠

빈센트, 당신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이 품기에
당신은 너무나 눈부신 존재였다는 것을

밤의 카페 테라스(Cafe Terrace at Night), Vincent van Gogh, 1888
까마귀가 나는 밀밭(Wheatfield with crows). 50.5cm X 103cm. 1890년 7월. 캔버스에 유채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이 그림을 남기고 고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309p


Starry, starry night
Portraits hung in empty halls
Frameless heads on nameless walls
With eyes that watch the world and can't forget

별이 빛나는 밤

텅 빈 공간에 걸린 초상화들이

이름 모를 벽들에 초라하게 걸려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던 그 초상들의 눈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Vincent van Gogh, Self Portrait with Pipe, 1886
Vincent van Gogh, Self Portrait, 1887
Vincent van Gogh, Self Portrait with Grey Felt Hat, 1887
Like the strangers that you've met
The ragged men in ragged clothes
The silver thorn of bloody rose
Lie crushed and broken on the virgin snow

빈센트 당신은 수많은 낯선이 들을 마주했습니다

허름한 옷을 걸치고 처량한 행색이던 그 사람들처럼

은빛 가시가 돋힌 붉디붉은 장미들이

으스러진 채, 새로이 쌓인 눈에 흩뿌려져있습니다
감자먹는 사람들(Potato eaters), 빈센트 반 고흐, 1885
Two Peasants in the Peat's Plantation, Vincent van Gogh, 1883, Drente
Girl Kneeling by a Cradle, Vincent van Gogh, 1883
Now, I think I know what you tried to say to me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re not listening still
Perhaps they never will

이제는 당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아요

그동안 스스로를 견뎌내느라 얼마나 고통스러우셨나요?

그 고통들을 없애려 얼마나 발버둥 치셨던 건가요?

그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여전히 듣고 있지 않죠

어쩌면 영원히 그러지 않을지도 모르죠

***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언제나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입니다.

Source: Musixmatch
Songwriters: Don Mclean
Vincent lyrics © Songs Of Universal Inc., Benny Bird Co. Inc.
The Bedroom, Vincent van Gogh, October 1888
Starry Night, Vincent van Gogh, September 1888

많이 감탄해라!


 고흐의 전업화가 생활을 지원하고 정서적으로 지지를 보냈던 친동생 테오에게 건넨 편지 한 편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치열하게 삶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민감하고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본 삶의 풍경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세상은 감탄해마지않을 대상이 곳곳에 펼쳐져있는 아름다운 곳이었겠죠. 우리들은 그가 품었던 아름다움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잘 모르고 있는 거겠죠. 고흐는 그런 우리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남겨주었습니다.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테오에게  

네 편지를 보니 미술에 큰 흥미가 있는 것 같구나. 좋은 일이다. 네가 밀레, 자크, 슈레이어, 랑비네, 프란스 할스 같은 화가들을 좋아한다니 나도 기분이 좋다. 모베가 말했듯 "바로 그거다". 밀레의 그림 「저녁 기도」, 정말이지 '바로 그거'라니까. 장엄하고 한마디로 시 그 자체인 작품이지.

 너와 그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지금은 편지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화가들 중에는 좋지 않은 일은 결코 하지 않고, 나쁜 일은 결코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도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이 있듯.

                                                                                                                  1874년 1월



작가의 이전글 제목없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