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0% 마음에 드는 예식장은 없다

예식장 고를 때 제일 힘들었ㄷr...

by 진소은

끝나지 않은 예식장 고민

두 번째로 간 예식장은 이미 내가 여러 번 가봤던 예식장이었다. 우리 고향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베스트셀러.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라면 한 층에 예식장이 4개라 시장처럼 북적이는 그 분위기 그리고 50분 안에 하객 퇴장까지 모든 걸 끝내야 하는 공장식 예식이 싫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고향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결혼하니까 좀 새로운 곳에서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예식장이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과 넓은 주차공간, 고향의 중심부에 위치한 거리, 뒷말 나오지 않을 만큼 적당히 맛있는 뷔페 때문이었다. 내가 원하는 화이트홀은 없었지만 아직 화이트홀이 제대로 들어서지도 않았던 우리 고향에서는 어차피 선택지가 없었다. 타지 사는 친구 말로는 어느새 화이트홀의 유행이 끝나고 다시 블랙홀의 유행이 돌고 있다고 하던데, 아직 화이트홀 유행이 오지 않은 우리 고향에서는 른 나라 이야기^^


어쨌든 이래저래 마음에 안 드는 조건은 있지만 이런저런 좋은 조건도 있었기에 한번 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C예식장으로 향했다.


엄청난 가성비와 파격할인

상담실에서 어쩌다 보니 가장 높은 직책을 가진 분께 상담을 받게 됐는데 다행히도 우리가 원하는 날짜 원하는 시간대에 자리가 남아있어서 예약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예식장 비용이 우리 생각보다 더 합리적이었다. 게다가 예랑이의 형제자매가 여기서 결혼했다고 하니 형제자매 추가 할인이 있다면서 할인도 해주셨고, 결론적으로 예식장 비용이 첫 번째로 갔던 그 호텔 예식장에 비해 거의 2배 넘게 차이가 났다.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리고 우리 고향의 다른 예식장과 이곳 C예식장을 비교하며 상세히 알려주시기까지 했고 정말 열심히 우리를 설득(?)하셨다. 게다가 서비스도 많았고 본식스냅도 서비스였다. 내가 원하는 화이트홀이 없고, 신랑이 원하는 바닷가 뷰가 없고 예식시간이 촉박하게 50분이라는 점만 빼면 모든 면에서 이쪽 예식장 조건이 좋았다.


그리고 원래 이 정도까지 금액이 낮지는 않았는데, 그때 당시에 그 예식장 체계가 엉망이라 예식 진행 중에 여러 사고가 났다는 소문이 있어서 이 예식장을 기피하는 예비부부들이 많던 시기였다. 우리 결혼식 중에도 문제 생기면 안 되니까 조심스레 그 사건(?)에 대해 여쭤봤고, 예식장 측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셨다. 일단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건으로 소문이 안 좋아져서 엄청난 할인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 이걸 좋게 생각하면서 예약해야 할지, 우리 예식 때도 문제 생길지 모르니 하지 말자고 하며 피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C예식장을 둘러봤지만 마음은 호텔 예식장에...

일단 예식장을 둘러보러 갔다. 이미 마음에 찜해뒀던 호텔 예식장을 보고 왔던 터라 우리 눈에 이 예식장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ㅎㅎ 내가 블랙홀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어서 그나마 이 예식장에서 밝은 홀로 미리 찾아보고 왔던 두 홀에 가봤는데 역시나 1번 홀은 너무 협소하고, 의자도 너무 적고 2번 홀은 애매한 분위기에 신부대기실이 너무 이상한 콘셉트이고.. 그냥 다 마음에 안 들었다. ㅜㅜ


1번 홀은 너무 작아서 하객이 다 못 들어갈 것 같았기에 일단 두 곳 중에 더 넓은 2번 홀로 계약을 걸었다. 그리고 앞서 다른 편에서 말했듯 우리는 타지에서 왔고 예식장 투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늘 본 호텔예식장과 C예식장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음이 아주 심란했다.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우리가 C예식장에서 예약한 2번 홀에 대해 실제로 봤을 때 사진으로 볼 때보다 좀 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후기를 더 찾아봤다. 우리랑 생각이 비슷한 후기들이 많이 보였다.


