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의 여름 : 8월의 중반에서
어느덧 8월의 가운데에 와 있었다. 캐나다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을 한식의 향연. 어느 날은 비조리 짬뽕과 짜장면을 먹었다. 면에 흰 가루가 덕지덕지 묻어있었고 살살 털어 칼국수 삶듯 삶았다. 흰 가루는 전분이었고 시험 삼아 삶은 면은 수제비가 되었지만 짬뽕 국물이 한국이었다. 다른 날은 국밥을 사 먹기도 했다. 맛은 맑은 소고기 김칫국이었다.
내가 만든 요리만 해도 레몬 크림새우, 고등어구이, 양념갈비, 목살구이, 장조림, 무생채, 백김치, 계란말이, 김밥, 멸치볶음, 제육볶음, 삼계탕, 콩나물 무침, 시금치 무침, 잡채, 두부구이, 볶음김치, 오므라이스, 치킨가스, 잔치국수, 돼지고기 김치찌개, 수육, 호박전, 새우전, 소고기 뭇국, 멸치 감자 수제비, 깻잎나물무침, 버섯볶음, 감자전 그리고 불고기 외 기타 등등 98프로가 한식이었다.
캐나다 음식이라고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찰나 제부가 캐나다에서만 파는 메뉴라고 버거킹에서 푸틴이라는 감자튀김을 사 왔다. 상하이 버거가 그리운 내게 치킨버거도 선물해 주었다. 푸틴이라는 메뉴는 감자튀김 위에 모차렐라 같은 치즈가 올려져 있었고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소스가 뿌려져 있었다. 매우 짰지만 중독성이 있는 맛이었다.
아무래도 캐나다에서 기억날 음식은 스테이크가 아닐까 싶다. 한식은 한국에서도 숱하게 하는 음식인 데다 만든 사람이 나이기에 그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매제에게 고기를 실컷 먹게 해 주겠다 하는 제부의 다짐과 포부가 농도 짙게 담겨있던 스테이크를 잊을 수 있을까.
8월의 중반에서 잠시 할머니의 기일을 마주하며 멜랑콜리해졌던 어느 하루를 지나고 나니 아직 한 달이 남은 떠나야 하는 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 속에 이토록 많은 음식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문득 며칠 전 제육볶음을 했을 때가 기억난다. 먼저 저녁을 먹고 조카를 보고 있던 내 귀에 들린 제부의 목소리.
제육 맛있다.
그리고 고해성사하듯 털어놓는 동생의 제육에 대한 작고 소소한 아쉬움. 서운해하는 듯한 동생.
레시피 배워야겠다.
하며 서로 콜콜 웃던 두 사람의 모습. 떠나기 전, 두 사람의 혼을 쏙 빼놓다 못해 강렬한 무언가를 만들어 줘야 할 것 같은데 고민이다. 오랜만에 일몰을 찍으러 나갔다. 아름다움이다. 지는 해와 뜨는 해가 하늘 위로 흩뿌려져서 따스해지는 색, 내가 머무는 곳이 이곳이어서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