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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ug 30. 2022

뉴욕에서 날아온 메일: Congratulations!

주경야작에 마침표를 찍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겨울이 되었다. 계획대로 20여 점의 포트폴리오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아크릴 페인팅, 콘테 드로잉, 잉크 드로잉, 콜라주, 설치미술 등으로 다채롭게 이루어진 20여 개의 작품은 그 당시 내 취향을 가득 담았고 완성된 작업들은 작업실과 내 방에 고이 모셔두며 작품 촬영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년 동안 정성껏 만들고 다듬은 작업의 사진 촬영본은 내가 지원할 미국 아트스쿨의 합격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에 남은 회사 연차와 휴가를 모조리 써가며 촬영 전날까지 작품 하나하나 리터치 하는데 온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드디어 촬영 당일이었다. 작품 위치와 사진 구도에 대해서 선생님과 논의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아침부터 시작했던 촬영은 어둑한 저녁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아트스쿨 지원서, 에세이나 추천서 등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었지만 회사원과 미대 입시생으로서 이중생활은 이제 정말 끝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한해서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는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어느덧 해는 바뀌어 2018년이 되었다. 제일 가고 싶은 5개의 미국 아트스쿨에 지원을 다 마친 상태였고, 여전히 회사를 다니며 합격 통지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써 담담하고 쿨한 척하려고 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이메일을 확인했다.


그리고 3월, 내가 간절히 바랐던 그 이메일을 받았다.


“Congratulations!"

뉴욕의 한 아트 스쿨로부터의 합격 통지 메일이었다. 


지원했던 5개의 아트스쿨 중 총 4곳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는데 그중에서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에서도 합격 메일이 온 것이다. 주경야작(晝耕夜作)을 하던 순간들이 다시 한번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따분한 루틴이었다.


9시부터 5시까지 회사에서 일을 하고, 곧장 약수역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야작(夜作)을 시작한다. 저녁 7시부터 세 시간 정도 레슨을 받고, 그 이후에는 혼자 작업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덧 새벽 12시가 훌쩍 넘어버린다. 붓과 콘테 같은 도구들을 정리한 후,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새벽 한 두시가 되고 녹초가 되어 쓰러져 버린다. 다시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출근을 준비한다. 이 루틴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참 지겹도록 안 끝날 것 같았던 그 시간들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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