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훨씬 꿀잼!!
토요일이었지만 남편은 부대에 일이 생겨서 아침부터 출근을 했다. 나는 업무가 생겨서 아침부터 집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2시쯤.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3시쯤 퇴근할 거 같은데 혹시 오늘 저녁에 테니스 치기로 한 거 부대 사람 두 명 데려가서 2:2로 하면 어떻겠냐고. 마침 나도 업무가 끝나가던 중이었다.
남편이랑 1:1로만 쳐봤는데 2:2라니!!!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내 실력은 초보였기 때문에 상대방의 실력을 확인하는 게 필요했다. 너무 수준 차이가 나면 상대방이 재미없을 테니까ㅜㅜ
"근데 나 못하는데 그쪽은 어때?"
"너보다 잘하긴 하는데 2:2로 하면 비슷한 실력일 거야~"
"진짜지? 진짜지?"
3시에 남편이 데리러 온다고 해서 열~심히 업무 마무리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잠시 후 시간 맞춰 1층으로 내려왔는데 와... 태양이 엄청 뜨거웠다... 이런 날씨에 그늘 없는 곳에서 테니스라니.. 괜찮을까? 걱정이 됐다.
남편의 차를 타고 테니스장에 도착했다.
테니스장에 있는 라켓을 들고 이리저리 휘두르며 몸을 푸는데 남편이 부른 병사 한 사람이 들어왔다. 남편이랑 친하고 테니스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그 병사가 20대 초반 애기처럼 보였고 편하게 말을 걸며 대화했다. 그 병사는 테니스를 배운 적이 있다고 했다. 아... 큰일이다. 내가 제일 못할 거 같은데...
남편과 병사와 내가 셋이서 테니스 연습을 한창 하고 있을 때 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이번 멤버는 남편과 같이 일하는 간부였다.
저번에도 만난 적이 있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2:2로 나눠서 연습경기를 시작했다.
나는 규칙도 모르고~ 그냥 아웃 안 되게 치기 바쁜 초보자라 남편이 서브하라고 하면 하고 앞에 서라고 하면 앞에 서고 서브받으라고 하면 받았다.
연습 경기 때 꽤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는데 물론 개인으로 보면 내가 제일 못하겠지만 2:2로 하니까 정말 박빙이었고 너무 재미있었다.
연습 경기가 끝나고 본경기를 할 때도 공만 보였고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눈에도 들어가고 난리였다. 뜨거운 태양을 손으로 가리고 싶을 만큼 더웠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ㅋㅋㅋㅋ
병사와 간부 두 분은 긴팔을 입거나 토시를 착용했는데 나랑 남편은 쌩 반팔이었다 ㅋㅋㅋ 다음부터는.. 토시를 껴야겠다고 생각했다.(워치랑 반지 자국이 남을 만큼 팔이랑 손이 새카맣게 탔다..)
정말 신기하게도 본경기에서 우리가 이겼고, 재미로 한 판 더했는데 그때도 우리가 3:0으로 이겼다 ㅋㅋㅋㅋ 이길 줄 몰랐는데 진짜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다 ㅎㅎㅎ
그날 마지막 공은 내가 친 공이었는데, 상대팀에서 공격한 공이 아주 빠르게 왔는데 어떻게 내가 달려가서 어떻게 받아서 네트를 넘겼고 그걸 상대가 못 받아서 정말 짜릿하게 이겼다.
그날 경기하면서 몇 번 '오! 뭐지? 나 되게 잘했다!' 싶은 순간이 있었는데 그 마지막 순간이 하이라이트가 되어 내 머릿속에서 다음날까지 재생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기한 결과로 아이스크림 얻어먹고 다음에 또 붙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ㅎㅎㅎ 군인마을에서 만나는 사람이라곤 교회 집사님들과 아이들과 우리 남편뿐인데 이렇게 또래 사람들 만나서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장난치고 웃으며 테니스 치니까 너무 즐거웠다 ㅎㅎ
남편이랑 둘이 칠 때도 재미있긴 했지만 내가 혼자 치기에는 영역이 너무 넓어서 못 받는 것도 많고 힘들고 그랬는데 2:2로 치니까 진짜 딱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날따라 남편도 너무 잘 쳐서 ㅋㅋㅋㅋㅋ 이겼던 거 같은데 다음엔 또 어떨지 모르겠다 ㅋ.ㅋ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지만... 즐거운 만큼 아쉬운 마음도 든다. 그 간부도 곧 다른 부대로 떠날 예정이고 그 병사도 겨울이면 전역을 한다.
군인가족으로 군인 마을에서 살아가는 건 만남과 이별의 연속인 것 같다.
군인마을에서의 생활은 꽤 많이 적응한 것 같다.
아직 이별과 비료냄새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