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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이 Jan 21. 2022

가장 잘하는 것과 가장 하고 싶은 것

Part1-1. 가장 하고 싶은 것 - 퇴사

[덕業一致 ; 덕업일치]

: 덕질과 업이 일치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는 아주 이상적인 근로 생산 활동이라는 요즘 시대 사자성어이다. 

 

 여기서 덕질은 [오타쿠 Otaku, オタク:일본어]에서 파생된 단어인데, 예전에는 애니메이션이나 코스프레 등에 심하게 빠져 세상 물불 안 가리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칭하면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요즘은 극성적인 팬이나 마니아의 의미에서  더욱 확장되어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달인으로 불린다. 역시 단어의 의미도 시간이 지나면서 또 변한다.

 하지만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은 하는 일을,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아 돈을 벌고 있냐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치자. 그래서. 매달 25일에 꽂히는 X,000,000원의 처우는 만족하냐 말이다.

 백번 양보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시간이 흘러 그 일에 권태를 느끼고 회의가 느껴지면,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 일은 세상 어떤 것 보다도 싫은 일이 될 수도 있다. 데뷔 때부터 너무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여자 가수 '아이유'님 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네요.


위키백과:덕업일치 내용 중 발췌

세상 슬픈 이야기이다. 세상 모든 풍파를 몸뚱아리 하나로 때우는 우리 같은 탱커에게  감미롭고 흥겨운 음악으로 힐러 같은 역할을 해주고 계신데, 정작 그 노래를 부르는 아이유 님은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한 적이 없다니요. 분명 처음에는 음악을 좋아서 시작했을 텐데..


 '덕업일치' 라는 말은 정말 이상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약간의 모순도 있는, 미지의 세계인 것 같다. 못 이루고 있는 사람은 덕업일치를 이루기 위해 쫓아갈 테고, 이미 이루고 있는 사람은 또 다른 덕업일치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끊임없어 헤매고 있을것 같다. 메비우스의 띠인가? 평행이론인 것인가? 절대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이미지 출처: PxHere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 나는 아직 덕업일치를 누려본 적이 한 번도 없다'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이 일이 재미있거나 평생직업으로 삼을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단 말이다. 나름 보람은 중간중간 있었다. 그것은 직업에서 온 것은 아니고, 어떤 일을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나 동료애 등 극히 자연적이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온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나도 항상 가장 잘하는 것과 가장 하고 싶은 것의 경계에서 고민한다. 가장 잘하는 것을 하며 편안하며 윤택하게 천수를 누릴 것인가, 아니면 고생스럽더라도, 매일 시리얼에 바나나만 먹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렇게 즐겁게 살다 갈 것 인가를 말이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가장 잘하면 되잖아?'


'말이 쉽죠.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게 되나요? 세상에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 그 사람들이 다 그 일을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 너는 그 일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고? 네가 더 유리할 것 같은데?'


'응???"


말이 되는 이야기이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그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 그 일이 좋아서 하는 건 아닐 테고, 나는 누구보다 그 일을 가장 좋아하니 못하더라도 가장 열정적일 테고 또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렇다면 어차피 피차일반 가진건 하나씩이다. 그럼 가는 게 맞지! 갔다가 아니다 싶어 얼른 돌아오면 아무도 눈치 못 챌 거야!


그렇게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세상에 퇴사 이야기는 너무너무 흔한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팀장ㅅㄲ가 열 받게 해서 나가요.'  '연봉 20% 업해서 옮깁니다.'  '회사 망했네요. 빚쟁이들 들어오네요.'

'추노 합니다.'  '명퇴입니다..'  '35년 일하고 정년퇴직합니다.'  ' 육아 퇴직합니다.'  등등등

dobby is free!

너무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내 이야기도 그런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엉뚱하며 또 어쩔 때는 현실에 부딪쳐 먼길을 돌아가는 그런 이야기가 될것 같다.


