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 우유 반컵과 짜증
수요일 예배를 가기 위해
가볍게 이른 저녁을 먹는 아내와 남편.
남편이 우유를 한컵 더 마셔야 겠다며
일어섭니다.
“여보! 나도 우유 한 컵 주라”
“당신은 마시지 마. 배부르면 짜증내잖아!”
남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컵만 가지고
부엌으로 갑니다.
“아직 배부르지 않은데~.
이제 배부를 만큼 안먹을 거야. 진짜야!”
아내는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비어있는 컵을 봅니다.
아내는 평소 음식에 관심도 없고
먹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맵고 짜지 않으면 잘 먹습니다.
음식에 관심이 없다 보니
먹는 것도 잘 잊어버립니다.
그런 아내가
음식을 잘 먹으면 남편은
“당신이 잘 먹으니 참 좋다.”며
아합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가 음식을 잘 먹는건 좋지만
배부르게 먹는 건 경계합니다.
바로 <짜증> 때문입니다.
며칠 전,
아내와 남편은
하루 일과를 끝내고 저녁을 먹고
한강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한강에는
운동을 하는 사람,
구들과 잔디밭에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
가족끼리 산책 나온 사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나와 있습니다.
사람구경
강구경
불빛 구경을 하며
걷던 부부의 걸음이 갑자기 느려집니다.
“너 누가 이렇게 짖으라고 했어. 버릇없게!”
“깽깽깽깽”
한 젊은 부부가
벤치에 강아지를 앉혀 놓고
혼을 내고 있습니다.
“어디서 이렇게 짖어. 짖지 말라고 했지!”
젊은 아내는 강아지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혼을 냅니다.
강아지는 커다란 눈빛으로
손가락 끝을 쳐다보며
지지 않고 깽깽소리를 냅니다.
옆에서 젊은 남편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젊은 아내는 강아지를 향해
같은 말을 단어만 바꿔 반복해서
말합니다
자신의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담긴 것을
자신만 모르는 듯.
“저 강아지 힘들겠다. 표정을 보니 왜 짜증을 내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데”
지나가던 학생이
킥킥 거리며 말합니다.
그 말에 아내는 문득
전에 남편이 아내가 짜증내면
힘든 이유를
말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잊고 있었는데...
“여보 전에 내가 짜증내면
제일 힘든게 뭐라고 했지?”
“아~당신말이 나를 찌르는 것 같아서
힘들다고”
비어 있는 컵은
며칠전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는 듯
하나 둘 꺼내서 보여줍니다.
어느새 컵은 이야기로 가득차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내는
조금 더 먹어야 겠다는 마음을 접습니다.
괜히 배불리 먹어서
자기도 모르게 짜증내고
남편을 찌르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때 남편이 불쑥 컵을 내밉니다.
“여보, 이 조금만 먹어”
적당히 먹고 수요일 예배를 드리러
걸어서 교회에 갑니다.
교회는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다시 걸어옵니다.
“여보 우리 라면 사서 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내는 배가 고프기 시작합니다.
마트에 들러서 라면을 샀습니다.
“여보,
전에 당신이 내가 짜증낼 때
당신 마음을 꼭 찌르는 말을 해서
많이 아팠다고 했잖아.
요즘은 나 안그러지?”
“당신 화도 안 내고 짜증도 안내는데~”
“여보 지금 가서 끓여 먹을 거야?
나 지금 배가 고프기 시작했어.”
“아니! 난 안먹을 거야. 당신은 먹어.”
“아~~안먹을래. 먹고 소화도 못시키고
괜히 또 소화안된다고 짜증내면
안 먹을래”
남편은
집에가서 따뜻한 차를 마시자고 합니다.
배가 고픈 아내.
하지만
아내는 <짜증>을 내지 않기 위해
밤늦게 먹는 것을 참았습니다.
차를 마시며 내가 남편을 위해
배고픔을 참는 여자라며
뿌듯해 하며 자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