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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내를 찾을 때!>
햇살 뜨거운 오후,
건선이 있는 아내는 재발을 늦추기 위해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쓰고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옥상에는 오전 일을 먼저 끝낸 남편이 잠시 쉬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남편을 내리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커다란 빨랫줄을 기둥 삼아 커다란 우산을 펼쳐놓고
그 아래에서 두 다리를 쭉 펴고 쉬고 있습니다.
야외용 의자를 펴면서
“여보~ 옆으로 조금만 가봐”
아내는 얼른 자리에 앉아서 다리를 쭉 폅니다.
남편의 발과 아내의 발이 부딪히자 갑자기 남편이
“왜 이렇게 발이 차! 당신은 여기 앉지 말고 옥상을 한 바퀴 돌아야지.
그늘에 앉지 말고 의자도 앞으로 당겨서 햇볕을 쐬야지”
이미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은 아내는 다시 일어나는 게 귀찮습니다.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귀찮고, 두 다리를 쭉 펴고 조금 앉아 있으면 몸의 온도는 그냥 올라갑니다. 하지만 남편은 오전 내내 의자에 앉아있었으니 걸으라고 합니다.
귀찮았지만 어차피 건강을 위해 옥상으로 올라왔으니 걷자 걸어 이런 마음으로 아내는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옥상을 이리저리 걷습니다 5분 정도 서서 스트레칭도 하고 풀도 구경하고 남편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다시 의자에 앉았습니다.
얼굴은 우산으로 가리고 다리는 햇살을 마음껏 흡수하도록 쭉 뻗어봅니다.
의자 하나에 남편과 아내의 다리를 올리는 의자가 좁아 보입니다. 좁은 의자 위에 올려진 부부의 발을 보면서 의자를 하나 더 가져올까? 생각하다 아내의 눈이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남편 다리에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여보 이거 뭐야?”
“어젯밤에 다친 거. 당신이랑 비니랑 이야기할 때 비니방에 들어갔을 때 침대 모서리에 부딪쳤다고 했잖아.”
“아 맞다. 약 달라고 했었지.”
“나이가 드니 상처는 쉽게 나고 아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네”
아내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우리 같이 있는 사진 하나 찍자. 발사진”
남편 핸드폰으로 나란히 앉아있는 부부의 발 사진을 찍었습니다.
밤 8시.
수업을 끝내고 핸드폰을 열어보는 아내.
남편이 보낸 사진이 있습니다. 오늘 오후에 찍은 부부의 발 사진입니다.
아내는 사진을 자세히 봅니다.
유난히 크게 보이는 남편의 상처.
남편의 상처를 보는데 얼마 전 대구에 내려갔을 때 엄마가 하던 말이 떠오르는 아내.
커다란 통에 마늘쫑 장아찌를 담가 놓은 엄마.
“이거 다 가져가서 먹어라. 너랑 정서방이 좋아하니까 내가 담그면서 참 신이 나더라.
이제는 자식들이 엄마 힘들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고
반찬도 사서 먹으라고 하니 내가 할 일 없잖아.
자식한테 해줄 게 있을 때 참 기쁘고 좋은데 아무것도 해줄 게 없으니
아무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근데 네가 엄마가 해주는 반찬을 가져가니까 너무 좋다.
아직까지 너한테 엄마가 필요하니까 엄마가 참 좋다.”
‘너한테 엄마가 필요하니까. 엄마가 참 좋다.’
얼마 전에 비니가 도시락을 싸 달라고 했을 때 내 마음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엄마말이 더 와닿았습니다.
남편은 다치거나 아프면 유난히 다급한 목소리로 “여보! 여보!”를 애타게 부릅니다.
약을 찾거나, 연고를 찾아달라고 합니다.
위치를 알려주고 어떤 상처에 어떤 연고를 발라야 하는지 알려줘도
매번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아내는 가끔 그런 남편이 귀찮습니다. 알려줬으면 기억을 해야지!’
그런데 사진 속 상처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남편이 나를 찾는 건 우리가 너무나 서로에게 익숙해져 있어서 무감각할 때
내가 남편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는 신호라는 것을.
아내는 벌떡 일어나 약상자에서 약과 면봉을 꺼내며 남편을 향해 말합니다.
“여보! 상처 약 발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