 ' 왜냐하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같이 놀아 주는 거니까?'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시간을 나누는 일이다. 거창하게 들리는 것 같지만, 아주 쉬운 일이다. 우리는 초등학교(라떼는 국민학교 이긴 하다) 방학의 시작과 함께 일단 스케치북에 방학 동안 지켜야 할(?) 시간계획표를 그린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밤 10시에 꿈나라에 드는 아주 타이트한 시간표를 작성한다. 내가 기억하기에는 아마도 화장실 가는 시간도 그려 놨던 것 같다.

무지성 계획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내가 가장 잘하는 시간계획표를 남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다. 시간을 계획해 주고, 일정을 만들어 주고, 일정을 조정해 주고, 그들의 스케줄을 관리해 주는 일을 가장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는 여행에 관련된 일이지만, 한정을 두진 않았다. 그것이 여행이든, 공무원 시험계획이든, 글을 쓰든, 아니면 정말 화장실을 가든, 그들이 시간을 아주 알차고 계획적이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


잠깐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다.

아무튼 스스로 퇴사를 결정하고 나니 혼자서 멀 하나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 왜냐하면 나는 토끼 같은 자식이 둘이나 있고, 인생의 둘도 없는 친구인 와이프가 있다. 언제나 명쾌하고 적절하며 절대 후회라고는 하지 않는 와이프의 결정이 필요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회사 그만둘까'라고 밑밥을 엄청 깔아놨다. 슬쩍슬쩍 '나는 이런 일이 맞는데, 하드웨어 엔지니어 너무 오래 했다. 눈이 침침해서 부품이 보이지가 않는다.' 등등 여러 가지 신체적인 어려움까지 토로하며 간을 봐놨다. 그렇게 간을 보다가 통보아닌 통보를 하였다.


' 회사를 그만 두기로 결정했다!!! 당분간 쉬면서 다음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


'그래'


세상 쿨한 대답이 나온다. 역시 잘난 와이프를 둔 덕분인지 대답이 확실하다. 일찍 결혼을 해서 주변에서 걱정들이 많았는데, 결혼은 참 잘한 것 같다.


' 그래서 베트남으로 갈 거야? 하와이로 갈 거야?'

 

주부생활 13년 차인 와이프는, 그저 놀러 갈 생각뿐인듯 하다. 회사를 그만둔다니, 한두 달간은 시간이 많이 날듯 하고, 아이들도 겨울방학 기간이니,  훌쩍 떠나고 싶은가 보다. 속으로는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절대 내색하지 않는다. 내가 마냥 한량처럼 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이런저런 말을 덧 붙이지 않는다. 너무 고맙다.


'그렇다면 하와이지! 이왕이면 반미(bánh mì) 보단 햄버거(hamburger)지! 레츠 기릿!!! '



무턱대고 와이프가 하와이나 베트남을 고른 건 아닐 거다. 이때쯤 와이프가 여행사에 발을 살짝 걸치고 있었던 때라, 베트남 나트랑에 있는 랜드사(현지 여행사)와 연이 닿아 있었고, 하와이는 다양한 주변 인맥을 통해 그곳에서 다른 일을 꾸밀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절대 놀지만은 않은 여행이 될 거 라는건 그때 알았다.


 우리가 자주 가는 태국이나 필리핀, 유럽이나 기타 다른 중남미, 북유럽 등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아이들 방학 기간에 낼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남짓 하고, 겨울이라서 그런지 따뜻한 곳에서 몸을 좀 데우고 싶었다. 또 가족 모두가 물이라면 구정물도 일단 담가 보고 후회하는 타입들이라서, 물이 좋고 액티비티가 많으면서 먹거리 또한 풍부한 곳을 찾았다.

 그런 면에서 이동이 잦은 유럽은 후보군에서 제외됐고,  태국 푸껫이나 필리핀 보라카이 세부 등은 너무 자주 찾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영어권이 편할 테고 해서 태평양의 천국인 하와이로 정했다.

  그렇게 우리는 그날 하와이 왕복항공권을 최저가로 찾아 한 달짜리 하와이 여행 계획을 밤새 도록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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