1. 곡선로드인데 애매한 위치의 기둥 때문에 시야 방해

2. 밝은 것도 아니고 어두운 것도 아니고 애매한 분위기

3. 동화 속 분위기로 꾸며놓은 콘셉트가 오히려 지저분해 보이기도

4. 아무리 봐도 칙칙하고 너무 별로인 신부대기실


후기를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절대 2번 홀에서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아! 아까 너무 호텔 예식장에 마음을 뺏겨서 C예식장에서 홀을 대충 보고 대충 선택했구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도 꼼꼼히 보고 블랙홀도 혹시 모르니 다 둘러봤어야 했는데 다른 블랙홀들도 아까 다 보고 올걸... 후회했지만 이제 다시 갈 수 없는 상황이고 어쩔 수 없었다. 최선의 선택을 하자! 는 마음으로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블랙홀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일단 예약을 변경했다.


너무 박빙인 예식장 조건

우리의 로망은 두 개.

1. 나: 화이트홀 / 예랑: 바닷가 뷰

2. 우리 10주년인 그날 (원하는 날짜)


화이트홀&바닷가뷰 예식장에서 비수기에 결혼식을 하느냐

VS

평범한 예식장이지만 원하는 날짜에 합리적인 금액으로 결혼식을 하느냐


정말 선택하기 어려운 세기의 고민이었다...

그래서 일단 비수기 우리가 결혼하게 될 날짜에 호텔 예식장에 한번 더 방문해서 날씨를 보기로 했다.


이걸 두 달은 고민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결혼 한 친구들, 결혼 안 한 친구들 다양하게 물어봤는데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마다 친구들은 내가 하고 싶은 곳에서 해야 미련이 안 남는다고 호텔 예식장에서 비수기에 하는 걸 추천했다. 그리고 비수기든 말든 나 축하해 주러 나 보러 가는 건데 그런 거 신경 안 쓴다고 꼭 원하는 곳에서 하라고 해줬다. 너무 고맙고 감동이었다...


예식장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그날

그리고 두 달 후!!

호텔 예식장 계약 날짜인 8월 말쯤에 맞춰 호텔 예식장에 다시 방문했다.


일단... 공기부터가 숨이 막혔다. 바닷가라서 더 습하고 뜨거운 느낌이었다. 와.. 대중교통으로 오는 사람들 괜찮을까 싶었다.


비수기에도 결혼식이 있긴 했지만 빈 홀과 빈 타임도 많았다. 우리가 예약한 예식장 예식 시간에 맞춰 온 거라 다행히 예식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우리 둘이서 본 거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직원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다 봤다. 근데... 비싸게 돈 주고 하는 것에 비해 너무 실망스러웠다.


예식 시작하기 전에 갑자기 불이 꺼지고 BGM도 뚝 끊겼다. 버진로드 위에는 양가 어머님이 서계셨는데 식이 바로 진행되지 않고 딜레이 되어서 예식장 안에 정적이 흘렀다. 그때 좀 엥? 싶었다. 그리고 BGM이 제때제때 전환되어야 하는데 자꾸 노래가 뚝뚝 끊기니까 결혼식의 흐름이 자꾸 끊기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예랑이가 볼 때는 스피커가 안 좋아서 자꾸 잡음이 들린다고 했다.


그리고 직원이랑 같이 왔을 땐 몰랐는데 이제야 보니 밝은 분위기의 홀인데 불을 끄고 핀조명을 켜고 진행해서 이건 뭐 밝은 홀도 아니고 어두운 홀도 아닌 애매한 그림이었다. 사진 찍어봤는데 사진에도 좀 애매하게 담겼다.


흠... 이런 화이트홀 예식은 처음 봤다. 내가 생각한 화이트홀은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비용을 더 내는 만큼 더 기대하게 되니까

물론 내 결혼식에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차라리 C예식장에서 이런 상황이었다면 그래 그 가격이니까.. 하면서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여긴 금액이 2배 넘게 비싸고 그래서 비수기로 날짜 바꿀까 고민도 하고 있는 거였는데 이런 식으로 예식을 진행한다고 하면... C예식장에서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게다가 C예식장에 몇 번 결혼식 보러 갔을 때 이렇게 끊긴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오히려 이것보다 더 스무스하게 진행이 잘 됐었다.


