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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편지를 숨기기 바빴던 아이가 자라서

아낌없이 표현해 주세요. 거울 같은 아이들을 위해

by 어흥라떼
나는 엄마랑 아빠한테 선물을 사주고 싶어요.
꽃집이나 가게에 가서요.
그런데 혼자 사러 갈 수가 없잖아요.



2주 전쯤 첫째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어버이날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어버이날에 선물을 사주고 싶지만 혼자 멀리 갈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며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어요.


(선물을 받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살짝 숨기고 )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럼 엄마가 도와줄게!
어디 가고 싶으면 이야기해~
아빠한테는 깜짝 선물하면 되겠네!


결국 어버이날 오후에 모녀 세명(저, 첫째 딸, 둘째 딸)은 비밀작전을 개시했습니다. 함께 집 근처 대학가에 있는 소품 숍에 갔어요.




마침 남편이랑 저랑 데이트하던 날 컵 받침을 샀던 곳이기도 합니다. 저희 둘 다 예쁜 컬러의 접시를 보며 "이거 살까?" 하다가 그냥 내려놓고 왔거든요.

가격도 두 딸아이가 지출하기에 그리 큰 금액이 아니라서 제안을 했더니 아이들도 좋다고 해요. 아빠가 좋아하는 색깔의 접시를 첫째가 먼저 고르고 둘째는 저에게 줄 접시를 하나 더 골랐어요.




가게를 나오는 길에 둘째는 저희에게 간식도 사주고 싶다더라고요. 아이의 마음이 참 고맙고 예뻤어요.

아니야.
엄마는 이 접시로 충분해.
용돈으로 별이 간식 사 먹어~


라고 말하니 이내 삐지는 시늉을 합니다. 사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몰라준 엄마가 섭섭했나 봐요. 그래서 함께 동네 마트도 갔습니다.








어릴 적 저는 엄마, 아빠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참 서툴렀어요.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우편으로 부칠 거라고 하셔서 편지를 억지로(?) 썼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장 먼저 집으로 오는 것도 저인 걸요.





저는 우체통에 놓인 제 편지를 고이 접어서 방 안에 숨겨두었어요.





부모님에게 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부끄럽고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무뚝뚝한 부모님이셨기에 더욱 어렵게 느껴졌어요. 부모님은 성실한 삶을 통해 저에 대한 사랑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셨지만 어릴 때의 저는 그걸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제가 어버이날에 세 아이로부터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담은 편지, 그리고 선물을 받는다는 게 참 어색합니다. 한편으로는 저와 다른 유년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고맙기도 하고요.





아이들은 정말 깨끗한 거울 같아요.





부모의 말과 생각, 행동을 그대로 비춰주니까요. 제가 심어준 따스한 말들이 아이들 입에서도 술- 술- 나올 때면 지금까지 바뀌고자 노력했던 저의 애쓴 마음들이 결코 헛된 건 아니구나 싶습니다.



이번 주 어버이날,

귀여운 아이들로부터

고마운 마음 표현 잘 받으셨나요?





평소에 '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표현을 잘하는지 돌아보시면 좋겠어요. 말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그 마음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듣지 못하면 아이는 그 말을 입으로 말할 수도 없습니다. 편지를 숨길 수밖에 없었던 저처럼요.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줄수록 아이들의 마음 통장에는 예쁜 말들이 차곡차곡 쌓일 거예요. 언젠가는 그 말이 아이의 입을 통해 술- 술- 나올 것입니다.





기분 좋은 어버이날을 보내셨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해요.


세 아이가 준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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