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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흥라떼 Dec 30. 2023

빨리 강00 선생님 만나러 학교 가고 싶어요.

2023 선생님 자랑대회 '고마우신 학부모상' 수상작

아이는 올해 유치원생에서 한 단계 도약해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여느 학부모들처럼 저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홀로 독립하여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초등학교에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지, 교우관계는 원만하게 잘 맺어갈지, 또 선생님의 설명은 잘 들을지 등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초보 학부모로서 입학을 앞두고 바랐던 한 가지는 바로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학급에서 1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할 선생님이 좋은 분이셨으면 하는 바람은 아마 모든 학부모들의 공통적인 소원이지 않을까 해요. 유치원 선생님도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학교라는 교육기관에서 학습과 사회성을 함께 길러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선생님은 특히 세심하고 꼼꼼하셔서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잘 캐치해 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입학식 날, 아이나 저나 긴장을 잔뜩 한 채 학교에 들어갔는데 처음 뵌 담임 선생님의 첫인상은 참 차분하셨습니다. 안내하시는 모습과 온화한 얼굴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아이는 첫날 걱정을 안고 학교로 들어갔지만 하교할 때는 미소와 설렘을 가득 머금은 표정을 짓고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담임 선생님이 좋은 분인 것 같다고 말을 해줘서 저도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날이 갈수록 “엄마, 강00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라는 말을 등교 전에도, 하교 후에도, 주말에도 노래 부르듯 자주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때마다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도대체 선생님의 어떤 부분이 아이 마음을 이렇게 밝게 만들어주신 것인지 궁금했거든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강00 선생님은 장점이 참 많은 분이셨습니다. 그런 담임 선생님의 장점을 지식 교육, 인성 교육, 실천 교육의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첫째, 지식을 세심하게 잘 가르치는 분입니다. 아이가 1학기를 다 보내고 2학기가 되어서도 공부가 어렵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고요. 수업시간에는 자주 구체물을 활용하고 또 쉬운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시니 아이 입장에서는 그게 좋았나 봅니다.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되는 1학년이 학습에 대해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재미있게 배운다는 점은 학부모로서 정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혹여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셨습니다. 바로 숙제를 통해서입니다. 한두 단원을 다 배우고 나면 교과서를 집에 들고 오도록 하셨습니다. 부모인 저도 아이의 이해정도를 중간중간 점검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의 시간도 마련해 주시는 거죠. 아이와 함께 교과서를 살펴보며 교과진도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교과서의 답란이 간혹 비어있는 경우에는 어려워서 답을 못 쓴 건지 아니면 답변을 쓸 시간이 부족했던 것인지 등 아이만의 이유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학습과정을 학부모인 저도 지속적으로 체크하게 함으로써 교과내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늘 점검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둘째, 인성 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분입니다. 한 날은 학교에서의 점심시간이 궁금해서 아이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누가 배식을 해??”

“담임 선생님이랑 1일 도우미가요. 1일 도우미는 우리 반 아이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해요.”

“뜨거운 음식 퍼주려면 겁나지 않아? 아이들은 1일 도우미 하는 걸 좋아해?”

“엄마, 엄청 재밌어요! 우리는 뜨거운 걸 나눠 주는 게 아니고 주스나 과일 같은 조그만 간식을 나눠주는 역할을 해요.”


저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그저 어리다고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역할을 맡겨주셔서 책임감을 길러주고 봉사정신을 심어주는 기회를 만들어내신 겁니다. 이를 통해 다른 아이들을 돕는 선의의 행동을 학교에서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셋째, 아이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노하우도 많이 갖고 계셨습니다. 1학년 3반만의 특별한 제도인 ‘하트막대’를 통해 아이로 하여금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이 아니라 남을 도우며 성장할 수 있는 이타심을 계발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아이는 교실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울 때, 운동회 중 질서를 잘 지킬 때와 같이 친구를 돕고 배려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작은 하트막대를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하트막대를 일정 정도 모으면 큰 하트막대로 교환하여 보상을 해주시더라고요. 아이는 그 하트막대를 받기 위해 학급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어요.


지금까지 강00 선생님이 아이의 학교적응을 어떻게 도와주셨는지 그리고 저희 아이를 얼마나 세심하게 다방면으로 잘 가르쳐 주셨는지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아이는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여름방학이 끝나서 진짜 좋아요. 빨리 강00 선생님 만나러 학교 가고 싶어요. 나는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진짜 설렌다!”


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고 나서 어느 엄마가 담임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올해,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 마음을 온전히 다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컸습니다. 이렇게 글을 써서 보낼 기회가 있다는 사실에 저는 기꺼이 용기를 내어 제 마음을 적어 내려가고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좋은 가르침을 받은 대상은 사실 저희 아이가 아니라 학부모인 저입니다. 선생님과 나누었던 이야기는 항상 배울 점이 있는 깊이 있는 대화였습니다. 1학기 상담주간에 저는 전화로 상담을 했었습니다. 아이의 교우관계에 대한 걱정이 커서 이 부분에 집중해서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엄마인 제가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시면서 상담을 이어갔어요.


“어머니, 지금은 교우관계도 학업도 중요한 시기가 아닙니다. 오로지 아이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즐거운 마음으로 오는 것 자체가 정말 중요해요. 또 시간 시간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조절해 가며 자리에 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시기입니다. 00이에게 담임 선생님이 일찍 자라고 이야기했다는 말을 꼭 전해주세요. 그리고 내일도 학교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하셨어요.


아이의 학교생활 적응에 대한 제 걱정이 너무 컸고 욕심이 앞섰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은 상담이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아이에게는 교우관계로 부담을 주기보다 등교거부를 하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가는 것 자체를 감사하는 엄마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아이 양육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주신 덕분에 아이와 저의 관계도 더 좋아졌어요. 첫 상담을 했던 그때 제가 선생님께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 컸는지 모릅니다.


2학기 방문상담을 했을 때에도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멋진 육아 멘토가 되어주셨습니다. 아이가 그동안 완성한 미술 작품과 활동지를 보여주시면서 잘하고 있는 부분, 노력해야 할 부분을 균형 있게 알려주셨어요. 제가 엄마로서 가정에서 도와야 할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시면서 더 나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맞춤형 솔루션도 더해주시더라고요.


보통의 엄마가 학교까지 가서 상담하는 이유는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도우려는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에 대한 담임 선생님의 객관적인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시간을 내어 찾아갔어요. 선생님은 역시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이야기를 해 주셔서 제가 선생님을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답니다. 아이에 대한 걱정과 염려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점을 마련해주기도 하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교실을 나왔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강00 선생님 덕에 저희 00이는 학교를 좋아하는 아이로 또 배움을 즐거워하는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초보 학부모인 저 또한 엄마로서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 아이의 강점은 살려주며 칭찬해 주고 또 부족한 점은 시간을 두고 찬찬히 개선하길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친절함, 세심함, 그리고 책임감 있는 따스한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저희 아이의 첫 담임 선생님이 되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그리고 아이뿐만 아니라 제게도 따스한 가르침을 건네주셔서 감동받은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교직에서 아이들을 통해 보람과 행복을 많이 느끼시길 온 마음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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