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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ug 19. 2022

엄마, 나 내년에 퇴사하고 유학 가려고. (2)

내 퇴사 작전은 잘 흘러가고 있는 걸까?

 퇴사 작전을 알게 되신 부모님은 충고와 조언이 양껏 들어간 연설을 시작하셨다. 언젠가   즘은 일장연설을 듣겠거니 했지만 이렇게  연설이  줄은 몰랐다. 당신들의 이야기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나이 생각해라, 지금 직장이 얼마나 좋은 직장인  아니, 결혼 생각은  하니, 등록금이나 생활비는 계획이 있니 등등 내가 굳이 알고 싶지 않은 현실들만 골라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씀을  하신  정적이 흘렀을  겨우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어. 내가 원하는 좋은 대학교도 졸업했고 또 치열하게 취준해서 그 좋다는 대기업도 다니고 있고. 근데 이렇게 계속 살면 10년 뒤에 내 모습은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그다지 기대되지 않아. 결혼해서 가정은 꾸렸겠지 근데 회사에서 어느 순간 잘리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사는 모습만 그려져. 나는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 지도 그림 그리고 나서야 알았어. 지금이라도 내 전문성 기르고 싶어. 나 순수미술 하겠다는 거 아니야. 디자인 스쿨 알아보는 중이야. 무엇보다 나중에 나이 더 들었을 때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상태에서 나만 할 수 있는 걸로, 내 취향으로 자유롭게 돈벌고 싶어”


“그리고 만약에 정말 합격하게 되면, 등록금이나 생활비는 이때까지 내가 모아둔 거 다 쓸 거고... 그리고 엄마  아빠가 조금 더 보태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이 나이 먹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볼 테니, 노후를 바라보는 부모님께 조금 보태달라는 내 모습이 그렇게 초라하고 찌질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달리 방도는 없었다. 일확천금의 로또를 긁지 않는 이상 내 통장 상황은 달라질 것이 없었다.


엄마 아빠는 가만히 내 얘기를 들으신 후, 아무 말하지 않으셨다.  ‘분명 내가 낳은 딸인데 어떻게 저렇게 제 멋대로지’라는 표정이 오묘하게 섞인 얼굴로 나를 한참 쳐다보셨다. 아무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셨고, 그 이후 내 퇴사 작전에 대해서 딱히 물어보시지 않으셨다. 아마도 ‘설마 정말 붙겠어?’라는 생각과 함께 나를 반즘 포기하신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작업실에 가지 않는 날이면 혼자 방에서 여기저기 물감과 콘테를 묻혀가며 작업을 계속 이어갔다. 초겨울에 시작했던 미술작업들은 하나둘씩 완성되어 갔고 어느덧 반년이 지나 늦여름이 되었다. 더운 여름이 되어도 주경 야작의 내 지루한 루틴은 그대로였고 나는 여전히 20개의 포트폴리오 작업을 완성해야 하는 12월을 향해 작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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