어쩌면 사회자가 역할을 제대로 못 해줘서일 수도 있고, 하객이 적어서 더 조용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 덕분에 또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 보게 됐다. 어쨌든 결혼식이라는 게 사람이 하는 거다 보니 이런저런 실수가 생길 수 있는 건데, 비용을 더 많이 지불했다면 그만큼의 서비스를 기대하게 되고, 그만큼의 서비스와 실력으로 해줘야 하는 것도 맞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상황이 오면 같은 실수여도 더 당황스럽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래, 결혼식이 완벽할 수 없지 어디서 하든 실수 없이 진행되기 어려울 건데 C예식장 금액이면 그런 실수를 한다고 해도 너무 합리적인 금액이라 눈 감아줄 수 있을 것 같아. 게다가 호텔 예식장 화이트홀도 완전한 화이트홀이 아니고 직접 와보니 8월 말은 너무 습하고 더우니까... 그냥 C예식장에서 원하는 날짜에 하는 게 낫겠다'라는 결론이 들었다. 다행히 우리 둘 다 생각이 같았다.


전화로는 안 되고, 계약서를 직접 갖고 와야만 계약 취소할 수 있다고 해서 혹시 몰라 챙겨 온 계약서를 갖고 상담실에 갔다.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이벤트가 있다면서 절대 깎을 수 없다던 식대를 엄청 깎아주며 우리에게 파격제안을 했다.

완전 멋대로였다. 저번에는 식대는 비수기여도 절대 깎을 수 없다고 했는데 우리가 계약 취소한다니까 갑자기 식대 할인 이벤트가 생겼다고 하다니...

눈에 뻔히 보이는 상술, 그 모습에 더 마음이 떴다. 우리는 미련 없이 계약을 취소하고 호텔 예식장에서 나왔다.


예식장 밖으로 나왔는데 8월 말의 뜨거운 공기가 우리를 압도했다... 와... 계약 취소하길 정말 잘했다.


물론 우리 아빠 같은 차분한 성향의 사람은 8월 말에 결혼하는 건 오히려 아무 상관없고 오히려 C예식장처럼 홀 많고 사람 많고 50분 단위 공장식으로 찍어내는 결혼식이 더 싫으시겠지만 우리는 더운 여름에 결혼하는 게 더 힘들었기에 공장식 결혼을 선택한 결과에 대만족 했다!


드디어 예식장 선택 완료!!


블랙홀도 괜찮은 것 같아요

내가 화이트홀을 원했던 이유는

핀조명에 따라 얼굴에 그늘지는 게 싫어서(얼굴형 두드러짐), 밝고 화사한 분위기가 좋아서, 비즈보다 실크 드레스를 입고 싶어서였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해 보면 블랙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화이트홀의 최대 단점은 신랑, 신부한테 집중이 잘 안 된다는 점...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사람들이 보이니까 신랑 신부에 대한 집중이 좀 떨어지긴 한다. 그리고 주변도 밝고 신부도 화이트고 하니까 신부가 돋보이지는 않는다.


근데 블랙홀은 주변에 누가 있는지 잘 안 보여서 신랑 신부한테 집중할 수 있기도 하고, 밝은 느낌과는 또 다른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진행할 수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블랙홀에 어울리는 화려한 비즈드레스도 그렇고, 어두운 곳에서 신랑 신부가 주목받는 게 너어무 부담스러워서 블랙홀을 피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된 거 어쩌겠나. 그날 시선 받는 걸 그냥 즐기도록 해야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예식장을 결정하게 될 줄 몰랐는데ㅎㅎ

C예식장 블랙홀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홀로 빠르게 계약 변경했던 나를 얼마나 칭찬했는지 모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이 흐른 지금은 바꾼 이 홀이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친구들이 말해준 것처럼 내가 원하는 곳에서 결혼하게 된 거다 ㅎㅎ 그것도 원하는 날짜에!


예식장을 선택할 때 포기할 건 포기하고 택할 건 택하는 식으로 해야 하는데 욕심 때문에, 아쉬움 때문에 그게 참 어려운 것 같다. 머리 터질 만큼 복잡했던 두 달이었지만 그래도 결국 마음에 드는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8월 말 비수기에 호텔 예식은 처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